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223

    

말은 인간세상 흥망성쇠 바탕

-‘뭘 해도 잘되는 사람의 말센스(김진이, 다른상상)’을 읽고-

 


박정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란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의 말처럼 사람은 생각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지구촌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 가운데 온 세상을 지배하는 최상위 집단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품은 그러한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는 수단은 말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물론 표정이나 몸짓 등으로도 생각의 일부를 드러낼 수 있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다. 말로써만이 자신이 품은 생각이나 느낌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세상에서 말은 매우 소중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말을 잘해야 성공하고 잘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으며, 능숙하게 말하는 솜씨를 지닌 사람을 인재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말을 잘못해서 싸우거나 인간관계에 금이 가기도 하고, 실언으로 사회적 집단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속담에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고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자성어에도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이나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란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이 널리 회자된다.

 말이 이처럼 중요한데도 대다수 사람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교양이나 품격을 갖춘 말을 하는데 소홀하다. 그것을 몰라서 그런 경우도 있고 좋은 말을 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다. 

 말을 잘하는 방법은 사실상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사 무슨 일이든 불굴의 투지나 노력 없이는 성공이나 행운이 보장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들어서 기분이 좋거나 인간관계를 두텁게 만들만한 말을 제대로 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이 합당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이런 생각을 암암리에 하던 차에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현재 경인방송 아나운서로 활동 중인 김진이가 지은 ‘뭘 해도 잘되는 사람의 말센스’란 책을 접하게 돼 말의 본질이랄까 가치를 좀 더 깨닫게 됐다.

 이 책은 말의 기본부터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센스까지 담고 있다. 책에서 지은이는 “언제나 기분 좋게 여유롭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할 말 다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말센스’를 갖춘 사람이다.”고 말한다. 말센스는 분위기를 잘 읽어내고, 선을 넘지 않으면서, 편하게 대화하는 능력으로,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그리고 인생에서 꼭 필요한 감각이라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오랜 시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쳐온 지은이가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센스 있는 말의 활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화에서 좋은 인상을 주고, 불편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말센스를 얻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요즘에는 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를 많이 한다. 고운 음성을 위해 발성 트레이닝을 하고,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말의 요령을 배우고,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화술을 익히기도 하고, 호감 가는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노력을 주변에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또 가르쳐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이는 말의 기본기부터 적재적소에 쓰면 큰 효과를 얻는 센스 있는 말의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센스 있는 말 한마디로 모든 일의 출발선을 바꾸고,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가며, 불편한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가운데서 기분 좋은 하루를 선사하는 말 활용법, 우아하고 여유롭게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는 법, 간결하고 명확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법, 누구도 마음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법 등 일상에서 통용하는 사례와 함께 세밀한 말센스를 알려줘서 삶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말센스가 뛰어나다는 것은 먼저 내 마음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에너지와 좋은 생각이 가득차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고 좋은 말을 채우는 방법도 제시하여 말하는 태도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말센스를 일상의 생활에 적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호감을 얻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나 싶다.

 60대 초반인 나는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 나이를 넘기고도 사실 말주변이 별로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태생적으로 말솜씨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말투도 어머니를 닮아서 어감이 좀 투박하고 직설적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손실이 생기곤 한다.

 어려서부터 선비풍의 근엄한 아버지와 거칠고 투박한 말솜씨를 지닌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다 보니 대화의 기술을 깨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말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노력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기술이랄까 소통의 방법은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입이 열려 있으니 뒤죽박죽으로 두서없이 말을 지껄이고, 머리에 품은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말로 표현하는 기술은 부족하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말을 적게 하는 편이며 성격은 내성적이면서 조용하다. 어디 모임에 가더라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침묵을 지키는 쪽이다. 다른 이들이 조용히 있지 말고 말 좀 하라고 해도 혹시나 잘못된 말로 실수할까 싶어서 꼭 필요한 말만 한다.

 아내도 내게 “무엇이든 백 번 잘하다가도 한 번의 말 실수로 그동안 잘한 것들을 다 까먹는다”는 핀잔을 자주 한다. 그만큼 나의 말센스는 어린애 수준이고 사회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가장 부럽다. 교수나 아나운서 등 말을 논리적이면서 재치 있게 하는 달변가를 매우 존경한다. 학창시절엔 말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는데 20대 중반에 군대를 전역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말의 힘이랄까 대화의 기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대화의 중요성을 처절하게 알면서도 단지 입에 풀칠하는 것이 바쁘고 생활환경이 곤궁하다는 이유로 스피치 학원을 다니거나 대화의 기술에 관한 책을 구입해 보는 등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순을 넘긴 지금도 대화의 기술 내지는 말센스는 어린 시절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이제 35년 근무했던 직장생활에서 은퇴하고 부족한 연금으로 살고 있는 초로의 인생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센스 있는 말을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살고자 한다. 인생의 성패를 떠나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모임 분위기를 띄우며 상대방을 내편으로 만드는 말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각고의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세상 무엇이든 공짜는 없지 않은가? 우선 대화기술에 관한 책이나 신문을 즐겨 읽고 방송이나 강연도 자주 챙겨볼 생각이다. 남들은 정치나 사업을 하지 않은 이상은 말주변이 뭐가 중요하냐고 이야기하지만 인간 세상은 무엇이든 말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랴?

 나는 글은 자꾸 다듬으며 써서 글솜씨가 조금 있다는 얘기는 듣는데 글솜씨보다는 내게는 말주변이 절실하다. 말은 한번 뱉으면 다시 주워담기가 어려워서 신중히 해야 한다. 대화에 신중을 기하다 보면 말이 어눌해지고 머리에 품은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말주변이 부실하다 보니 자녀들과의 대화 기회도 희박하고 아내와의 대화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다. 아내도 나의 그런 성격을 알아서 대화를 요구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평균수명 백 세의 초고령 시대에 접어들었다. 좀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말센스 갖추는 일에 각고면려(刻苦勉勵)해서 각박한 삶에 활기가 되는 윤활유 같은 말을 나누며 행복한 2막 인생을 엮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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