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한 여름의 따뜻한 이별
홍하람
그들의 섬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모는 자신만의 섬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오늘도 꿈꾼다. 누군가의 허락이 없어도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여름을 시작한다. 모모와 달리 현실의 사람들은 자신의 여름을 시작하지 못한다. 완벽한 날씨, 매미 소리, 평상에서 사람들과 재미있는 수다를 꿈꾸는 사람. 빛을 쏟아내는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사람,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다를 보며 아름다운 장면을 꿈꾸는 사람. 괜한 핑계를 대며 꿈으로 가는 길을 회피하려는 사람 투성이인 세상이다. 그렇듯 진실은 세상에서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모모의 수레국화마을에는 나무도 숲도 수레국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마음의 아이들이 '잔디밭'이라고 부르는 축구장에는 잔디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 속 화려한 가방을 자랑하는 인플루언서도 사실 부유하지 않으며 영원한 사랑의 약속도 영원하지 않기 마 련이다. 모순 가득한 이 세상에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에두아르와의 이별도 '끝'이 아니다. 에두아르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은퇴 교사이자 모모의 특이하고도 특별한 친구이다. 에두아르는 모모에게 문학의 세상을 열어주고 모모는 할아버지에게 세상의 기쁨을 보여준다. 그들의 이별은 모모의 나이에서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이별은 세상의 이별로 정의할 수 없는 특별한 마음이기 때문에 모모는 더 강하게 세상을 나아갈 수 있다. 하늘과 벤치가 말해주기로는, 언덕에서의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새로운 여름과도 같았기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그 계절은 영원히 그들을 이어 줄 것이다.
지구를 한 번 둘러본다면, 모모같은 아이가 존재할까? 하늘과 땅 경계선 그 밖으로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잡으려 당연한 질문을 던져보고, 펼쳐낸 지도에 미지의 장소를 그려내는 건 그 아이뿐일테니까. 우리가 사는 이곳에도 그러한 어린이가 자라나면 좋겠다. 정해져있는 것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내도록 우리가 나서서 도와야한다. 지구는 넓고 둥글다. 어떤 그 누구일지라도, 그 사람을 기다리는 공간이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것이다. 혹시 그 공간 안에는 자신을 가두는 괴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 공간 자체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존재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미움의 비비람을 견디고 자신의 지대를 지켜낸 자들은 현실에서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모모는 그러하니까. 소년을 만나게 된다면 꼭 수고했다고 전할 수 있기를.
오늘의 날씨는 흐림, 다행히 비는 오지 않은 날.
에두아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시간을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슬퍼할 시간을 주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방해하는 잡념들이 생기면서 상상의 무인도에 가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의 만남은 동화책 속 어린왕자와 여우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의미를 선물하고 의미를 선물받고 추억을 함께 나누었다. 자그마한 나에게 그 분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고 계속 행운에게 기대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 편지는 전해지지 않을 거기 때문에 대신 일기로라도 간직하고 싶어서 나는 감사한 기억을 모아 오늘의 일기를 써본다. 이별을 처음 경험하게 된 나이지만 난 아직도 보편적인 '이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의 이별은 어떠할까? 답을 찾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무언가를 만나고 계속 어딘가를 걸어가야한다. 이별을 하고도 계속 그를 잊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어린왕자가 지나쳐 간 온 행성을 방문해서 그곳에 사는 어른들에게 양해를 구해볼 것이다. 답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행복했던 시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아쉬움. 그리움이란 행복하다면 반드시 따라오는 부산물, 그리움이란 행복함.... 담담한 하루에 태양은 여느 날처럼 떠오르고 내일이 되어도 여전히 변함없는 그 언덕에 누워 다시 태양을 바라본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밤이 찾아온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몰라. 다시 만나게 되는 그 날이 되면 꼭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
Chapter
- 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윤태정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대상(중고등부) - 김준범 /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를 읽고
- 대상(초등부) - 홍지은 / <야광 코딱지>를 읽고
- 금상(일반부) - 김영은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진목 / <즐기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정석환 /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제설하 /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를 읽고
- 금상(초등부) - 김찬주 / <가짜 독서왕>을 읽고
- 금상(초등부) - 이선한 / <곤충 탐정 강충>을 읽고
- 은상(일반부) - 남상이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일반부) - 박정도 /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말센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이은주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 은상(중고등부) - 금소현 / <바깥은 여름>을 읽고
- 은상(일반부) - 안서현 / <존재 감>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양수영 /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 은상(초등부) - 김현선 / <책 좀 빌려줄래>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재영 / <불편한 자전거 여행>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최희정 / <딩신은 전쟁을 몰라요>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용우 / <멸종과 이혼의 연대기>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소연 / <일단 떠나는 수 밖에>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영희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근우 /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찬식 / <법정 행복한 삶>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강정현 /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다원 / <왕과 사자>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이서율 / <소년이 온다>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최은영 / <천개의 파랑>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홍하람 / <모모의 여름방학>을 읽고
- 동상(초등부) - 김아율 / <어린 임금의 눈물>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서하윤 / <단단한 아이>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윤지영 / <오리부리 이야기>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이슬비 / <창밖의 기린>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정예교 / <잘가 나의 비밀친구>를 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