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양수영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
모든 것을 잃었는데도 왜 어떤 사람은 살아남을까.
이 단순한 물음이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그 질문에 대한 인간적인 대답이었다. 절망의 끝에서 삶의 의미를 붙잡으려 했던 한 정신과 의사의 기록이자,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구한 철학적인 증언이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을 버티게 하는 힘이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의미'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정신과 의사의 참혹한 시대의 기록이 아니었다. 나에게 이 책은 인간이 가장 비극적이고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삶의 의미를 끈질기게 찾아내며, 그것을 통해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프랭클 박사는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육체와 정신이 끊임없이 파괴되는 지옥 같은 현실을 온 몸으로 겪었다. 모든 가족을 잃고,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내일에 대한 희망조차 사라진 그곳에서 많은 수감자들이 절망에 무너졌다.
하지만 프랭클 박사는 그 비극의 한가운데서도 삶의 이유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찾아 나섰다.
"이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
그 절실한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의 시작이었다.
그가 제시한 '로고테라피(Logotherapy)'는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프랭클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동기가 쾌락이나 권력이 아니라 '의미 추구'라고 말한다. 그는 자유와 인격이 모두 짓밟힌 수용소에서도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는 자유는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라고 했다. 이 말은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외부 상황은 통제할 수 없어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만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프랭클이 동료 수감자들의 생사를 가른 이유를 통찰하는 장면이었다.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어떤 이는 눈빛을 잃지 않았고, 어떤 이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바로 '삶의 목적'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희망, 완수해야 할 책임,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이유. 이런 의미를 가진 사람은 육체가 지쳐도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반대로 아무 의미도 찾지 못한 사람은 이미 영혼이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프랭클은 고통을 단순히 피해야 할 불행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은 인간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고통 그 자체가 우리를 파괴하지 않는다. 고통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우리를 만든다."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내가 겪은 불안과 실패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고통을 그저 견뎌야 할 시련으로만 여겼지만, 프랭클은 그 안에도 반드시 배움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풍요 속에서도 우리는 공허함에 시달리고, 의미를 잃은 채 방향을 잃는다. 프랭클은 "삶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했다. 인생이 우리에게 "너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삶의 무게와 방향을 동시에 느꼈다. 의미는 행복보다 단단하고, 고통보다 깊다.
책을 덮은 뒤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
예전 같으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답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이며, 진짜 이유는 '내가 감당해야 할 의미' 속에 있었다. 누군가를 돕고, 이해하고, 존재함으로써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일. 그것이 프랭클이 말한 의미의 한 형태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사회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수용소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하진 않았지만,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공허함과 의미 상실이라는 또 다른 고통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퍼진 우울과 불안, 극단적인 선택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답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책임이다. 우리가 인생에 무엇을 바라는지를 묻는 수동적인 자세를 넘어서,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책임을 부여하는지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만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 능동적인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프랭클 박사는 수용소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인간다움을 잃는지를 보았지만, 동시에 가장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로 남을 수 있는지도 보았다. 그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선택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 말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미움과 절망 대신 사랑과 희망을 선택하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의미를 찾아 나서는 용기라고 느꼈다.
이제 나는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대신 "이 일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프랭클이 그랬듯, 나 역시 절망을 의미로 바꾸는 용기를 배우고 싶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지만, 의미를 발견한 순간 고통은 더 이상 나를 삼키지 못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선택 속에서 이루어진다.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 그 모든 것이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다. 『죽음의 수용소에 서』는 내게 그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리를 가르쳐 주었다.
끝내 나는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을 잃은 인간은 무엇으로 다시 살아나는가."
그 물음에 답하려는 시도가 어쩌면 나의 삶 자체일지도 모른다.
Chapter
- 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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