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행복하고 아름다운 영혼으로 살기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읽고
이진목
책의 부제인 ‘인류 유산 프로젝트’가 내 눈길을 끌었다. 대체 무엇이 인류의 유산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8만년의 인생에게서 얻은 성과라고 한다. 그러면 8만년의 인생은 어떤 건지 재차 궁금해졌다. 저자는 1000명이 넘는 인생의 현자들이 삶의 해답으로 들려준 육성을 듣고 정리한 것이 이 책이라고 말한다. 추측건대 1000명 곱하기 80년이라는 계산이 8만년의 근거일 것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1만년에 비해 엄청 길고, 지식의 축적과 발전과정을 헤아리면 이 기간은 능히 유산이 만들어질 만한 시간이다. 더욱이 인간의 수명이 80년에 불과할지라도 이 와중에 굉장히 많은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하물며 8만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왜 하필 노년기의 사람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는지가 세 번째 궁금증이다. 저자는 70세 이상 노인들로부터 보편적인 지혜를 얻었다고 하며, 이들을 ‘인생의 현자’라고 부른다. 현자라고 일컫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연령대에겐 없는 소중한 지혜의 원천을 가졌고,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적 경험을 한 특별한 사람이기에 그렇다.
사실 과거에는 연륜의 힘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지만, 현대 사회에선 상황이 급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 이전엔 장수한 노인들을 존경하며 삶의 가르침을 받고 대접하는 걸 당연시했다. 그러나 급속한 사회,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노인의 지혜는 무시되고 젊음을 중시하는 문화적 흐름으로 인해 늙음이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즈음에 노인들을 현자로서 대우하고 평생에 걸쳐 터득한 경험과 지혜를 배운다고 하니까 다소 당황스러운 느낌이다. 혹시 시대적 변화에 역행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지만, 노인들의 풍부한 경험을 존중하고 배우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노인세대에 속한 나도 삶의 동지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현자의 자질이 부족함을 느끼고 여태껏 내가 체득한 것이 과연 다음 세대에 전할 만한 것인지도 미심쩍다. 결국 나의 경험이 깊은 숙고를 통해 발효되어 숙성된 지혜에 이르거나 삶의 지표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을 성찰하였다. 아울러 내 가치관을 뒷받침하는 신념과 삶의 방향성도 재고가 필요하다는 심적 자극을 받았다.
이 책은 잘 살기 위한 방안으로, 삶을 6개 주제로(사랑, 일, 양육, 나이 듦, 후회 않기, 세계관) 나눈 다음, 각각에 대해 5가지씩 현실적 방법론을 전개하였다. 곧 인생 문제에 대한 30가지 해답집을 마련한 셈이다. 이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살아봐야 비로소 알게 되며 시간이 흐르고 끝까지 지켜보아야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혜로운 조언은 우리 앞에 놓인 힘든 고비를 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고 행복한 삶을 향한 길로 이끌어간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직장에선 상사와 선배의 지시를 따르는 까닭도 나보다 먼저 문제와 부딪치고 해결했던 경험을 믿기 때문이다. 이같이 나이 듦을 긍정하고, 장점으로서 활용했기에 상당히 파격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정신적 욕구 보다 물질적 욕망 충족에 더 집착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갈증을 느끼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퍽 유용하다. 검증된 가치와 가치관, 삶의 기준과 원칙을 실감 나게 알려줄 뿐 아니라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의 방식까지 제시하기에, 냉큼 본받고픈 마음을 일으킨다.
아무튼 집단지성의 힘으로 발현된 삶의 교훈들을 수집하고 활용할 지식체계로서 정리한 것은 ‘유산 프로젝트’라는 이름에 걸맞다. 아쉽게도 여기서 두 가지 문제점이 엿보인다. 첫 번째는 이 지혜가 과거 시대적 경험에서 도출된 점이다. 따라서 이들의 가치관, 삶의 기준이 미래 사회에도 응용될 수 있는지는 좀 불확실하다. 아마 저자는 대부분의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과 단계가 공통적이고 세대 간에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가정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세대 간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면 제대로 적용될 수 없다. 그리고 실패든 성공이든 수많은 경험담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지혜의 원천임을 부인하진 않지만, 사례의 대다수가 사후 처방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아예 괴로움이 발생치 않도록 하는 예방책은 아니라는 게 두 번째 문제점이다. 이와 관련된 후속편을 기대한다!
문득 이전에 읽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떠오른다. 그는 고통에 방점을 찍고 행복한 인생을 결정짓는 진정한 가치는 고통을 잘 견뎌내는 인내력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행복의 가치는 고통을 줄이고 피하는 것에 달렸다고 하며, 고통의 원인 최소화를 강조했다. 그는 기쁨을 얻는데 소극적인 금욕주의적 입장이다. 반면 인생의 현자들이 주로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과 기쁨이다. 즉 쾌락주의 삶의 방식이다. 쇼펜하우어 행복관과 또 다른 점은 성숙된 삶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지 모른다. 왜냐면 80 무렵의 노인이 생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니, 지난날들은 다 삶을 마무리하기 위한 성장과 성숙의 과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단 성숙에서 끝나면 안 된다. 성장과 성숙은 삶의 완성을 위해 존재한다. 나는 생의 완성은 자아실현과 더불어 자기 초월이라고 생각한다. 소명을 인지한 후 자아실현을 하고 더 나아가 자기를 넘어선 존재로의 변신이 참된 존재가치를 발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물질적, 정신적 차원 너머의 영적인 존재에 도달하는 게 최종적인 삶의 완성이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영혼 되기’가 내가 바라는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다.
꽤 인상적인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오늘, 이곳에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야.”와 “행복하지 않다면 당장 그 일을 그만두십시오.”이다. 이 말의 뜻은 행복은 선택하는 것이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좋은 삶,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삶의 문제에 대한 답변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려면 무엇보다 소소한 일에 의미 부여하면서 삶을 즐기는 긍정적 자세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또 우주를 지배하는 ‘인과 법칙’이 인생에도 적용되므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결실도 없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함도 일깨워 주었다. 이 황금률들도 단지 아는 데 그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달리 말하면 지혜를 새겨듣고서 내 삶에 반영하고 멋진 결과를 창출하는 것은 내 몫이다. 이때 유의할 점은 비판적인 사고로서, 이 조언이 현 상황에 적합한지를 판단해서 맞고 바른 것은 수용하고, 맞지 않거나 낡은 것은 서슴없이 버려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책을 통해 내 삶의 방식을 다시금 점검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현자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지혜롭고 관대하게 살면서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실천해 보리라 마음먹는다. 세월 따라 삶의 형태는 변할지라도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삶의 정수를 간직한 유산이 다음 세대로 계속 전승되어서 훌륭한 지혜의 시대가 반드시 도래하길 소망한다. 그리고 지역별로 문화적 차이가 있으니, 우리나라 현자들의 지혜도 모아 상호 비교하면 재미있고, 보편타당성도 확인돼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지 진실로 인류의 유산인 탁월한 지혜가 전 지구적으로 널리 통용될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게 이 책은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아직 심각한 삶의 문제들을 겪지 않았고 시간적 여유도 있기에, 앞서 대비한다면 실수와 함정들을 피할 수 있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미래 삶의 질을 향상시킬지 고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나 역시 과거에서 미래까지 아우른 값진 조언을 통해 정말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노력이 요긴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입에 쓴 약이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듯이 우리 마음을 뒤흔든 이 책은 영혼 회복에 도움이 될 듯싶다.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듯 반복적으로 유익한 충고에 계속 젖는다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현명하고 밝게 변화되리라!
Chapter
- 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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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중고등부) - 금소현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고
- 대상(초등부) - 송하름 /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은주 / <퀸의 대각선> 읽고
- 금상(일반부) - 허만규 / <쇼펜하우어 철학 다시 인생을 말하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정은우 /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이방인>을 읽고
- 금상(초등부) - 김서경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금상(초등부) - 박한결 / <프린들 주세요>를 읽고
- 은상(일반부) - 김경대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고
- 은상(일반부) - 박경옥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이진목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김경빈 / <소리를 삼킨 소년>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성준우 /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최효준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은상(초등부) - 강윤주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송윤재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조이서 /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영희 /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옥현 /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배병구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임문호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고
- 동상(일반부) - 황은주 / <완장>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배정윤 / <우리는 얼굴을 찾고 있어>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안서현 /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안형준 / <구덩이>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로은 / <남과 달라도 괜찮아>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조희경 /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 동상(초등부) - 김현진 / <어린이 삼국지>를 읽고
- 동상(초등부) - 박진슬 / <아무거나 문방구>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슬비 / <이순신은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을까>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혜원 /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정세나 / <왕자와 거지>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