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566

   

월드클래스 아들을 둔 월드클래스 아버지의 부성애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를 읽고

 


배병구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월드클래스 아들을 둔 월드클래스 아버지의 부성애”라 하고 싶다. 옛말에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라 하였다. 줄곧 이 문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날 낳으시고 어머니가 날 기르셨지 대체적으로 아버지는 육아에 크게 관여하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를 탓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 아버지를 포함하여 일반적인 한국의 5∼60년대생 아버지는 가정의 경제적인 면에 충실하고 가정의 가정적인 부분은 아내이자 어머니에게 맡겼던 것이 현실이었다. 책의 저자 손웅정 또한 1962년생으로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렸을 텐데 재미있게도 자녀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아버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이자 영국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출신의 월드클래스 선수 손흥민. 그의 아버지이자 저자인 손웅정 또한 축구선수로 활약하였다. 아쉽게도 선수 활동을 길게 유지하지는 못 했으나 현재도 유소년 축구 교육에 매진하며 축구인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그에 대한 호오 혹은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나 책을 읽으며 어떠한 가치로 삶을 살았고, 어떠한 정성으로 자식을 양육하였는지 알게 되니 하나의 단면만으로 그를 평하기는 어렵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는 강력히 말한다. 부모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긴다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할 주체성 있는 각 개인이다. 혹자는 그가 축구선수였기에 그의 아들인 손흥민이 축구 선수가 되도록 소위 말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킨 게 아닐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각은 오해이다. 그에게 있어 우연하게도 자식인 손흥민이 진심으로 원했던 바가 축구였기에 축구선수로 살았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아이는 축구와 함께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어쩌면 아비인 자신과는 달리 축구를 통해 삶의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고 길러낼 뿐이었다. 말 그대로 교육(敎育)을 하였다. 만약 자식이 원하는 바가 과학자의 길이었다면 함께 탐구하고 연구하며 공부의 즐거움을 가르쳤을 것이고, 요리사의 길이었다면 함께 재료를 다듬고 맛보며 사람들에게 요리로 행복을 선사하는 기쁨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는 다만 자식이 원했던 바, 행복한 삶을 위해 아비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였을 뿐이었다. 

  행복이라는 가치를 가장 앞에 두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크고 강고함을 그라고 몰랐을까. 그에게 있어서도 현실의 벽은 두려울 정도로 강력했지만 아이의 행복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를 위하여 불안과 초조를 이겨내고 승리했다. 내 아이가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하고, 성공해야 하고, 돈도 잘 벌어야 하고 그렇게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것은 다 부모의 욕심이라는 말이 그저 성공한 자의 뒤늦은 좋은 소리가 아닌 진정으로 폐부를 찌르는 ‘말씀’으로 여겨지는 건 그 또한 자식을 기른 부모였고 그와 같은 고민을 하였기 때문이리라. 독일로 축구 유학을 가게 된 손흥민을 위하여 생업을 제쳐두고 손웅정은 함께 짐을 싼다.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축구선수로서 독일 유학의 길은 대단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부족한 형편에 숙소도 편안하지 못 했으나 시간을 쪼개어 아들과 같이 훈련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갖추기 위해 아버지이자 트레이너로서, 삶의 매니저로서 함께 나아간다. 

  그는 말한다. 성공은 선불이라고. 성공이라는 것은 10년이든 20년이든 본인의 오랜 노력이 뒤늦게 나타난 결과일 뿐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 선수의 성공은 아버지와의 부단한 노력에 의한 필연의 산물일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그와 비슷한 말을 하였다. 누군가 아마존의 호실적을 치하하면 겉으로는 기뻐하지만 속으로는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실적이 좋다는 것은 이미 몇 해 전의 노력이 예고하는 바로, 몇 해 전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프로게이머 또한 자신의 연습량을 통해 향후 대회 성적을 가늠할 수 있으며, 연습량의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본인의 진실한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보통의 아버지, 나아가 보통의 아들이었다면 이들 부자와 같은 놀라운 노력과 성취를 이룩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뿐 아니라 나 자신을 생각해보아도 나는 손흥민과 같은 아들인가, 혹은 나는 손웅정과 같은 아버지가 될 수 있나 자문할 때 당당하게 긍정의 답을 말할 수가 없다. 단순하고 담박하지만 꾸준한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내듯 어떠한 장해 속에서도 기본을 잊지 않고 노력한 결과 위대함에 도달하였고 그래서 더욱 한 명의 독자로서 많은 것을 배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아버지가 그와 같이 나를 다시 교육해주기를 농담처럼 말해본다.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 또한 그와 같이 자녀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바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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