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255

  

이순신, 하나가 되어 싸운 인간의 의지와 신념


김준범

 

우리나라에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그분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 이름 속에 담긴 고통과 선택, 그리고 신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김종대 재판관의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를 읽으며, 단순히 ‘위대한 장군’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킨 한 인간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역사 속의 영웅을 넘어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교과서였다. 

 이순신 장군은 전장에서의 용맹으로만 위대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인문적 소양과 청렴함을 두루 갖춘 관리였다. 1579년, 훈련원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던 젊은 이순신은 상관 서익으로부터 친척을 부당하게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권력 앞에 굴복했을 그 시대에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자격이 없는 자를 등용하면 진정한 능력자가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짧은 일화 속에는 공정과 정의를 지키려는 한 공직자의 양심이 담겨 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신분과 인맥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였다. 그 속에서 ‘원칙’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용기였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며, 이순신의 진짜 위대함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는 도덕적 힘에 있다고 느꼈다.

 이순신은 처음부터 성공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스물여덟 살에 처음 무과 시험에 응시했지만 낙방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다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4년 뒤 다시 도전했고, 결국 합격했다. 그가 남긴 진짜 교훈은 ‘완벽함’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완벽한 사람이라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대해진 것’이라는 문장은 지금도 마음 깊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말은 앞으로의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 될 것이다. 공부가 힘들고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나는 쉽게 포기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순신의 삶은 내게 ‘지속하는 의지’야말로 진짜 힘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조선 조정은 극심한 혼란 속에 있었고, 백성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때 이순신 장군은 나라의 마지막 방패가 되었다. 육지에서의 연패를 딛고 첫 승전보를 안긴 옥포승첩, 당포승첩, 한산대첩, 부산대첩은 임진년 제해권을 탈환한 명승부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전투는 부산대첩이었다. 당시 일본군은 조선군보다 세 배나 많았지만, 이순신은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전술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조선군은 단 6명의 전사자만을 냈고, 수십 척의 적선을 침몰시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패배 소식에 분노하여 해전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 이순신은 이 승리를 자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의 승전은 나라의 은혜요, 병사들의 공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리더십의 본질, 즉 ‘승리를 독점하지 않는 겸손’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이순신정신의 본질은 결국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의를 이긴 인간의 정신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위대한 장군조차 조정의 정치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두 번이나 파직되어 백의종군해야 했다. 특히 두 번째는 일본의 계략에 속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 어떤 장군이라도 그런 대우를 받았다면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원망 대신 묵묵히 명을 따랐다. 그리고 다시 전장으로 불려 나와 명량 해전에서 단 12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함대를 물리쳤다. 자신을 내친 나라를 위해 다시 칼을 든 사람, 그가 바로 이순신이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를 버린 공동체를 위해 다시 헌신할 수 있을까?’ 이순신은 아마도 ‘국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백성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다시 싸웠을 것이다. 그의 충성은 권력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었던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죽는 순간까지 나라를 사랑했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마지막 유언은 전쟁의 승패보다 백성의 생명과 군사들의 사기를 먼저 생각한 진심어린 말이었다. 오늘날 ‘애국심’이라는 단어는 낡고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순신을 통해 나는 애국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옳다고 믿는 일을 끝까지 지키는 마음임을 배웠다.

그 마음은 지금 내 자리에서의 성실, 정직, 책임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부든, 인간관계든, 어떤 일이든 ‘내가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이순신 정신의 현대적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도 구체적인 변화가 생겼다. 나는 늘 집중력이 약해 공부를 오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끈기와 인내를 떠올리며, ‘나도 한 번 끝까지 버텨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30분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한 시간 넘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내게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실제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순신의 끈기는 내 일상의 작은 승리들을 만들어 주었다.

 이미 많이 언급한 것 같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단하다고 생각한 이순신의 가치는 바로 끈기이다. 내가 끈기를 여러 번 언급하는 이유는, 끈기는 모든 것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재능과 노력이다. 재능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바꿀 수 없지만, 노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력을 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끈기이다. 끈기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

 이순신 장군은 개인의 영웅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이었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하늘이시여, 제발 이 나라를 도와주소서”라며 나라를 먼저 걱정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이순신처럼 자신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의 이름은 단순한 역사적 기념물이 아니라 오늘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양심의 이름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진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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