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563

   

책 속 물길을 찾아가는 시간 

-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를 읽고

 


박영희

 

  여름의 옷자락 끝을 파란 가을 하늘이 가볍게 잡고 색을 입히고 있다. 무더웠던 여름날은 가을과 함께 찾아든 비바람에 밀려 꼬리를 말고 멈춰 섰다. 책 제목은 작가가 깨우치고 삶을 통해 익힌 한마디를 절묘하게 함축해 담아내고 있다. 근면한 습관과 맑은 정신을 무장한 채 독서로 답을 찾아가길 당부해 준다.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시대를 막론한 수많은 증명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독서의 길 끝에 만나게 된 소중한 가치와 성공한 주인공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스며들 듯 따뜻하게 가슴에 안겨 왔다.

 

  꾸준한 모습의 실천가로 옛날 중국의 90세 된 우공이란 노인이 떠오른다. 우공이산. 어떤 일에서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우공 어르신. 꾸준히 독서를 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목표에 도달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용기를 주는 책이다. 흙을 우물에, 강을 성공에 대비해 가며 읽다 보니 독서의 재미에 빠져 한참을 헤어 나오기 싫은 시간이었다.


  저자 김윤환님의 곁에는 늘 책이 함께 있었던 것 같다. 국제신문 부사장, 부산문화재단 이사, 목요학술회 부회장,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부산불교실업인회 회장 등등. 다양한 경력의 최고봉을 이루신 분이다. 성공의 마루에 오르신 출발은 독서를 벗 삼아 길을 벗어나지 않고 정진해 오신 덕분이 아닐까 한다. 그야말로 독서의 우물을 길러 영광도서의 큰 바다에 도달하신 분이시다.


  30여 년 전, 갓 교육계라는 우물에 발을 내민 내겐 부딪히는 모든 것은 서툴렀고 늘 바쁘기만 했다. 새내기 시절부터 새로운 각오로 맞이하는 봄마다 애타게 들었던 선배님들의 말이 있다. 너만의 특별한 재주를 가져야 한다. 너가 잘하는 한 가지를 정해봐라. 너가 잘하는 교과를 선택해 전문성을 신장시켜야 한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기도 어려웠거니와 그 말이 주는 깊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때였다. 지금까지도 생생한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선배의 말이 문득 떠올라 이 책을 선택해 보았다. 시작은 제목이 이끌었지만, 마음을 치는 큰 울림과 앞으로의 내 인생길을 안전한 물길로 이끌어 줄 나룻배 노와 같은 책이 되었다.



  책의 재미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집에 책이 풍족하지 않아 학교 도서실을 찾아 아침 일찍 등교했던 여고 시절이었다. 겨울 새벽의 냉냉한 한기는 다리부터 검은 스타킹을 타고 추위가 올라왔다. 웅크린 몸을 난로 주위에서 서서히 펴며 친구와 함께 책을 읽었던 도서실의 아침 시간은 따뜻하고 좋았다. 교실 한 칸보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책의 냄새만 맡아도 안정이 되듯 편안했다. 한참 사춘기였던 그 시절 마음을 끌었던 책 중 하나는 잉카에 관한 것이었다. 관심을 두고 읽었던 잉카 부족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마음 한 부분을 슬픔으로 채우고 있다. 언덕이 석양빛을 삼킬 무렵, 페루의 민요 엘콘도파사는 찬란했던 시절의 아련함을 태우며 마음을 어둠 속으로 묻어버리기도 한다. 잉카제국의 후예가 살고 있는 페루는 가보지 않았다. 잉카 후예를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스페인어를 익히고 있다. 남미의 역사와 문화도 틈틈이 스크랩하며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기적처럼 찾아올 페루 여행을 위해 꾸준히 학습할 것이다.


  통찰력은 삶을 대하는 지평을 넓혀주고 높은 산, 깊은 강을 넘나드는 세계로 이끌어 준다. 영웅이 되어 세상을 이끈 나폴레옹, 난초를 친구에게 주고 집착에서 벗어나 무소유의 삶을 사신 법정 스님, 책으로 검서관이 된 서얼 출신 박제가. 한국을 빛내주는 방송인으로 대중들을 사로잡고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사업가의 힘은 운으로 노력만으로 단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오프라 윈프리는 수많은 좌절, 역경, 외로움, 서러움 속에서도 책을 통해 길을 찾아 우뚝 선 분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길은 이미 책 속에 있었다. 나를 이 자리, 교사로서 존재하게 만든 힘도 역시 책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다.

      

  과학의 발달과 다양한 매체의 등장은 우리를 더 바쁜 하루로 만들어 놓았다. 늘 곁에는 책보다 손길이 먼저 가는 재미난 기기가 널려있다. 찰나의 감정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쾌락의 강물 속으로 시간을 던져 보내고 있다. 성공과 명예의 삶은 이것이야라고 규정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책으로 단단해진 내공은 그동안 쌓아 올린 성공과 명예를 무시할 수도 허물 수도 없을 거라 생각된다.

 

  아들에게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기를 당부한 정약용처럼 얼마 전 아들에게 책을 택배로 선물했다. 아들은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함께 시간을 내어준 엄마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했다. 틈나는 대로 독서를 하고 있다는 아들이 믿음직스럽다.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 선택과 결정의 밑거름이 되었고 앞으로의 삶을 밝혀줄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


  나이듦은 물건이 제자리 잡듯 살아온 습관을 점점 고착화시키는 시기가 아닐까? 바람에 걸리지 않고 물길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손길 닿는 곳에 책을 둬야겠다. 아름다운 책은 삶의 모습을 더 나은 현재, 바람직한 나로 이끌어 주는 열쇠다. 흐르는 속도는 달라도 독서는 온전한 나만의 세계고 시간이다. 감성과 논리는 빙빙 돌고 싸우며 울부짖는 속에 성장하고 성숙되어 간다.

     

  내가 원하는 길, 성공하는 사람이 걸어온 길, 사랑받고 자신있게 인생을 걸어가는 길을 찾기 위해 책을 들어야겠다. 성공, 만족, 회복, 소통, 치유가 숨겨져 있는 독서의 바다로 들어가 본다. 시대를 꿰뚫고 나아간 주인공처럼 나도 나를 무대에 등장시켜야겠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나를 찾고 생을 풍성하게 가꾸어가며 흐를 수 있는지 알려 준 이 책에 감사드린다. 오늘 하루도 책 속 세상과 소통하고 책 속 진리를 만나며 멋진 가을을 책과 벗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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