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6969

 

"츠지히토나리의 편지"를 읽고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숭신여고 정유미

 

 

 

안녕하세요 노란편지의 주인님 

 저는 예전 당신의 집 위층에 살았던 아이입니다 제가 당신의 집 위층에 살았을 당시엔 초등학생 이었어요. 지금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니까 꽤 많은 시간이 흘렀군요. 어쩌면 당신은 나를 잊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당신이 나를 기억할 수 있을 만한 추억을 나눈 적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니 어린시절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올라 미소 짓게 됩니다. 한번은 당신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무서워 집으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쩔쩍 맸던 적이 있었지요. 집에 아무도 없어 데리러 내려와 줄 사람이 없었던 난 결국엔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소리를 들은 당신은 뛰어나와 나를 달래 주었지요. 이상하게도 그때의 당신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손은 기억하고 있어요. 따뜻하고 부드럽고 비누 냄새가 나던 손. 그런 당신에게 나는 오늘 고백을 하나 할까 합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될지 아니면 당신을 엄청 슬프게 할 일이 될지는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나는 그동안 잊고 있었고, 그만큼 미루어졌던 일에 대해 꼭 고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사과부터 하겠습니다. 어렸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고 해도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미안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지금부터 차차 밝히겠습니다. 

 

그날 역시 요즘처럼 가을로 접어드는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은 10월 초의 어느 날이었어요 나는 저학년이라서 학교가 일찍 끝났고 힘찬 발걸음으로 집으로 왔지요 대문 앞에서 당신의 집앞에 개가 나와 있지 않음을 확인한 후 막 들어설 때였습니다. 그 때 였어요. 우편함에 다소곳하게 꽂혀 있는 노란색의 편지봉투를 발견한 것은 처음엔 그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다만 너무나도 파란 가을날의 한 풍경처럼 자리한 그 편지를 본 순간 출처를 알 수 없는 설레임이 솟구쳤습니다. 그 후에 제가 어떻게 했겠습니까? 

 

그래요. 부끄럽지만 훔쳐습니다. 본래 금지된 일을 행할 때에 필요한 몇겹의 결심이나 뒤따르는 마설임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이상하다만치 자연스럽게 그거슬 손에 쥐었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보통의 발걸음으로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가, 책가방을 내려놓기 보다 더 먼저, 편지를 조심스럽게 책상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렇게 책상을 마주하고 아니 편지를 마주하고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꽤 오랜 시간 편지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로 바라보기만 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 르고 노란편지봉추는 더욱빛을 발해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주변의 공기는 더욱 무겁고 어두워져 가는 느낌에 나는 몸을 떨었습니다. 처음에 편지에 손을 댓을 때는 그것이 펼쳐놓은 이야기들을 욕심이 낫던 것은 아니였어요. 그랬기에 편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에 대해 오랜시간 고민해야 했습니다.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대신 결정했습니다. 편지를 뜯어보기로. 겉으로는 보기에도 꽤 두툼해 보이는 편지를 뜯자 역시나 노란 편지지 여장이 나왔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양의 편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도대체무슨 할말이 이리도 맣을까.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편지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편지였다, 그 편지는 꽤나 오랜 시간에 걸쳐서 쓰여진 편지였다는 것을요. 긴긴시간 당신을 생각하며 써내려갔을 편지에는 보낸이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어린 나에게도 전해질만큼 그 마음은 굉장히 진실했습니다.지금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내가 훔친 것은 단순히 편지 한 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디선가 당신을 그리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 내려갔을 어떤 이의 진실된 마음을 훔쳤고, 또 그 마음의주인인 당신의 인연을 훔쳤습니다. 나는 당신과 편지를 보낸이의 인생의 일부분을 훔친 거나 다름 없었습니다. 변명할 여지조차 없는 아주 못된 것을 저질렀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린 마음으로 편지 한통을 훔침으로서 내게 돌아오는 죄책감의 무게를 견디기에는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늑었지만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오래전 당신이 받았어야 할 편지를 대신할 수 없겠지만 이 편지를 보냄으로 내가 가로챘던 당신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돌려 드리고 시픕니다.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인생에서의 날들 더욱 행복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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