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230

    

창문 너머 세상

<창밖의 기린> 을 읽고

 


이슬비

 

 만약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살 수 있다면? 가족들과 함께 평생 지낼 수 있다면? 나는 평소에 이러한 상상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 죽지 않고 사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 검색을 많이 하는 편이다. 관련된 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렀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왠지 도서관이 더욱 더 예뻐진 것 같다. 그렇게 책을 찾으러 813.8 코너로 갔다. 어떤 책이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나의 손이 마법처럼 그 책에 가까워졌다. 표지를 보니 제목이 <창밖의 기린>이었다. ‘창밖의 기린? 창밖에 있는 기린과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기린을 구하는 내용인가?’ 온갖 생각들이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첫 장을 열게 되었다.

  이 책에 첫 등장하는 대상은 바로 에모스이다. 에모스는 우리가 지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AI이다. 그리고 ‘리버뷰’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리버뷰에서는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노화가 진행되다가 다시 젊어진다. 그렇게 죽지 않고 계속해서 살 수 있다.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게 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살 수 있다. 재이의 가족도 리버뷰에서 살기로 하였다. 그런데 재이는 리버뷰로 들어갈 수 없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시도를 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하였다. 재이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했다. 왜 자기만 리버뷰에 들어가지지 않는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에모스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혼자 지내던 재이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창밖에 기린이 서 있던 것이다. 기린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먹을 것도 주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였다. 대답을 할리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서 재이에게 AI 에모스 말고는 말을 거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소리일까? 환청을 듣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바로 기린이 재이에게 말을 거는 거였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에모스에서 자신의 뇌를 스캔해 달라고 하였다. 그 결과 재이의 뇌에 ‘브라운’이라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재이의 특별한 뇌구조 때문이었다. 재이가 어렸을 때는 동물, 식물들과 대화를 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아이로 보는 시선이 불편해서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지금은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었는데 기린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동물들이 리버뷰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 자신이 리버뷰에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실패한 이유를 모두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샬롯의 거미줄>의 ‘펀’이 생각났다. 펀도 재이처럼 동물들과 대화를 하였다. 그런 펀을 걱정을 하여 펀의 엄마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우리 모두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크면서 관심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동물과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 건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어렸을 때 동물과 소통할 수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런 적이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엄마에게 물어보았더니 2살 때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가족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나는 강아지가 내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을 했는지 양손을 허리에 얹고 한쪽 발은 바닥을 차면서 ‘혼난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다정하게 말을 거는 건 아니었지만 처음 보는 강아지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던 모습이 아닐까?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 재이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다. 창문 밖에 있는 기린과 이야기를 하고 하늘 높이 나는 새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을 수 있고 자신이 키우던 호두와 땅콩과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세상은 재이에게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살던 방식과 달라진 세상, 재이는 새로움에 눈을 떴다. 

  재이가 결국 리버뷰에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 정말로 놀라웠다. 나라면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리버뷰에 가야겠다고 대답했을 텐데……. 재이는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하여 리버뷰에 가는 것을 포기하였다. 처음에는 재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리버뷰에 들어가면 아프지도 않고, 가족과 오래오래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해보니 재이의 의견이 이해가 되었다. 리버뷰에서 산다는 것은 정신만 살아있고 육체는 의미 없는 자연스럽지 않은 어색한 삶이 아닐까? 

  재이는 동물들도 인간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이 있고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동물들과 소통을 하면서 그들을 돌보기로 한다.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지구와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들을 위해서 사용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리버뷰에 있는 가족들에게 가고 싶을 텐데 꾹 참고 창밖에 있는 기린에게 손을 내밀고 나아가기 시작한 재이를 보면서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재이는 정말 책임감이 있는 아이인 것 같다. 

  내가 재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리버뷰라는 세상,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에서 내가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어느 곳을 선택할까? 내가 동물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창문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지, 문을 열고 나아갈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항상 이 지구에서 살고 있는 한 나보다는 모두에게 두어야 할 것 같다. 나와 우리, 인간과 동물 사이의 공존, 공감,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웅이 아저씨가 자신의 반려동물 옹이만을 위하여 여러 동물을 희생 시키는 장면을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옹이 아저씨는 자신의 반려동물인 옹이를 떠나기 싫어서 리버뷰에 가지 않는다고 하여서 나는 웅이 아저씨가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웅이 아저씨는 오직 자신의 반려동물 옹이만을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만약 재이가 기린, 럭키에게 다시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야기의 결말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다. 재이는 결국 리버뷰로 떠나고, 땅콩과 호두는 재이와 떨어지게 되고, 옹이 아저씨는 동물들을 계속 연구해 많은 동물들이 옹이 아저씨 손에서 희생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재이가 럭키에게 이야기를 걸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럭키가 알려주어서 실험용으로 사용되고 죽을 뻔한 동물들을 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구 청소 정책을 하도록 만든 것도 인간이지만 지구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우리와 그 다음 세대가 잘 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생기지 않겠지만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은 할 수 있다. 방법이 없다고 문을 닫아버리거나 문 앞에서 서성이지 말고 닫힌 문을 열고 손을 내밀고 발을 내딛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지구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첫걸음이다. 

  

  지상에 남은 소라와 재이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지금은 <창밖의 기린> 한 편만 나왔지만, 다음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 만약 작가님께서 2편을 지으신다면 나도 꼭 참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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