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0841

 

<설국>을 읽고


남유주

 

 이 책은 주인공의 살아가면서 겪은 일생 내용을 담은 책이다, 주인공인 '시마무라'는 도쿄에 사는 유부남이었다. 그는 부모님의 유산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서양 무용에 대한 비평을 쓰는 것을 소일거리 삼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산으로 둘러싸인 북쪽 지방의 온천 마을로 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고전 춤을 배우기 위해 마을에 머무르고 있던 '고마코'라는 19살 여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그날 밤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써보겠다면서 고백을 하듯 시마무라의 이름을 수없이 끄적이고 다음 날 새벽 급히 그의 여관방을 떠난다. 홀로 남은 시마무라는 도쿄로 돌아가고, 1년 뒤 겨울이 되어서야 다시 기차를 타고 온천 마을을 방문한다. 여관에서 다시 만난 고마코는 기생 신분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시마무라가 떠난 날부터 그와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시마무라를 보자마자 자신들이 다시 만난 지 199일째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고마코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린 것이 헛수고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과 고마코 사이에는 특별한 감정이 싹터도 영원할 수 없음을 처음부터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고마코는 시마무라를 마주칠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시마무라는 그녀의 빨간 볼을 보며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과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동시에 한다. 고마코의 빨간 볼은 시마무라에게 삶의 유한을 지각해서 생겨난 허무함에서 벗어나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에 빠져들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마무라는 언젠가 사라지게 되는 덧없는 감정 앞에 흔들리는 것은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시마무라는 마을 사람으로부터 고마코가 고전 춤 선생의 병든 아들인 '유키오'와 약혼 관계이고 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유키오에게 '요코'라고 하는 새 애인이 있다는 얘기도 듣게 된다. 사실 시마무라는 온천 마을로 오는 길에 기차에서 요코라는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시마무라는 이런 삼각관계도 유키오가 병으로 죽게 되면 모두 헛수고일 뿐이라는 생각에 허무함에 빠져든다. 시마무라가 늘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고마코는 매일 밤 따뜻한 등불처럼 그를 찾아와 함께 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자신을 향한 고마코의 마음이 갈수록 커져가는 것을 느끼고, 기차역까지 따라오며 자신을 배웅하는 고마코를 남겨두고 서둘러 도쿄행 열차에 오른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시마무라는 문득 외로움에 빠진다. 헛수고 같이 여긴 감정에 거리를 두려 했지만, 고마코의 빨간 볼과 그녀가 설원 위에서 느낄 쓸쓸함이 이미 시마무라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1년이 지나 다음 해 겨울이 되고, 시마무라는 다시 설국의 온천 여관을 찾는다. 1년이 지난 사이, 유키오는 결국 병으로 세상을 이미 떠난 상태였다. 다시 만난 고마코는 작년에 시마무라를 역에서 배웅할 때 배웅이란 것이 그토록 괴로운 것인지를 깨달았다며 이별하던 순간의 쓸쓸함을 말한다. 그리고 고마코는 여관의 연회에서 손님들을 받을 때마다 수시로 빠져나와 시마무라의 방을 찾게 된다. 그럼에도 시마무라는 여전히 사람의 감정은 허망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그녀와 거리를 둔다. 유키오의 애인이었던 요코도 시마무라가 머무는 여관의 주방 일을 돕고 있었다. 시마무라는 그녀에게도 묘한 호감을 느끼지만 고마코에게 그러했듯이 계속 거리를 두고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요코는 날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유키오의 무덤가를 찾으며 우울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영화를 상영하던 창고에서 불이 난다. 화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여관 근처에 있던 시마무라와 고마코는 눈밭을 달려 불이 난 곳을 향해 간다. 눈밭을 지나가던 중, 문득 두 사람은 눈밭 가까이에 내려앉은 은하수를 올려다 본다. 그리고 시마무라는 은하수를 보며 대자연의 무한함과 광활함을 느낌이 난다. 고마코는 은하수로 빨려 들어갈 듯한 시마무라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혼자 쓸쓸한 설원에 남겨질 것을 직감하게 된다. 시마무라는 대자연 속에 일부가 되길 꿈꿨고, 한 사람은 유한한 사람들이 몸을 기대며 살아가는 설원 속에 남기를 꿈꾼 것이다. 설원을 달려 불이 난 창고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불구경하는 인파 속에 섞이게 되고 갑자기 2층 객석에서 요코가 떨어진다. 고마코가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지는 요오코에게 뛰어가고, 시마무라가 불구경하는 인파에 밀려 고마코에게 멀어져 간다. 

 설국은 흰 눈이 땅을 덮어 싸고, 차가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지칭한다. 이는 겨울의 아름다움과 고요한 분위기를 감상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된다. 설국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주체적이 아닌 수동적인 모습으로만 표현된다. 고마코라는 게이샤는 시마무리를 좋아하면서도 그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인이며, 요코라는 여인은 이름 모르는 청년을 위해 몸을 던지는 소녀라는 점이다.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을 다뤘다고 하기엔, 고마코라는 게이샤와 요코라는 여인은 둘 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충실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다가가지만, 주인공인 시마무라에게는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두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리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제 3자인 것처럼 멀리할 뿐이다. 


 이 작품은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이 배경을 이룬다. 그 정경 속에서 지순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의 모습을 감각적인 필치로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되고 있는 것은, 고마코라는 기생과 그녀를 통해 등장하는 요코라는 여인의 특이한 대조이다. 이 두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움의 정점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시마무라를 상대로 하여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갈등이 서려 있다. 가련하면서도 진지한 존재로서 비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고마코와, 청순하면서도 애련한 느낌으로 가득찬 요코의 대비는 서경적인 소설의 이야기를 인간 내면의 심리극으로 전화시키는 힘이 있다.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싸늘하고도 청결하다. 그것은 서두에서 그려지고 있는 눈 덮인 산야의 배경과 그 배경에서 얻어진 첫인상이 지속적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결말 부분에서 황홀하게 타오르는 불기둥과 스러지는 여인의 사랑은 쓸쓸하고도 허망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사랑은 인간 간의 강력한 감정 중 하나로,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것을 기반한다. 이것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랑은 다양한 형태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정열적으로 사랑을 하고 열심히 삶을 사는 여인들의 모습에 시마무라는 이끌린다. 이 두 여인은 여행을 다니며 한번도 보지도 못한 외국 무용으로 소일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못한 시마무라를 현실 세계로 이끄는 열쇠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시마무라가 지닌 허무의 벽에 부딪혀 튕겨 나왔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결국 시마무라는 현실 세계로, 고마코의 사랑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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