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560

   

- <소리를 삼킨 소년>을 읽고

 


김경빈

 

 최근에 나는 한 기사를 읽었다. 현대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많고 친구들과 관계도 신경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충격이었다. 기사 속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정하고 해결한다.’라고 생각하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었다. 돈 버느라 바쁘고, 인간관계에서 귀찮은 일 생기기 싫으니까 서로 관심 가지지 말자는 현대인들의 생각은 너무나도 슬펐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린 책 <소리를 삼킨 소년>을 읽으면서 그 신문 기사 내용의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에 책을 읽어가는 동안 우리 사회의 ‘단절’이라는 단어,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소리를 삼킨 소년>의 주인공 태의는 고작 다섯 살에 엄마에게 학대를 당했다. 엄마는 음식도 챙겨주지 않아서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눈앞에서 목을 매단 채 시신이 되어 있었다. 그 일의 충격으로 태의는 함묵증을 앓고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다. 밤에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한 태의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우연히 놀이터에서 별을 보던 중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 태의는 자신이 목격자가 되었으니 자신도 결국 살해당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범인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범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아빠의 믿음과 형사 할아버지의 조언을 얻고, 마침내 범인을 잡아낸다. 아빠와 형사 할아버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범인을 잡지 못하거나 심하면 위험에 처해 정말로 살해당했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일이 정리되고 아빠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으며 함묵증을 이겨낸다. 

 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본 영화 <원더>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이 작품의 주인공, 어기는 선천적인 장애로 얼굴이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어려서부터 또래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하고, 아픔이 생겼다. 그러나 부모님과 누나, 새 학교에서 사귄 친구와 같은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고 화려하게 학교생활을 보내며 완벽한 졸업식을 마친다. 언뜻 보면 태의와 어기, 둘 사이의 공통점은 딱히 없다. 오히려 다른 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둘의 아픔이 생긴 이유로 보자면, 태의는 유아기 때의 학대와 엄마의 죽음으로 얻은 후천적인 병이었다. 반면에 어기는 선천적인 장애로 인한 또래의 괴롭힘으로 생긴 것이었다. 또 둘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보자면, 태의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는 과정을 겪고 아픔을 극복했다. 반면에 어기는 자신을 괴롭힌 학교 친구를 징계받도록 하는 과정에서 아픔을 극복했다. 

 그렇지만 나는 태의와 어기가 한 가지 큰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주변 사람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아픔을 극복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픔이 생기고, 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홀로 아픔을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책 속에서 태의가 자주 한 말을 빌려 써 보자면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와 같은 일이다. 그 사실을 알고도 많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싫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아픔을 말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정말 외롭고 긴 싸움이 되거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결과가 생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거창한 도움일 필요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내 편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도움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우리가 서로의 도움이 되어주지 않는다. 도움을 주면 뭔가 자신이 호구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나한테 돌아오는 것도 딱히 없는데, 남 좋은 일 굳이 왜 해?’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겪는 경쟁과 급나누기로 인한 타인에 대한 막연한 질투심, 자격지심 때문도 있다. 그 감정들 때문에 서로를 외면하고 서로의 무관심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단절은 이 얼마나 외로운가.

 서로의 편에 서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이런 도움조차 이제는 인색해진 현대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들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다 같이 사는 세상에서 도움 좀 받으면 어떻겠는가. 도움 좀 주면 어떻겠는가. 현대인들이 서로에게 도움 주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라며, 좋은 일 많이 하는 따뜻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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