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에코페미니즘, 공생, 그리고 나의 실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를 읽고
제설하
최근 들어 겨울인데도 춥기는커녕 오히려 따뜻하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 나라의 계절에서 봄과 가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먼 훗날의 이야기 같았던 기후 위기가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느껴질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는 에코페미니즘을 주제로 다루는 책이다.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과 달리 여성 해방과 자연 해방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론이자 운동을 뜻한다. 그렇다면 왜 자연 해방과 여성 해방을 함께 다루는 것일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억압한다. 이처럼 억압과 착취의 대상으로 자연과 여성은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독립된 15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관심 있는 부분부터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1부 '기후위기 시대의 에코페미니즘'에서는 점점 심각해지는 이상 기후 속에 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룬다. 2부 '흙과 자급의 기쁨'에서는 사소하게 느껴 질 수 있지만, 흙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3부 '몸의 안팎을 통과하기'에서는 인간의 편리한 삶을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썩지 않는 물건으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일상에서 플라스틱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이 글 을 적고 있는 순간에도 고개를 들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시야에 한 가득 담긴다.
과거에는 플라스틱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물과 영양소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플라스틱은 우리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왔다.
당장 어제만 해도 나는 아침을 먹을 때, 플라스틱 봉지 속에 담긴 플라스틱 용기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이제는 일상 속 세세한 부분까지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환경 보호를 명목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한 발전은 독이 되지만, 발전한 기술을 맛본 현대인에게 구석기 시대 같은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칫솔, 옷, 가구, 식기류 등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에도 플라스틱은 깊숙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를 핑계 삼아 "플라스틱은 떼어놓을 수 없다"라고 말하며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는 대상의 폭은 넓다. 우리는 서로를 희생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이 공생이다. 그리고 그런 공생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이다.
4부는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현대인들은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의 '반려'를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에게 붙여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반려동물은 우리 문화 속 깊이 들어와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그들의 생명을 책임지거나, 그들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그들의 생활 패턴을 존중하고 관심을 주며,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4부는 우리가 친숙하게 경험하는 고양이를 등장시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 인상적이었다. 에코페미니스트의 다짐 중에 "우리는 비인간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만든다", "우리는 소수자 및 비인간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한다"는 내용이 함께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책 속 박혜영 작가는 "우리의 삶은 왜 외롭고 취약해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공생과 돌봄의 관계를 회복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도시 속에서 단절된 인간관계와 생태적 위기를 함께 바라보며,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단순히 환경을 지키자는 말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의 연결을 되살리는 것이 에코페미니즘의 핵심이라는 것을 그녀의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그런 질문을 품게 되었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도 중요하게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구를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공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에 나온 공생을 위한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삶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떠올려보았다.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이전의 나의 시간 속에서 단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었다.그렇기에 스스로가 북반구와 남반구, 남성과 여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 착취와 억압이라는 구조 속에서 나도 모르게 착취하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단순히 책을 덮는 것으로 이 이야기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자발적인 환경 모임을 만들었고, 부산 청소년 기후 변화 포럼에 참여하게 되었다.
포럼의 주제는 '물건을 사(지 않)는 법'이었다. 그야말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에서 말하는 '공생'과 '돌봄'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주제였다. 우리는 '환경 문제를 덜 일으키는 물건을 사야 한다'는 기준을 중심으로, 청소년·기업·소비자 각 대상별로 실천 방안을 제안했다. 청소년에게는 '환경 실천 점수제'를, 기업에게는 환경을 우선 고려한 제품 생산과 공정, 그리고 법적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소비자에게는 방송과 문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또, 업사이클링 제품을 명품처럼 인식할 수 있는 문화적 흐름을 만들고, 누적 포인트제를 통해 친환경 소비를 장려하자는 아이디어도 함께 발표했다.
생활 속 실천으로는 '6초 캠페인'을 만들었다. 6초 캠페인은 친환경 제품을 고르고, 계산하고, 가방에 넣는 데 걸리는 6초의 시간을 의식하자는 캠페인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쇼핑 목록 작성, 제품 마크 확인, 가계부 기록, 녹색매장 이용, 바나나잎 그릇 사용, 프리마켓 참여 등 다양한 항목을 직접 실천해보며 그 효과를 체감했다.
결국 기후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만큼 에코페미니즘은 나의 삶 속에서 이전과는 달리 익숙한 단어가 될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곧 훗날 위기를 맞닥뜨린 지구에서 살아가게 될 우리 자신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가 될 지구의 수많은 이야기의 해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나는 그 실마리를 '공생'과 '돌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친구들과 함께 행동한 이 모든 과정은 나에게 큰 의미였다.
그동안의 활동들은 나로 하여금 앞으로 물건을 살 때마다 환경을 먼저 떠올 리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독서에서 끝나지 않고 여러 활동을 이어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단순한 다짐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니?" 이제 나는 그 질문에 행동으로 답하려 한다.
Chapter
- 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윤태정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대상(중고등부) - 김준범 /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를 읽고
- 대상(초등부) - 홍지은 / <야광 코딱지>를 읽고
- 금상(일반부) - 김영은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진목 / <즐기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정석환 /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를 읽고
- 금상(초등부) - 김찬주 / <가짜 독서왕>을 읽고
- 금상(초등부) - 이선한 / <곤충 탐정 강충>을 읽고
- 은상(일반부) - 남상이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일반부) - 박정도 /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말센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이은주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중고등부) - 금소현 / <바깥은 여름>을 읽고
- 은상(일반부) - 안서현 / <존재 감>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양수영 /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 은상(초등부) - 김현선 / <책 좀 빌려줄래>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재영 / <불편한 자전거 여행>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희정 / <딩신은 전쟁을 몰라요>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용우 /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소연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영희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근우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찬식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강정현 /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다원 / <왕과 사자>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서율 / <소년이 온다>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최은영 / <천개의 파랑>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홍하람 / <모모의 여름방학>을 읽고
- 동상(초등부) - 김아율 / <어린 임금의 눈물>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서하윤 / <단단한 아이>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윤지영 / <오리부리 이야기>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슬비 / <창밖의 기린>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정예교 / <잘가 나의 비밀친구>를 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