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따분함을 찾아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안함의 습격- 을 읽고
박영희
이 책은 나의 일상을 흔들 만큼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알래스카의 춥고 위험이 도사리는 속에서 겪고 느꼈던 다양한 불편함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해 가며 편안함의 추구를 위한 불편함의 감수를 설명하고 불편함의 감수로부터 편안함을 추구해 나가는 이야기로 통찰력이 가득한 글이다. 알래스카 탐험을 시작으로 시작된 불편함을 통해 삶을 인간의 본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무척 신비로웠다. 지루함, 자연과 고립, 배고픔과 음식, 운동과 몸의 부담, 죽음과 무상의 영역을 통해 현대인에게 삶의 방향과 몸으로 맞서 나아갈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하루에 평균 11시간 6분을 휴대전화, 티브이, 오디오, 컴퓨터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며 보낸다니 놀랍다. 잠시도 한가할 시간이 없다. 가볍게 연락도 하고 배고프면 배달앱을 이용해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고, 회사에 가지 않아도 원격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 필요한 물건도 언제든 수납장에 채울 수 있고 만남도 영상으로 어디서든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현대 사회는 따분할 시간도 없고 이유도 찾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댄커트는 오늘날 우리가 따분함에 대처하는 방식이 정신에 주는 정크 푸드와 같다고 말한다. 자극, 행동, 보상. 예전에는 음식이 자극 요인이었다면 요즘은 따분함이 그 역할을 하고, 행동은 유튜브로 들어가거나 자신의 뉴스 피드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것이며, 그렇게 따분함을 벗어나고 나면 들뜬 상태가 되어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게 보상이라고 한다. 이제 사람들은 힘든 것을 잘 참지 못한다. 즐겁지 않은 기분, 예를 들어 따분함 같은 게 느껴지면 예전에는 그냥 그 상태에 머무르면서 뭔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배출구를 찾아냈으나, 이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정신을 딴 데로 돌려 버린다. 생각의 시간을 주지 않고 잠시라도 생각을 멈추지 않고 즐거움의 꺼리를 찾아 나선다.
오늘날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현대의 편안함과 편의 장치의 역사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놀랍다. 알래스카의 사냥에 앞서 도니의 준비성은 철저했다. 사냥함에 있어 지역의 사냥 규정, 날씨, 지형 패턴 숙지, 동물의 생태 중 가장 예민한 감각기관의 사용, 이동 습성, 긴장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나? 여기에 수면주기, 식습관, 본능 등 하나의 목표, 즉 사냥을 위한 준비성에 경탄했다. 이런 지식은 편안함을 추구하며 얻을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타임아웃 상태를 자청한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하고 현재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와 활동을 극도로 회피하며 집이나 방에 장기간 머무르는 현상으로 사회적 문제와 급속한 기술 발달 등에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원인은 학업 취업경쟁, 불안정한 고용, 저임금 등 경제적 압박, 가족 내 갈등, 학교 부적응, 친구와의 관계단절, 치열한 경쟁, 개인주의 심화,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 사회 부적응, 왕따, 취업 실패 등 너무나 많다. 또한, 자살률 1위란 타이틀도 가지고 있으니 심각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헬리콥터 부모를 지나 작가가 말한 제설기 부모가 되어 자식만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살아가는 부모가 많다. 오로지 자식들의 미래,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이 이루어낼 수 있도록 애쓰는 부모가 아직 많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부모도 나도 더 이상 패배자가 되어 일어날 수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여서는 안된다. 지나친 경쟁, 눈치 보기, 소신이 없어지고 패배감에 놓여지다 보니 불안과 불편함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에서 많은 답을 찾을 수 있다. 오로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는 능력이다. 혼자 있을 때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도달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 새로운 깨달음을 가지고 바깥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한 발을 옮길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 있음이 따분할 수 있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외로움을 느끼는 대신, 고독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는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누리는 기회로 볼 수 있게 된다. 자신과의 관계를 튼튼히 구축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오리건주립대학교의 연구진은 줄 서기나 기다리기 같은 일상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을 가만히 견뎌내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뇌질환에 대한 저항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분함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막대한 유익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창의력이다. 따분함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찾다 보면 창의력이 발동한다.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따분함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니 따분함의 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분함을 즐기기 위해, 또는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시간대학교에 있는 호프만의 동료 학자들은 일주일에 세 번, 20분 동안 자연속에 있는 것은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확증했다. 생각이 흩어지면서 주의가 내면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가 외부로 향하면서 주변의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를 자각한다는 이 개념은 요가 수행자가 추구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며,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한마디로 명상 없는 마음챙김이라,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일 잠깐이라도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것은 훌륭한 대안이 된다며 호프만은 가장 좋은 회복 수단이 자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1회에 20분 정도 도시형 자연을 접하는 것. 핀란드 학자들도 시골 자연 환경에서 한 달에 5시간 정도를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한 달에 산책 한 두번, 소풍, 낚시, 여행, 아니면 산악자전거 타기 등, 자연에서 보낸 며칠이 정신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거다.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마음이 더 고요해지고 더 편안해지고 현재에 더 집중하게 되고 더 감사하게 되며, 한마디로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효과는 자연을 떠난 뒤에도 지속되니 자연으로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 물소리나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인공적인 소음을 들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 수준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하니 고요 속 자연을 찾아 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이 책의 울림은 나의 편안한 생각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깨우고 있다. 피할 사이도 없이 맞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순한 깨우침의 책이 아니다. 너무나 심오하고 나의 몸과 정신을 깨워 새롭게 태어나도록 만들어 주었다. 편안함 속을 떠나 본연의 나를 찾고 노출된 세계로부터 온전히 자기 자신을 느끼고 지켜 나가기 위해 불편함을 찾아보는 것도 에너지를 채우고 개인적 성장을 한 단계 높이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나를 다시 세우고 남아있는 생을 향해 따분함을 찾아 자연 속으로, 빛나는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숲속으로 나아갈 길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혀야겠다.
Chapter
- 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윤태정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대상(중고등부) - 김준범 /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를 읽고
- 대상(초등부) - 홍지은 / <야광 코딱지>를 읽고
- 금상(일반부) - 김영은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진목 / <즐기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정석환 /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를 읽고
- 금상(초등부) - 김찬주 / <가짜 독서왕>을 읽고
- 금상(초등부) - 이선한 / <곤충 탐정 강충>을 읽고
- 은상(일반부) - 남상이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일반부) - 박정도 /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말센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이은주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중고등부) - 금소현 / <바깥은 여름>을 읽고
- 은상(일반부) - 안서현 / <존재 감>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양수영 /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 은상(초등부) - 김현선 / <책 좀 빌려줄래>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재영 / <불편한 자전거 여행>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희정 / <딩신은 전쟁을 몰라요>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용우 /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소연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영희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근우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찬식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강정현 /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다원 / <왕과 사자>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서율 / <소년이 온다>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최은영 / <천개의 파랑>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홍하람 / <모모의 여름방학>을 읽고
- 동상(초등부) - 김아율 / <어린 임금의 눈물>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서하윤 / <단단한 아이>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윤지영 / <오리부리 이야기>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슬비 / <창밖의 기린>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정예교 / <잘가 나의 비밀친구>를 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