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341

    

내가 가야할 길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정석환

 

『플랜더스의 개』는 가난한 소년 네로와 그의 반려견 파트라슈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처음엔 그냥 감동적인 동화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나니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다. 단순히 슬픈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명의 소중함, 동물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사회가 약자에게 얼마나 냉정할 수 있는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벨기에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네로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할아버지와 함께 우유 배달을 하며 살아간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아이로, 화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길에서 쓰러진 개 파트라슈를 발견하고, 정성껏 치료해 준다. 파트라슈는 원래 짐을 끌던 개였고, 주인에게 학대를 받다가 버려진 상태였다. 네로는 그런 파트라슈를 가족처럼 받아들이고, 둘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예전에는 동물이 사람을 위해 일만 하던 시대였다는 걸 느꼈고, 그런 시대 속에서도 네로는 따뜻한 마음으로 동물을 대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부산에 있는 세연고등학교 반려동물학과에 다니고 있다. 반려동물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동물이나 다른 생명체에 관심이 많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동물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학교 공고지에서 반려동물학과가 있는 특성화고를 알게 되었고, 자 세히 알아본 뒤 지금의 학교에 입학했다.

사실 나는 공부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다른 친구들처럼 특정 과목에서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일반고에 가서 힘들게 공부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우며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특성화고가 나에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 선택은 내 인생에서 새로운 인연과 만남을 만들어 주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내가 배운 것을 실전에 활용하고, 자격증으로 증명하며 내 스펙을 쌓아가 는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나의 선택을 무시당하지 않도록, 후회하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

책 속에서 네로는 마을 사람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외면당한다. 화재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고, 결국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루벤스의 그림을 보기 위해 성당으로 간 네로는, 눈보라 속에서 파트라슈와 함께 껴안은 채 생을 마감한다. 이 장면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 파트라슈는 끝까지 네로 곁을 지켰고, 네로도 마지막 순간까지 파트라슈를 품에 안고 있었다.

말은 하지 못하지만, 행동으로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도 뉴스나 인터넷을 보면 학대받거나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다. 네로는 파트라슈를 이용하지 않았고, 끝까지 함께하며 진심을 나눴다. 그런 관계가 바로 내가 꿈꾸는 반려동물 전문가의 모습이다.

우리 학과에서는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의 행동과 심리, 건강관리, 복지에 대해 배우며, 사람과 동물이 서로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나는 앞으로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단순히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이 동물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플랜더스의 개』는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로 끝나는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얼마나 냉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생명을 끝까지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네로는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파트라슈는 끝까지 네로 곁을 지켰다. 그 모습은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반려동물 행동 상담사나 훈련사, 동물 보호센터 운영, 동물병원 코디네이터 같은 다양한 길 중에서, 동물과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단순히 동물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느꼈다.

네로와 파트라슈처럼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만나는 동물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반려동물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따르는 존재다. 나는 그 책임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플랜더스의 개』는 내게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 한 확신을 주었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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