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319

  

당신의 계절은 무엇인가요?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고


금소현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작가 때문이다.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고 울었다. 나를 울린 책의 저자가 바로 이꽃님 작가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는 작품을 읽고 크고 깊은 울림이 와 계속 좋아하던 작가였다.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 도서관에서 그 책을 발견했고, 그 책 옆에 있던 작가의 다른 책도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었고, 옆에 있던 작가의 다른 책을 골랐다. 그 책이 바로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였다. 그냥 대단해 보였다. 소설이었지만 머릿속에 장면들이 다 그려졌다. 이후 몇 번이고 내가 나에게 질문했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내가 찬이라면’에서 나의 글은 시작되었다.

 신기했다. 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말보다는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유추할 때가 많다. 그게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좋은 표정들을 보면 안심이 되었고, 조금만 정색하거나 표정이 안 좋을 때는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하나씩 다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니 내 감정 기복은 심해지고 점점 나를 궁지로 몰고 갔다. 힘들었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가 뭐였을지 생각해 보았다.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우고 이런 힘듦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찬이처럼 속마음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오와 같은 마음이었다. 가까이 지낼 방법으로 속마음을 듣고 싶었다. 처음엔 찬이가 불쌍했다. 찬이는 항상 속마음을 듣기만 했지, 누구에게 말한 적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지오가 있고, 지오에게 말하는 찬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자꾸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두 주인공이 커가는 과정,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너무 아름답게 적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책의 후반부로 가는 순간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내 마음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자리 잡았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 나에겐 이 질문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새별의 말들이 있었음에도 어른들은 그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왜 다들 새별이만 생각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마을의 미래라는 그 하나 때문이었나. 어른이라는 존재. 그 존재가 누구에겐 힘이 될 수도,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새별이에게는 힘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찬이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다는 것을 어른들은 과연 몰랐을까. 찬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는지 고민했어야 했다. 한 아이가 한순간에 부모님을 잃었는데, 어떻게 아무도 그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찬이가 지오를 만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주변에 나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내가 그 사람의 생각과 표정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나의 마음만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좋은 친구 하나, 열 친구 안 부럽다.’라는 말 다들 들어 봤을 거다. 나는 지오와 찬이가 서로에게 그런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냥 친하게만 지내는 친구가 아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런 친구.

 지오의 엄마가 수술을 끝내고 지오와 전화했을 때의 그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완치율이 팔십 프로라는데, 혹시 모를 이십 프로 때문에 널 혼자 둘 수가 없었어.”라는 이 말에서 엄마의 진심 어린 걱정과 지오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부모, 어른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지오는 처음에는 엄마 때문에 유도를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더 이상 엄마 때문이 아닌 유도를 진심으로 좋아하겠다는 말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찾는 것. 그게 정말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 아닐까. 나는 어릴 때부터 하던 운동을 이제는 그만두고 다른 진로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꿈을 찾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을 찾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몰랐다. 이 책이 마냥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에 대해 생각해 보고 부모가 가져야 하는 책임에 대해서도,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이 꼭 봄 같지만은 않다. 어떤 날은 봄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찰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여름처럼 뜨겁고 아플 때가 있고, 어떤 날은 가을처럼 쓸쓸할 때가 있으며, 어떤 날은 겨울처럼 고난을 이겨내고 봄을 바라볼 때가 있을 것이다. 지금 나의 계절은 고난을 이겨내고 봄을 바라보는 겨울이다. 앞으로의 나는 더 잘될 일만 남았고, 이미 학생 신분에서의 여름과 가을은 지나갔다. 성인에서의 나의 계절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듯 나의 인생에서 봄이 오는 날은 아직 많이 남았다. 여름처럼 뜨거워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면 시원한 맑은 냇물을 튕길 수 있는 이 책을 기억하고, 언젠가는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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