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8440

 

나만의 보통을 꿈꾸며

-보통의 노을(이희영)을 읽고-


오채현

 

 내가 만약 중학생이었다면 이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이 지금과는 아마 달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중학생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도 1년 전에는 중학생이었으니까 말이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커진 키만큼이나 내 마음의 ‘감동저장소’도 부쩍 커져 버린 느낌이 든다. 책을 읽고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엄마란 존재에 대해 주인공인 노을이의 생각과 내 생각을 많이 비교도 해보고 상대의 입장에 서서 감정을 느끼려 노력도 해보았다. 나는 늘 ‘엄마라는 존재는 공기 같다’라고 생각했었다. 공기는 인간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평소엔 그 고마움과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공기가 없어지는 순간, 인간은 단 몇 분도 살 수가 없다. 그때 비로소 공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엄마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평소엔 엄마의 잔소리도 듣기 싫고, 엄마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시는지, 우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얼마만큼의 눈물을 몰래 흘리시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저 항상 내 옆에 있으며, 날 위해 존재하는 당연한 사람이라고 느낄 뿐이다. 하지만 엄마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엄마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난 엄마는 공기와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세상 모든 편견에 맞서려는 엄마, 그저 보통의 삶을 원하는 아들> 

 책의 겉면에 있는 이 글귀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고등학교 1학년에 아들을 낳은 160센티도 안 되는 작은 체구의 엄마 최지혜 씨와 그런 엄마와 열여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180센티가 넘는 열여덟 살 아들 최노을의 이야기다. 옷 가게 점원으로부터 엄마가 아닌 누나라는 오해를 받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둘을 보면 세상 누구라도 그런 말을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중요할 뿐,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엄마와 노을이는 사람들이 보내는 차별적인 시선을 피하거나 숨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엄마는 악착같이 일하고 버텨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지혜 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을이 역시 배달은 안 하고 맛으로 승부하는 중국집에서 알바로 일하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달에 알바비를 조금 더 받은 노을이가 다시 금고에 그 돈을 넣어두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한 만큼만 받고 싶다는 노을이의 말이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남에게 호의를 받는 게 싫다는 말과 타인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고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다는 노을이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보통으로 산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에겐 참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보통으로 산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너무나 원하는 삶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을이도 아마 그럴 것이다. 미혼모인 엄마와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고통과 슬픔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노을이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쉽게 위로하거나 동정하는 것은 그 시간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이라 생각되어 더이상 다른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에 난 책을 읽으며 흐르는 눈물로 노을이와 최지혜 씨에게 응원의 힘을 보태주었다. 학교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고, 교육수준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을 비교하지 말아야 하며 무시하거나 절대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들을 배웠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집중하지 않는다. 시청각 교육에도 그냥 시간만 보내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흘려보낸 적이 많았다. 그건 교육 내용보다 접근하는 방식의 문제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교육도 학생들의 마음에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건 좋은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으로 접하게 되니 마음에 와닿고 그들의 상처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이 가진 긍정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른들이 제발 스마트폰 그만 손에서 놓고 책 좀 읽으라고 반복적으로 말씀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한 최지혜 씨는 왜 노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렸을까? 나는 그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노을이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엄마가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힘들게 살아갈 게 뻔한데 말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미혼모를 보호하고 지원해주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뉴스를 통해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노을이는 가족과 인연도 끊고 오직 생존을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운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며 누구보다 그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엄마가 편히 기댈 수 있는 상대를 만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 노을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왠지 가여운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차별적인 발언들, 미혼모를 죄인으로 생각하는 무지한 생각들, 이 모든 것으로부터 엄마가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기에 내린 선택이었을 것이다. 노을이는 엄마가 두 번 다시 상처받거나 아파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누구라도 엄마가 상처받고 아파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러니 열 살 차이나는 성빈이 형에게 엄마를 부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성빈이 형의 진심을 알기에 가능했겠지만, 그 덕에 열 살 차이나는 아빠에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말괄량이 성하를 고모라 부르게 되는 해프닝이 생겨도 참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 기준이 어디 있고 표준이 어디 있을까? 엄마가 나를 고등학생 때 낳은 게 어때서. 덕분에 친구처럼 세대 차이가 나질 않는데. 살다 보면 나보다 열 살 많은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날도 오지 않겠어?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평범하고 보통인 일상이다.”

 작가님이 책 제목을 왜 <보통의 노을>이라 지었는지 알 것만 같다. 우리 각자는 삶이 모두 다르다. 비슷비슷한 삶도 있겠지만 결코 같은 삶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의 삶이 벌써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얼마만큼 노력하는지, 얼마나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살아가는가에 따라 각자의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삶의 제목을 정하기엔 우린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더 많은 도전과 모험, 성공과 실패, 아픔과 기쁨을 경험해 보란 말씀 꼭 새겨들어야겠다. 먼 훗날, 내 삶에 멋진 제목이 달릴 그 날을 꿈꾸며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책상에 앉은 날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계시는 엄마를 보고 있으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단 한 번이라도 노을이처럼 엄마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늘 기대기만 하고 바라기만 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노을이처럼 나도 엄마에게 ‘엄마랑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라고 물어본다면 엄마도 최지혜 씨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실까? 엄마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던 노을이의 말이 마음속 깊이 내게 다가온다. 행복은 멀리 있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알았다. 노을이가 왜 여전히 보통을 찾고 있는지 의미도 이젠 알 것 같다. 나도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나만의 보통을 찾고 꿈꿀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똑같은 질문을 엄마에게 했을 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실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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