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향한 나의 성찰
- 프란시스 무어 라페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읽고
강정현
나는 지금껏 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에 대해 조금도 의구심이 없었다. 그러나 솔직히 그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또 우리가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를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선거 때마다 후보를 고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전부인 줄 알았다. 프란시스 무어 라페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민주주의가 단순히 제도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앙상한 민주주의(thin democracy)'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겉으로는 선거와 시장이 활발히 돌아가지만 실제로는 시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힘을 잃은 상태라는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적잖이 놀랐다. 그녀가 예시로 든 나라가 다름 아닌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그곳의 민주주의가 점점 '기업의 이익'과 '소수의 권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위 10%의 부자들이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고 다수의 시민들은 소비자로만 남아 있는 현실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한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페는 이런 '앙상한 민주주의'와 반대로 '살아있는 민주주의(living democracy)'를 제시한다. 살아있는 민주주의란 시민이 스스로 사고하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공동체의 결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를 뜻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민주주의가 투표장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 친구 관계 속에서도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학급회 의에서 목소리가 큰 친구의 의견만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침묵하지 않고 “다른 생각도 들어보자"고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시작이 아닐까.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었다. 나는 그동안 세계화를 '좋은 일'로만 여겼다. 나라와 나라가 더 가까워지고 기술과 문화가 자유롭게 오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페는 세계화가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각국의 시민들이 점점 더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한 나라가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고 자급할 수 있는 힘을 잃으면 결국 정치적 독립도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나 역시 자급자족 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농사나 식량 문제로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곧 시민의 자립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내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나는 그동안 세상을 한 가지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힘이 센 나라'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회'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라페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권력이나 돈이 아니라 시민의 의식과 책임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떠올렸다. 정치에 대한 냉소, 댓글로만 참여하는 여론, 그리고 서로의 다른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들. 어쩌면 우리도 이미 앙상한 민주주의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살아있는 민주주의』는 단순히 정치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은 어떤 시민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대신 지켜주는 체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의 선택과 대화 속에서 만들어 가야 할 살아 있는 관계망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세상을 비판만 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나의 자리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시민으로 살고 싶다고. 친구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의 불공정에 침묵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라페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는 바로 '나'가 있다. 살아있는 민주주의란 거창한 얘기가 아닌,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 결정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일상 그 자체임을 이 책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Chapter
- 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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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초등부) - 홍지은 / <야광 코딱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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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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