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0838

 

『긴긴밤』을 읽고


안서현

 

 이 책 『긴긴밤』은 ‘불운한’ 검은 점이 박힌 알에서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 어린 펭귄과 차쿠와 웜보, 노든의 이야기이다. 각기 종이 다른 펭귄의 아버지들은 사람들을 피해 밤낮으로 쉴 새 없이 바다로 걸어가야 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흰 바위 코뿔소인 노든은 어린 펭권을 바다로 보내기 위해 자신을 인간들의 관심거리가 되게 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전해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남긴다. 온 힘을 다해 달리던 펭귄은 어딘가에 있을 바다를 찾아 모래언덕을 지나고 결국 절벽에 도착한다. 절벽에는 올라설 수 있는 틈이 있었지만 틈이 없을 때에는 부리로 쪼아 올라설 수 있는 틈을 만들어야만했다. 어린 펭귄은 부리가 아파도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상처가 생겨도 포기하지 않고 꼭대기에 다다랐다. 절벽 꼭대기에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다가 있었다. 어린 펭귄은 자신이 바다로 들어가면 엄청난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고 있지만, 또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펭귄은 밤하늘에 빛나는 무언가를 찾겠다고 다짐하면서 바다로 들어간다.

 『긴긴밤』은 자신과 생김새가 다른 아빠와 어린 펭귄이 바다를 찾기 위해 모험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목표를 이루기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반드시 따른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어린 펭권이 무사히 알을 깨고 나와 성장할 수 있게 된 것도, 어린 펭귄이 홀로 떠난 바다에서의 모험도 가능했던 것도 결국은 아빠‘들’의 희생이 있었기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연대’와 ‘정체성’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다른 코끼리의 도움을 받았고, 바깥세상에서는 아내의 도움을 받았으며 동물원에 들어와서는 앙기부의 도움을 받았다. 노든은 코끼리들의 도움으로 고아원에서 적용하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노든과 코끼리는 다른 종족이지만 어쩌면 노든에게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한 이들이 진정한 가족일지 모른다.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런 이야기는 사실 동물을 빗대어 동물보다 못한 인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오직 자신과 다른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이들에게 노든의 코끼리 고아원에서의 일상은 매우 큰 교훈을 준다. 아기 펭귄의 도전 역시 마치 한 그루의 소나무를 보는 듯하다.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실패후에 더 굳건해지는 인간의 의지를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기 펭귄은 반복적인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실패를 한 자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또다른 실패가 아니라 실패 후에 다시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의 자자는 아기 팽귄의 도전에 빗대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만은 하지말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것같다. 

 동물원에 왼쪽 눈이 불편한 차쿠와 웜보라는 수컷 펭귄 커플의 얘기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연대’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무엇보다 진한 감동으로 연대하는 삶을 설명한다. 차쿠와 웜보는 인간으로 따지자면 장애인이고, 게이이자 사회적 소수자 쯤 될 것이다. 이런 이들이 보이는 연대의 모습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이기적인 보통사람들의 연대와는 다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차쿠와 그 곁에서 도와주며 함께 살아가는 웜보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성소수자와 장애인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나는 이 책의 큰 줄거리와 상관없지만 괜히 울컥했던 장면이 있었다. 작품 초반에 앙기부를 잃고 혼자가 된 노든이 갇혀있는 공간과 뿔이 잘린 모습이다. 실제로 코뿔소들이 이런 일들을 겪을 거라고 생각하니 독후감을 쓰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실제로 코뿔소의 뿔이나 코끼리의 상아가 고액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나의 상상이 상상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도대체 인간이 동물들에게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이 어디까지인지를 묻고 싶다. 

 이 책은 우리에게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의 현실, 특히 인간을 지구의 주인인양 인간 외의 다른 동물들을 학대하고 죽이는 잔인성을 고발하고 있는 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동물들도 사람들과 유사한 고통을 느낀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동물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더 고통에 예민할 수도 있다. 그들이 단지 인간의 언어로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을 뿐이다. 우리가 동물이라고 얕잡아보는 펭귄이나 이 책의 등장인물인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은 이제 스스로 지구의 주인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인간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파괴하는 일을 멈추어야만 한다. 나도 동물들의 편에 서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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