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김옥림 시인이 법정 스님을 만났을 때]
- “법정 행복한 삶”을 읽은 후
정찬식
우선 제목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고, 내 손이 저절로 책으로 향했다. 그 직후 맹렬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법정 스님의 말씀인데. 법정 스님의 삶을, 그 말씀을 묵상한 책인데. 그 맛도 모른 채 내 안에 마구 구겨 넣다가 체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하루에 10페이지씩만 읽기로 했다.
법정 스님과 행복한 삶이라. 10여 년 전에 그분의 수필들을 읽었었는데. 그 중에는 이해인 시인의 눈에 비친 법정 스님의 일화도 있었다. 스님은 식욕마저 뛰어넘으려는 둣 한 분이었다. 이해인 수녀님이 씻어온 포도를 “성난 듯이” 집어 삼키시다가 갑자기 멈추시고는, 느닷없이 삶을 논하시더니 사회의 문제와 그 해결책을 불교에서의 수도적 차원에서 논하셨다던 글이 기억난다.
김옥림 시인이 저술한 [법정 행복한 삶]은, 짧은 내 인지의 한계 내에서 해석해 보면, “무소유+α(알파)”이다. 여기서 “무소유”는 법정 스님이 삶을 통해 증거한 가치이며, “α(알파: 이후 알파를 빼고 α라 하겠다)”는 김옥림 시인의 주관이 반영된 해석이다. 내 생각에, 제목에서 드러난 “행복한 삶”은 법정 스님이 증거한 삶대로만 살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분에 넘치는 것을 소유하려는 욕심, 탐욕을 버리는 것. 쓸데없는 욕심만 버려도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리고 그 자유는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할 것이다. 내가 내 안에 식탐이 있다는 것만 스스로 인지하고, 한 발짝만 떨어져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굳이 비싼 다이어트 보조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을 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도 있듯이, 우리는 무소유를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김옥림 시인은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즉, “타인과 사회를 위해 땀과 공을 들이는 α”가 그것이다. 시인에게 있어 행복한 삶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α가 더해질 때 비로소 더욱 완벽해진다. 시인은 개인적 차원만의 초월 또는 구원을 넘어서서, 타인과 사회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영역으로까지 뛰어들어야 진정한 행복을 실현시킬 수 있음을 조용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희생과 헌신. 시인은 그것을 “사랑”이라고도 했다. 행복한 삶의 조건은 곧 개인적 차원의 초월과 구원에 타인과 세상을 위한 사랑의 가치가 합해져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요약될 수 있을텐데, 이쯤되면 나를 포함한 독자들은 짐작 가는 종교가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기독교(천주교, 개신교, 그리스 정교회 등..)이다. 교파와 형식적 교단으로서의 기독교가 아닌, 애초에 인간 예수가 전하고 가르쳤던 사랑의 메시지로서의 기독교 말이다. 앞서 언급한 α는 카톨릭 교회에서는 1962년에 있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카톨릭교회는 경직적이고 사제 중심의 교회였다. 예를 들어, 공의회 이전에는 라틴어로만 미사 진행이 가능했고, 사제들은 미사 때 신도들을 마주보고 미사를 드리지 않고 오히려 등을 지며 십자가가 걸려있는 벽을 보고 미사를 진행할 정도로 형식주의적이었고, 권위주의적이며 위압적이었다.
에서 공표한 “공동선(公同善)”을 의미한 것이리라.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타인과 세상을 위해 살다가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요즘 세상에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은 손해만 보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과 걱정이 그것이다. 나 역시 20대의 많은 날을 이 고민 속에서 방황하며 보냈다. 그런데 법정 스님과 김옥림 시인은 일찌감치 이에 대한 해답을 얻으신 것 같다. 모자란 내가 지난 20대부터 대략 30여년 간 찾아 헤매다 얻은 결론과 동일한 내용이 이 책에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있었다! 이 책의 1부의 첫 번째 내용(근원적인 “나”로 돌아가라)이 바로 그 해답이며, 3부의 주제(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기)가 역시 바로 그 답이다.
법정 스님과 시인은,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타인과 세상을 위한 삶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 본질을 알고 내 본질에 맞게 살며 삶의 중심에 내 본질을 놓기를 주문하고 있다. 이 같은 철학적 가치는 故 김태길 교수님이 자주 주장하셨던 내용이기도 하다. 또한 그렇게 살지 않으면 결코 사랑이라는 더 높은 정신적 가치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던, 그래서 인간 소외(alienation)의 비극을 낳게 된다던 Erich Fromm의 주장과 일치한다.
내게는 오랜만이었다. 밥벌이 한다고,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한다고, 그 밖에 이러저러한 핑계로 선현들의 말씀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시인들 특유의 그 놀라운 직관들을 피하느라 내 본질을 외면해 왔었다. 그 덕에 진정한 의미의 사랑-특히 타인과 세상을 위한 사랑-의 결핍이 심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그리고 그 계기가 바로 이 책이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순간이 참 감사하다.
Chapter
- 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윤태정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대상(중고등부) - 김준범 /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를 읽고
- 대상(초등부) - 홍지은 / <야광 코딱지>를 읽고
- 금상(일반부) - 김영은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진목 / <즐기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정석환 /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를 읽고
- 금상(초등부) - 김찬주 / <가짜 독서왕>을 읽고
- 금상(초등부) - 이선한 / <곤충 탐정 강충>을 읽고
- 은상(일반부) - 남상이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일반부) - 박정도 /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말센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이은주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중고등부) - 금소현 / <바깥은 여름>을 읽고
- 은상(일반부) - 안서현 / <존재 감>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양수영 /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 은상(초등부) - 김현선 / <책 좀 빌려줄래>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재영 / <불편한 자전거 여행>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희정 / <딩신은 전쟁을 몰라요>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용우 /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소연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영희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근우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찬식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강정현 /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다원 / <왕과 사자>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서율 / <소년이 온다>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최은영 / <천개의 파랑>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홍하람 / <모모의 여름방학>을 읽고
- 동상(초등부) - 김아율 / <어린 임금의 눈물>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서하윤 / <단단한 아이>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윤지영 / <오리부리 이야기>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슬비 / <창밖의 기린>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정예교 / <잘가 나의 비밀친구>를 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