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0834

  

<비요>를 읽고


장인서

 

학교에서 임진왜란에 대해 공부하고 있을 때 조선인 포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학교에서 임진왜란 관련 책을 찾아 소개하는 수행평가가 진행중이었기에 나는 이거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진왜란의 조선인 포로에 대한 책을 찾다가 비요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찾게 되었다. 책의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 책인가 궁금증이 생겼던 나는 제목을 검색해 보았고 숨겨진 가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진왜란과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궁금증이 생긴 채 책을 읽게 되었다.

1592년, 조선 역사에 다시는 없을 동아시아사에 커다란 파장을 가지고 오는 큰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며 발생한 전쟁인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길고 혼란스러웠던 일본 전국시대를 끝낸 이후 국내의 불만을 잠재우고 개인의 욕심인 대륙 정벌을 달성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킨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전쟁 초기 조선의 육군은 처참하게 패배하고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옴에 따라 임금인 선조는 수도인 서울을 버리고 평양을 거쳐 최북방인 의주까지 피난하게 된다. 그러나 암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이순신의 활약과 육지에서 곽재우 같은 의병장들과 김시민과 권율 같은 장군들의 활약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이후 명나라의 참전으로 전황은 더욱 유리해졌고 다급해진 일본은 명나라와 교섭을 시도한다. 명나라도 더 이상 피를 흘리기 싫었기 때문에 일본과의 회담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일본과 명나라의 의견 차이는 심했고 회담이 결렬되며 결국 왜군은 다시 조선을 침략하면서 정유재란이 시작된다.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의 실패를 딛고 대륙을 차지하고자 다시 한번 조선을 침략하지만 전쟁 도중 히데요시가 급사하며 왜군은 철수를 결정한다. 

왜군들의 철수로 7년간의 기나긴 전쟁은 끝나게 된다. 임진왜란으로 인한 양측의 피해는 100만을 넘어간다. 임진왜란은 동아시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임진왜란으로 참전국들 모두 큰 변화가 있었는데, 조선은 왜란 이후 국토가 황폐해짐에 따라 농업과 산업의 기반이 사라지면서 나라가 망할 뻔했으며 명나라는 조선에 파병한 이후 점차 힘을 잃고 후에 청나라에 멸망당하게 되었다. 전쟁을 시작한 일본도 기존의 도요토미 정권이 붕괴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끄는 애도 막부가 수립되는 등 동아시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비요라는 책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요는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 그 중에서도 사기장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쟁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 포로 중에는 조선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있지만 비요에 등장하는 사기장들처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비요는 왜란당시 조선에서 일본으로 끌려가 그곳에 정착하여 도자기를 굽는 사기장들의 발자취와 도자기를 굽기 위한 사기장들의 노력, 고국을 두고 떠나온 그들의 심정을 그린다.

왜란 당시 사기장인 박삼룡은 백련리 사기골에서 다른 사기장들과 함께 왜군에게 납치되어 포로가 된다. 이후 박삼룡과 같이 잡혀온 사람들, 다른 곳에서 잡혀온 사기장들은 한 곳으로 모이게 되고 그곳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급사 소식을 전해 받은 왜군들은 후퇴를 결정한다. 박삼룡과 사기장들은 일본으로 후퇴하는 도공들이 탈 퇴각선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일본 쓰시마 섬에 도착한 사기장들은 배를 잘못 타 포르투갈에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별 문제없이 풀려난다. 이후 박삼룡 일행은 순왜의 안내를 받아 나배시마 영주의 영지안에 있는 이마리 라는 곳에 도착한다. 이마리에 도착한 박삼룡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김하룡이라는 순왜가 사기장들에게 조선에서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했던 흙과 닥나무를 찾으라는 지시가 상부에서 내려왔다고 말한다. 지시가 있고 난 이후 이마리에 있는 산이란 산은 모두 뒤졌지만 백자토와 닥나무는 결국 발견되지 않는다. 계속 흙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김하룡은 박삼룡과 일행들을 불러 가마단지 조성에 대한 말을 꺼낸다. 가마 단지에 대한 대화 이후 김하룡이 인솔하는 사기장들은 상부의 지시로 아리타에 오게 되고 그곳에서 그들과 마찬가지로 흙을 찾던 이상병이라는 사기장과 만난다. 도자기를 구울 만한 흙이 없는 것은 아리타도 마찬가지였기에 아리타에서도 도자기를 굽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의 산에서도 흙을 찾는 일을 하던 사기장들은 영주의 부하인 다쿠 장군의 명으로 이마리 산속에 위치한 오카와치야마라는 곳으로 머무는 곳을 옮기고 그곳에 가마단지 조성을 계획한다. 말의 편자처럼 생긴 오카와치야마는 3면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고 안에서 밖으로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갈 염려가 없었기 때문에 비밀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오카와치야마에 가마단지 조성이 확정된 이후 사기장들은 오카와치야마에 가마단지와 거주지역을 건설하며 백자토가 발견되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고 이상병이 마침내 어마어마한 크기의 백자토로 이루어진 바위를 발견한다. 백자토가 발견되자 사기장들은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점차 완성도 있는 도자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고 오카와치야마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들이 밖으로 나가는 날, 도자기들은 자신들을 감추어 왔던 오카와치야마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되었고 도자기들은 큰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도자기를 만든 사기장들은 그렇지 못했다. 사기장들이 만들어 낸 도자기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었지만 정작 그것을 만든 사기장들은 기억되지 못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쓸쓸하게 이국 땅에서 사망한다.

나는 비요라는 제목을 굉장히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초반부 까지는 왜 제목이 비요인지 잘 몰랐지만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비요를 읽다 보면 아리타, 이마리, 오카와치야마 등 다양한 지역명이 등장한다. 이 지명들은 실제로 일본에 존재하는 지명들이다. 이마리와 아리타, 오카와치야마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며 모두 도자기로 유명한 마을이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사기장인 이상병, 백자토로 이루어진 거대한 돌 산을 찾아낸 장본인인 이상병은 역사에 실존하는 이삼평과 행적이 많이 닮았다. 이삼평 또한 전쟁으로 일본에 끌려온 이후 아리타에서 백자토를 찾아내고 아리타에서 도자기를 빚어 명성을 얻게 된다. 그의 행적을 본다면 비요 속에 등장하는 사기장들의 행적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과 실제 인물을 거울삼아 만들어진 인물들이 우리가 책을 더욱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몰입이 더욱 잘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일본으로 납치당해 끌려간 사기장들은 몇 명이었을까?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같은 궁금증이 생겼고 바로 조사해 보았다. 납치된 사기장들의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려웠지만 조선인 포로들에 대한 대략적인 수치는 알 수 있었다. 우선 임진왜란 당시 약 3만명에 달하는 조선인 피랍자들이 존재했었다. 그들은 직업에 따라 대우가 달랐고 그 중에서 사기장들은 비요에서 묘사되었던 대우를 받았다. 아니, 오히려 비요속의 사기장들 보다는 대우가 더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에서 조선 도자기의 존재는 현재로 비유하자면 명품시계, 명화, 명품 옷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명품 대접을 받았던 조선의 도자기인 만큼 자신의 영지 안에서 명품들을 계속 생산할 수 있었던 사기장들을 데리고 있었다면 일본의 영주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들을 잘 대우해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마리와 아리타, 오카와치야마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들은 일본을 대표하는 도자기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모두 명품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 도자기의 발전과 일본에서의 대우와는 반대로 조선 사기장들의 말로는 굉장히 쓸쓸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죽기 직전까지 본국인 조선땅을 그리워했으며 조선에 남아 있어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들은 역사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쓸쓸하게 사망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조선 도공의 묘가 나온다. 그러나 조선 도공의 묘에는 사람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책의 주인공 박삼룡 또한 죽은 이후 돌 비석이 되어 무명 도공의 무덤에 묻힌다. 타지로 끌려간 이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타지에서 사망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더군다나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 없이 사망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일 것 같다.

비요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산속에 갇혀 죽을 때까지 도자기를 빚으며 사는 사기장들의 심정은 어떨까? 가족과 다시는 만날 수 없었던 사기장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도자기를 만들었을까? 와 같은 궁금증도 생겼다. 이국 땅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가마단지를 조성하고 기어코 흙까지 찾아 도자기를 굽는 사기장들을 보고 그들의 집념에 감탄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내용에는 공감도 되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책과는 다르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책에서 사기장들은 타국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없이 쓸쓸하게 죽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내 생각은 책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만들어 냈던 도자기들은 현재까지도 그들이 도자기를 만든 그 마을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사기장들의 이름은 잊혔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기억되고 있고 그들의 이름이 아닌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현대까지 존재하고 명성을 떨치고 있으니 그들이 잊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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