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미어캣이 된 나에게
-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읽고
정은우
최근 사춘기를 맞은 것 같다. 기분이 막 왔다 갔다 해서 울다가 웃다가 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잔소리같이 느껴진다. 나처럼 사춘기를 겪는 이 책의 인물들은 동물이 되어버린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는 주인공 태웅은 부모님과 말다툼을 한 후 곰이 되어 버린다. 맹수로 변한 아이는 야생성이 강해진다는 이유로 태웅은 곰 농장으로 끌려가게 된다. 쓸개 빠질 위기를 모면하던 태웅에게 어느 날 가족이 찾아온다. 태웅에게 있었던 일들을 알게 된 가족은 태웅을 24시간 보호한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동물화된 아이들은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태웅은 돌아간 학교에서 기린이 된 서우라는 아이를 만난다. 서우는 원래 키가 작은 게 콤플렉스였다. 키 큰 기린이 되고 나서 원래 키가 컸던 아이는 큰 기린, 서우는 작은 기린으로 불리우게 된다. 서로의 고민을 함께 털어놓은 서우와 태웅은 금새 친해지게 된다. 그때 학교에서 태웅과 사이가 좋지 않은 하이에나 상욱이 태웅의 동생 영웅을 건드리면서 큰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태웅과 서우는 상욱으로부터 영웅을 지켜내고 함께 성장한다. 그 후, 태웅과 서우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하이에나가 된 상욱이다. 동물화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태웅과 서우 같은 아이들에 비해 동물화, 즉 사춘기를 무기로 쓰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짐승 같은 행동과 성격을 벗고 진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작가가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동물화와 인간화를 겪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나는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 이 책은 나에게 매우 뜻깊었다.
태웅처럼 동물로 변한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동물로 변한다고 생각하니 늘 주변을 살피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마도 미어캣이 될 것 같다. 미어캣처럼 주변 소리에 예민해서 작은 소리만 들려도 공부할 때 경계하고 휙휙 주변을 보기 때문이다. 아마 감각이 예민하고, 선생님을 너무 완벽하고 무섭게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다. 주변을 많이 의식하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어캣이 가족과 친구와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성격이다.
만약 미어캣으로 변해버렸다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물이 된 다른 사람들을 찾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같이 동물로 변한 친구들과 협력해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 할 것 같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마찰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진정한 나를 찾고 지금보다 더 어른이 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열다섯에 곰이나리”의 태웅은 나와 공통점이 많다. 첫째, 나도 곰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엄마는 늘 “어이구, 이 곰탱이”라고 말씀하시지만... 태웅이 웬만한 일은 넘어 가려하는 것처럼 나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성적 때문에 왠지 모를 압박감을 느끼는 것. 나는 태웅만큼 압박감이 세지는 않지만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어떡하지”하고 불안해하고 압박을 느낄 때가 많다. ‘열다섯에 곰이라니’ 33페이지에 ‘육상 선수였던 애는 말이 되어서 경마장에 들어가 돈도 번다는데, 난 그저 밥만 축내는 곰이잖아. 태웅은 생각 끝에 떠오르는게 있었다..... 수학 점수 56점. 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태웅이 정말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성적 때문에 자존감이 바닥까지 닿은 것 같아서. 나는 아직 태웅처럼 성적으로 인해 자존감이 그렇게까지 떨어져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만약 그런 상황에 닥친다면 나도 처음엔 이겨내기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활동을 하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것 같다.
셋째, 문제에 맞서고 해결함으로서 성장하고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는 것. 태웅은 동물화를 겪오 나서 불합리한 일은 항의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예전에 친구와 크게 다퉜을 때, 처음에는 곰처럼 그냥 참으려고 했지만 내 마음은 계속 불편하였고, 친구와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용기를 내서 친구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고, 그제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피하기만 하기 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8살 때, 구명조끼도 없이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적이 있다. 또 한 번은, 안전벨트가 불편해서 몸을 계속 움직이던 중에 안전벨트가 꼬여 목까지 조여와서 질식사할 뻔했다. 그 때 느꼈던 공포는 지금도 생생하다. 결국 아빠가 차를 세우고, 풀리지 않는 안전벨트를 가위로 잘라야만 숨을 쉬고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구명조끼를 잘 입게 되었고, 차에서는 비교적 가만히 있게 되었다. 아빠는 카센터에서 30만원의 생각지 못한 지출을 하셨지만 말이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면서, 사춘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순간에는 공포와 불안 속에서 아무런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그저 버둥거렸지만 안전벨트를 가위로 잘라냈을 때 “살았구나.” 하고 느꼈던 안도감처럼 사춘기를 잘 보내면 숨 쉬는 게 자연스럽고 사람과의 관계도 편안해질 것이다.
내 사춘기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며 나의 피와 살이 되어줄 것이다. 또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나처럼 동물이 되어버린 친구들도 주위에 많으니 그들과 협력해서 힘든 사춘기도 잘 보내면 나에게 영양제가 되고, 피와 살이 될 것이라고 잔뜩 긴장하고 예민한 미어캣이 된 나에게 엄마는 말씀하신다.
그래! 나는 견뎌낼 것이다. 지금 나에게 온 동물화의 시기를 잘 견뎌낼 것이다. 작품 속 태웅이 곰이 되어 자신을 돌아본 것처럼, 나도 이 사춘기의 시기를 통해 더 단단해지고,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지금의 혼란과 고민을 이겨내고 더욱 성숙한 나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처럼 동물화가 된 친구들도 이 책을 읽고 서로를 이해해 보면 좋을 것 같다.
Chapter
- 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김채린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고
- 대상(중고등부) - 금소현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고
- 대상(초등부) - 송하름 /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은주 / <퀸의 대각선> 읽고
- 금상(일반부) - 허만규 / <쇼펜하우어 철학 다시 인생을 말하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정은우 /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이방인>을 읽고
- 금상(초등부) - 김서경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금상(초등부) - 박한결 / <프린들 주세요>를 읽고
- 은상(일반부) - 김경대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고
- 은상(일반부) - 박경옥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이진목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김경빈 / <소리를 삼킨 소년>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성준우 /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최효준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은상(초등부) - 강윤주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송윤재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조이서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영희 /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옥현 /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배병구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임문호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고
- 동상(일반부) - 황은주 / <완장>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배정윤 / <우리는 얼굴을 찾고 있어>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안서현 /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안형준 / <구덩이>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로은 / <남과 달라도 괜찮아>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조희경 /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 동상(초등부) - 김현진 / <어린이 삼국지>를 읽고
- 동상(초등부) - 박진슬 / <아무거나 문방구>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슬비 / <이순신은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을까>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혜원 /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정세나 / <왕자와 거지>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