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내 얼굴을 찾아가는 여정
- <우리는 얼굴을 찾고 있어>를 읽고
배정윤
“어느 하나를 보고 팍 깨달은 게 아니라 전체적은 영향을 받았단 거였어”
기대를 산산조각 내는 것. 꼼꼼하게 밟아 부스러기로 만드는 것.
- 해솔
해솔이는 엄마와 떨어져서 아빠와 함께 산다. 하지만 아빠마저도 지방 근무로 한 달에 한 번 겨우 볼 수 있다. 3명이었던 해솔이네 가족은 해솔이 말대로 이제 1:1:1로 나누어져 살게 되었다. 해솔은 이 상태가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솔의 엄마는 해솔이 혼자서 지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해솔에게 자신과 살자고 제안하려고 한다. 해솔이는 이런 엄마 마음을 짐작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 상황을 매우 불편해하며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엄마와 만나지 않기 위해 엄마가 쉬는 날인 수요일에는 학원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일요일에는 약속이 있어서, 아파서 등등 여러 이유를 대며 엄마와의 만남을 피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일요일 점심쯤부터 오후 6시까지 박물관에서 하루를 보내왔다. 그러다 루아와 태희를 만나고 태희의 얼굴 찾기에 동참하게 된다.
해솔이는 루아, 태희와 다음 주 일요일에 다시 박물관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지만 루아와 태희가 약속을 지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둘이 약속을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태희와 루아가 약속을 지킬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친구 사이의 사소한 약속도 부모님의 이혼과 연관 지으며 상처받는 해솔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태희, 루아와의 관계에서도, 엄마와 아빠 사이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둘에 더해진 하나, 군더더기, 나머지’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마음 아팠다.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하늘에서도 길 잃은 느낌은 비슷했을까
- 루아
루아는 학교에서 가장 시끄럽고 요란한 아이이다. 어떤 일이든 ‘서루아’면 모두 이해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보이는 루아도 하늘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루아는 언제나 나중 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벌이고 보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 탓에 사고도 많이 일으키고,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받게 되었다.
루아가 속한 봉사 동아리의 상징은 루아가 가져다 놓은 큰 수조이다. 루아가 3학년 선배가 처분할 수조를 받아서 물고기를 풀어놓고, 전구로 수조를 예쁘게 꾸민 것이었다. 봉사와 물고기는 아무런 연간이 없지만 이 또한 ‘서루아’라서 이해되었다. 그러던 중, 날씨가 추워지자 수조를 옮겨야 했다, 동아리 부원들은 시험 기간이라는 이유로 옮기는 것을 꺼려 했지만 루아는 다음 주면 너무 추워져서 무조건 옮겨야 한다고 고집했다. 결국, 수조를 옮기기로 했는데, 루아를 포함해서 겨우 네 명이 왔고, 아픈 해솔이가 도와줘서 다섯 명이서 큰 수조를 옮기게 되었다.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오래 걸렸다. 방과 후까지 남아서 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조가 깨지고 해솔이가 다치게 된다. 이때 루아는 해솔이에게 크게 미안해하면서 자책한다.
이때 루아가 하는 말이 정말 의외였다. 신기한 게 너무 많은데, 그런 마음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고 했다. 또,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도, 몸은 계속 머물러 있는 척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루아는 주변의 눈치 따위는 전혀 보지 않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사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루아도 스스로 참고 누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늘에서 길을 잃었다는 말이 루아와 너무 잘 어울렸다,
손도 못 댈 고난이도 수학 문제가 아니라, 한 단어 한 단어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도 있는 비문학 지문처럼 느껴졌다.
- 태희
태희는 정말 모범적인 학생이다. 그리고 약간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있다. 그런데 태희에게도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었다. 태희는 엄마가 두 명이다. 네 살 전까지 살던 엄마와 네 살부터 같이 살게 된 엄마는 서로 자매라고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 있지 않아서 어떤 사연일지 정말 궁금하다. 태희는 친엄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언젠가 태희의 친엄마가 태희를 찾아온 적이 있는데, 그때 태희 대신 루아가 만나게 되었다. 루아는 태희를 찾아온 그 여자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고, 태희에게 그 여자에게서 받은 물건을 건네주자 태희는 놀라며 루아에게 화를 냈다. 그제야 루아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루아는 죄책감을 느끼며 태희에게 미안해한다.
태희와 루아가 박물관에 간 것은 태희의 얼굴 찾기 계획 때문이다. 태희의 친척인 고창 윤경렬은 토우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일본에서 3년간 토우 제작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개성 박물관 관장이던 고유섭 선생에게 일본에서 배운 것으로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인형을 만들 수 없다며 다시 배우라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경주에 가 우리나라 즉 신라의 불상들을 보면서 우리의 얼굴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태희는 그 얼굴을 보고 싶어 했고, 결국 루아, 태희, 해솔이는 경주에 가게 된다.
얼굴을 본다는 것은 결국 마주 보는 것이었다,
고창 윤경렬 선생님이 찾은 우리의 얼굴은 남산의 불상 중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불상들과 벽화, 토우, 장신구에서 발견한 우리 민족 특유의 감각이었다. 태희와 루아, 해솔이는 얼굴을 찾으러 간 경주 여행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서로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세 명의 경주 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친구들, 가족과 같은 주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창 윤경렬 선생님이 우리의 얼굴을 찾기 위해서 남산의 다양한 불상들을 찾으러 다닌 것처럼, 내 얼굴 또한, 그저 거울만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의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이고, 그 얼굴들을 통해서만 진정한 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얼굴을 찾기 위해서 서로의 얼굴을 봐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책에서 단서를 찾아갔다. 책에 “한번 발견되고 끝인 게 아니었다. 모르는 얼굴들이 마주할 때마다 새롭게 발견되는 거였다.”라는 부분이 있었다. 남산의 불상들에 관해 말하는 부분이었다. 불상들은 한번 새겨진 이후로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새롭게 발견된다고 말하는 것일까? 또, “우리는 행동했다. 행동했으니까 달라질 것이다.” 라는 말도 있었다. 우리가 행동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했든지 실패했든지, 변화가 있든지 없든지에 상관없이 우리가 반드시 달라진다면 그 흔적은 어디에 남을까. 그런 행동들이 우리의 얼굴에 남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 흔적들이 우리의 얼굴을 변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니 왜 불상이 새롭게 발견되는지 짐작이 갔다. 누군가가 이 불상을 마주한다면, 이 또한 그 사람의 얼굴에 남을 것이고, 서로 마주 보는 얼굴은 또한, 새로울 수밖에 없다. 그 불상이 내 얼굴을 비춰주니까 말이다.
근데 이게 더 낫지 않아? 답이 정해진 것보다, 뭐라도 될 수 있다는 게.
루아, 태희, 해솔이가 경주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어떤 것이든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정말 매력적으로 들렸다. 어떤 것이든지 답이 될 수 있으니, 내가 틀릴 일도, 틀린 답에 후회할 일도, 답을 못 찾아 자책할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얼굴 또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렸다. 정해지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해서, 정해지지 않는 길을 가고, 그러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도 만날 것이다, 그러면, 내 얼굴도 예상치 못하게 변하겠지. 그렇지만 어떤 얼굴이든지 내가 살아온 길에 대한 답이 될 거라는 생각에 행복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10년 뒤, 아니 1년 뒤의 내 얼굴도 예상할 수 없고 정해지지 않았다니. 이 사실이 나를 기대하게 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해솔이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길을 기대하고 있다. 모든 게 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루아는 우리 모두가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찾고 싶었던 태희는 자기 얼굴을 발견하게 되었다. 셋아 걸었던 남산의 길이 처음에는 실패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답이라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정 헷갈리면 남산의 석불을 보러 가면 된다는 해솔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길처럼 보이지 않는 길이 나와도, 길을 잃거나 헤매더라도, 내가 오답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정해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루아, 태희, 해솔이에게서 용기와 힘,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얻었다.
Chapter
- 제3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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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초등부) - 송하름 /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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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이방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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