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339

    

나를 안은 겨울

-『바깥은 여름』을 읽고-

 


금소현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SNS 추천 덕분이었다. 이번 연도 내 마음은 부실공사로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았다. 이런 마음을 오랜만에 책으로 달래주고 싶어 일부러 위로받을 수 있거나 눈물 나는 감동적인 책을 찾았다. 바쁜 수험 생활 중이었지만 공부와 휴대폰은 잠시 내려두고 온전히 책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해 읽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평소에 전자기기를 많이 보는 편이라 처음엔 집중이 힘들었다. 그런데 첫 장이었던 ‘입동’을 읽는 순간, 이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부모의 감정과 겪어봤던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운 그 감정이 같이 나오니 혼란스러웠지만 계속 읽으니 어느 순간 내가 위로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그 누가 자식을 먼저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알까. 헤아릴 수 없는 그 슬픔을 위로해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할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위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려 그 사람이 나로 인해 힘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위로가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나도 많은 이들의 위로를 받았지만 정작 위로가 된 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 힘들어할 때,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먼저 생각해 보려 한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삶의 이유이자 전부였기에, 그 상실은 더 큰 슬픔으로 떠밀려왔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정말 화났던 부분은 ‘소문’이었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이야기를 쉽게 떠들며, 그 말들이 사람의 삶을 얼마나 무너뜨리는지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다. 나도 남의 시선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느껴봤기에 이 상황들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자신의 이름도 다 쓰지 못하던 그 아이. 한순간의 사고로 떠난 그 아이의 기억은, 부모의 마음속 치우지 못한 서랍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지막 아직 다 적지 못한 그 이름 세글자가 부모로서는 얼마나 마음이 무겁고 미안했을지 헤아릴 수 없다. 누군가가 곁을 떠난다는 건 겪어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그 감정을 판단할 수 없는 것 같다. 곁을 떠나는 것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시 만나는 것의 여부를 떠나 나를 떠난다는 건 그리고 내가 그 떠난 사람을 그리워한다던가 화가 난다던가 감정을 느낀다는 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떠난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떠난 사람은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널 두고 떠나서 미안하다고 말할 것이고 남겨진 사람은 떠난 사람의 빈자리에 슬퍼할 것이다. 언젠가 맞이할 이별이었지만 어쩌면 빠르고 아픈 이별은 더 큰 슬픔으로 자리 잡아 계속 힘들게 할 것이다. 찬성과 에반의 이별 또한 다르지 않았다. 나는 에반이 자신을 구해준 찬성을 어떻게 생각했을지가 가장 궁금하다. 분명 자신을 구해줬고, 아플 때 병원에 가서 병명도 알아 오고 에반의 마지막을 위해서 전단지까지 돌리며, 그렇게 지내던 찬성인데. 하루하루 어쩌면 동물병원이 문을 안 열었던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찬성은 그렇게 자신이 평소에 해볼 수 없었던 것을 하면서 에반의 마지막을 미루기만 했다. 그동안 에반은 혼자 낑낑거리며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이 좀 더 빨랐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에반은 마지막에 찬성에게 고맙다고 말했을 것 같다. 혼자 그 차로에 뛰어들 때 그 마음은 복잡했겠지만,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주어 고마웠다고 인사했을 것이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되었던 그들은 찬성의 욕구 때문에 서로를 잃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돈을 벌어오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와 같이 힘들게 지내던 찬성, 어느 날에 갑자기 가족이 된 에반. 어쩌면 그들에게 운명의 마지막은 정해져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언제나 방향은

 이수와 도화. 평범한 연인 같아 보였다. 서로에게 비밀을 숨기는 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연인 사이가 끝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이들은 같은 길을 바라봤지만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야 했고 그 속에서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그 감정들이 결국 한순간에 나왔던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추운 겨울날 따뜻했던 감정들은 없어지고 한없이 차가워지기만 했다. 대화는 서로의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 대화는 많이 하면 할수록 장점만 가득하다. 대화가 줄어들수록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우리는 옆이 아닌 건너편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본다. 마지막 나의 모습은 어떤지 나의 마지막엔 누가 함께 하는지 등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나는 우리의 언어가 영원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언어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 없다. 어쩌면 그 언어를 쓰던 사람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언어를 지키고 싶어 했을 것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오묘하게 다가왔다. 이 단어는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과의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날이 올 땐 그때 내 머릿속에 남은 ‘마지막’이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해지는 그런 내용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내가 세상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 세상 밖의 자유로운 곳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싶어졌다. 그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는 각자의 길에서 누군가와 이별을 맞이하겠지만, 그 끝이 모두에게 아픔만은 아니었으면 한다. ‘작가의 말’에서 ‘오래전 소설을 마쳤는데도 가끔은 이들이 여전히 갈 곳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라는 문장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이미 끝난 이야기 속 인물들이 여전히 세상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는 그 표현이, 떠난 자와 남은 자가 모두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방향을 찾아 헤매는 존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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