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결정 잘하기
『책 좀 빌려줄래?』를 읽고
김현선
나는 결정을 잘 못한다. 왜냐하면 마음이 자꾸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햇빛이 그렇다. 나는 따뜻한 햇빛이 좋아. 그런데 너무 더우면 싫다. 그래도 더우면 엄마가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를 사 주니까 또 좋다. 안 사주실 때도 있어서 다시 싫어지고... 그래서 나는 "햇빛아 가라!" 했다가 "햇빛아 와라!" 했다가 마음이 계속 바뀐다.
이렇게 고민하는 건 그냥 그런 게 아니다. 다 이유가 있다. 나는 나중에 후회할까 봐 걱정이 된다. 이걸 고르면 저게 더 좋았을까? 저걸 고르면 이게 더 재밌었을까?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막 싸운다. 그래서 나는 결정을 잘 못하는 아이인 것 같다.
『책 좀 빌려줄래?』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친구한테 책을 빌리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까 책을 빌리는 게 아니라 책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 이야기였다. 그 아이도 나처럼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랑 비슷하다!" 하고 생각했다.
그중에서 내가 재미있었던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결정을 못하는 이야기다. 책 속 아이는 책을 고를 때 고민을 많이 한다. 나도 그렇다. 이건 재미있어 보여. 저건 흥미진진해 보여. 그래서 나는 한참 고민을 한다. 그런데 엄마는 나에게 "빨리 골라라!" 하고 재촉하신다.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 나중에 후회할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놀림이다. 놀림을 당하면 속상하고 슬퍼진다. 그다음으로 싫은 건 재촉이다. 나는 서로 존중하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게 좋다.
또 언니랑 자주 하는 거래놀이에서도 내가 하자고 해놓고는 "나한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결정을 못 내린다. 그러면 이번에는 언니가 또 재촉한다.
학교 미술 시간에도 색칠할 때 화려하게 할까, 평범하게 할까 고민하다가 시간만 다 간 적이 있다. 왜냐하면 예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책에 더 다양한 동물을 등장시켜 주세요"라는 이야기다. 나도 일곱 살, 여덟 살 때는 동물 이름들을 잘 몰라서 뭐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림책에 돛새치나 민물가마우지 같은 동물이 나오면 좋겠다. 돛새치는 멋진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고, 민물가마우지는 하늘과 물속을 오가는 멋진 새다.
세 번째는 "네가 사라지면 그리울 것들"이다. 책 속 아이는 책이 사라지면 그리울 거라고 했다. 나도 책이 사라지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그래도 책보다 더 그리울 건 내 인형이다. 나는 인형 없이는 못 산다. 인형을 안고 자고, 인형이랑 놀고, 화가 나면 인형한테 따지기도 한다.
오늘 나는 독립 책방에 갔다. 거기서 요시타케 신스케의 『벗지 말걸 그랬어』라는 책을 샀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고민도 안 하고, 후회도 안 하고, 엄마한테 재촉도 안 받았다. 그냥 딱 보고 "이거다!" 하고 샀다.
『벗지 말걸 그랬어』에는 "벗고 나서 후회하는 아이"가 나온다. 나는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짬뽕을 먹고 나서 "먹지 말걸 그랬어..." 하고 눈물이 났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시로 써 봤다.
제목: 짬뽕
중국집에 간 날
엄마는 짬뽕, 언니는 짜장
나는 짬뽕!
한 입 먹고 와앙~
엄마는 조용히 음~ 맛있다.
나는 눈물 줄줄
"현선아, 언니처럼 조용!"
조용? 언니처럼?
말도 안 돼.
언니는 짜짱인데!
한 입 또 한 입
혓바닥에 불이 나도
포기할 순 없는
짬뽕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책 좀 빌려줄까?" 하고 물어볼 거다. 진짜로 빌려 줄 건데,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돌려받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Chapter
- 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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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상(일반부) - 이진목 / <즐기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정석환 /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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