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0830

 

이제는 알을 깰 준비를 할 시간


김민주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이 구절은 바로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인물이다. 편안하고 친숙한 세계와 불안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질적인 세계. 그 사이에서 싱클레어는 극심한 혼란과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이때, 데미안이 나타나 싱클레어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고 싱클레어는 데미안에 의해 낯선 세계를 경험하며 조금씩 진정한 ‘나’를 향해 나아간다. 데미안이 없을 때에는 피스토리우스가 싱클레어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 주었고, 방황 끝에 결국 싱클레어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색을 찾는 과정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기에 싱클레어처럼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고민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겠지만 바쁜 현실을 핑계 삼아 미루는 사람, 나름대로 고민해 보았지만 여전히 알 속에 있는, 낯선 세계로 나아가지 못한 사람, 그리고 자신이 알 속에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웠지만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한 싱클레어는 정말 용감하고 성숙한 멋있는 사람이다. 

나는 무엇보다 싱클레어의 곁에서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영향이 매우 크다. 싱클레어는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같은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만약 싱글레어의 곁에 데미안이나 피스토리우스가 없었더라면 싱클레어는 방황하다 나쁜 방향으로 향했을 것이다. 싱클레어는 라틴어 학교 시절부터 많은 혼란을 겪었고 성장한 후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나도 싱클레어처럼 주변에 나의 성장을 도와줄 데미안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현재 청소년기에 있기 때문에 싱클레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곤 한다. 이런 시기에 데미안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아주 큰 행운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싱클레어를 보며 작은 위안을 얻었기 때문이다. 중3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하는 주변의 소식은 나를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 누구는 선행 어디까지 나갔다더라, 걔는 특목고를 갔는데 멘탈이 깨져서 포기했다더라 하는. 어쩌면 이런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색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무력감에 빠졌고 막막했다. 진로를 선택하고 고등학교를 벌써 정한 친구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걸 방치했다. 무언가 해야 했지만 너무 하기 싫었다. 무기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칠 무렵이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런 의욕도 없었고 영혼도 없었다. 머리가 고장난 것처럼 아무 생각도 안 들었고 나는 점점 단조로워졌다. 그리고 우울했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한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덮쳐왔다. 그때의 나는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내가 이상한 줄도 몰랐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의욕도 생기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머리 한 구석이 고장나버린 듯한 느낌은 사라지질 않았다. 어딘가 나사 하나가 툭 빠져버린 느낌은 참 끔직하다. 생각이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이때 데미안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은 나를 바꿔 놓았다. 

이제는 알을 깰 준비를 할 시간이다. 언제까지고 알 속에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알을 깨고 나와 잃어버린 내 색을 찾으러,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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