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8445

 

『가정통신문 시 쓰기 소동』을 읽고


이예안

 

   『가정통신문 시 쓰기 소동』을 읽었다. 제목을 보고 시 쓰기 소동이 일어났다고 하니까 대체 무슨 소동이 일어났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비둘기 초등학교는 이상한 초등학교다. 왜냐하면 매주 특이한 가정통신문이 오기 때문이다. 가족과 놀이공원에 갔다가 인증샷을 찍어오거나, 캠핑을 갔다오라는 등등 여러 가지 미션이 주어진다. 내가 비둘기 초등학교의 학생이라면 가정통신문이 나오는 날만을 기다릴 것 같은데, 정작 비둘기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매번 반복되는 가정통신문의 내용에 조금 실망을 한다. 그러다 비둘기초등학교로 오신지 얼마 안 된 ‘땡땡이’선생님이 한 달 동안 ‘가정통신문’ 담당자가 된다. 땡땡이 선생님은 날마다 땡땡이 옷을 입고 다니는데 열애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땡땡이 선생님은 시낭독회와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가정통신문에 알렸다. 난데없이 시쓰기라니? 그것도 가족 모두가 시를 써야 한다니?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가족들조차 시를 어떻게 써야할지 난감해했다. 물론 땡땡이 선생님은 먼저 ‘요리’라는 주제로 써보라고 제안했지만 말이다. 만일 이런 가정통신문을 받게 되면 나 역시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다. 시는 어떻게 쓰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비둘기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가족들 역시 시 쓰는 건 어려운 일텐데도 열심히 자기만의 개성을 담아 시를 썼다.

  그중에 재미있던 시가 ‘비밀야식’이다. 제목은 비밀야식인데 다음날 퉁퉁부은 얼굴 때문에 밤늦게 야식을 먹은 비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게 웃기다. 나 역시 저녁을 다 먹고 나서 8시만 되면 배가 고픈데 좋아하는 조미김을 몰래 뜯어먹거나 사탕을 먹기도 한다. 그러다가 뜯겨진 김봉지나 사탕껍질을 부모님이 발견하면 혼날 때가 있다. 비밀야식의 상황이 나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가고 이해가 돼서 더 재미있는 시로 느껴지는 것 같다. 비둘기 초등학교의 땡땡이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시를 좀더 재미있고 쉽게 쓸지 연구를 많이 하신 것 같다. 왜냐하면 어떤 날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소리 녹음해오기’ 미션이 있고, 또 어떤 날은 ‘가족들과 음식만들기’를 하는 미션이 있다. 이런 미션을 하면서 느꼈던 기분과 이야기들이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할머니가 해주시는 스크램블에그를 정말 좋아한다. 할머니는 엄마, 아빠가 일찍 직장에 가실 때 집에 오셔서 아침식사로 스크램블에그를 해주신다. 스크램블에그는 그냥 계란후라이와는 다르다. 계란후라이는 뭔가 밋밋하고 재미가 없는데 스크램블은 개나리색으로 색깔도 예쁘고 폭신폭신 부드러운 느낌이 참 좋다. 비둘기 초등학교의 지수가 쓴 ‘참기름 파도’는 날달걀을 미끄럽게 밀려오는 파도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날달걀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넓은 바다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무인도’라고 표현할 것 같기도 하고 ‘추석때 높이 뜬 한가위 보름달’이라고 표현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시는 상상의 세계같다. 시를 쓰는 사람 마음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시 쓰기 숙제가 있어서 무엇을 쓸까 하다가 ‘의자’를 가지고 시를 써보았다. 의자는 내가 언제든 기대앉아서 쉴 수 있게 도와주는 소중한 친구이다. 인내심이 많아서 단 한번도 투정부리지 않는 힘센 친구를 위해 쓴 시는 이렇다.


<천하무적 의자>


의자는 힘이 세다

무거운 사람이든 가벼운 사람이든

누구나 안아준다


의자는 참을성이 많다

누군가 일어날 때까지

투정않고 가만히 기다린다


앉을게-

이런 말 없이 앉아도

눈 흘기거나

화 한번 내지 않는

나의 가장 조용하고도 힘센 친구

천하무적 의자


  『가정통신문 시 쓰기 소동』을 읽고 나서 시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규칙없이 우리 생활속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시이기 때문에 어쩌면 시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상상력을 마음껏 표현하는 도구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를 통해 사랑고백도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떠올려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드러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나도 비둘기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시 쓰기 소동에 참여해서 시에서도 우당탕탕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우리 가족 모두 시의 세계로 풍덩 빠지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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