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6746

 

"미실"를 읽고 

부산시 동구 수정3동 동여중 최지혜

 

 

 

내가 처음 미실에 대해 들었을 때는 몇달 전 이었다. 친구가 읽고있어 내용을 물어보니 `그냥 옛날에 위대한 여자이야기야`하며 신사임당과 같은 인물을 떠올렸었는데, 이런 나의 생각은 내가 책을 사고, 미실이란 인물을 만남으로써 달라졌다. 

 

오랜시간 동안 땅과 흙과 바다에 묻혀 있던 미실을 만나는 일은 매우 즐거웠다. 나는 책을 읽어나간 이틀 동안 천 오백년 전 신라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 `미실`을 아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답지만 강한 여인, 미실. 한 바닥을 읽고 미실이 나오는 꿈을 꿨고 반을 읽고 내가 미실이 되어 꿈을 꿨다. 

 

이렇듯 미실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다가왔다. 미실은 내가 생각해왔던 정숙하고 정조관념이 투철한 신라의 여성상을 가벼이 무시했다. 미실의 아름다움에 반해 허우적거리는 사내들을 보며 한심해함을 마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깟 미모가 뭐길래.`하는 생각들은 수시로 내 머릿속을 쏘다녔다. 하지만, 천천히 읽고 미실과 함께 느낌을 공유하면서 남자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미실은 그녀의 외양뿐만이 아니라 당당함과 대범함으로도 충분히 남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었다. 솔직히 책을 읽을 때 너무 `미(美)를 강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미실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찬하는 것 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미`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 아름다움은 모든 걸 용서한다는 말은 `그리 예쁘지 않은 편`에 속하는 나의 기분을 살짝 나쁘게 했고, 능력이 아닌 미색으로 남자를 홀려 권력을 장악했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심사평에 김형경 소설가는 미실을 통해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고했다. 물론 이런 뜻으로한 평은 아니겠지만 `그러면 미색으로 남자를 권력을 차지하는게 여성의 본질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미실》을 미로써 평가한다면 `미색이 뛰어난 여인이 남자들을 휘어잡아 권력을 가지게 되는 식상한 소설`이 되지 않나 싶다. 

 

미실의 외양보다도 내면적인 아름다움과 파워도 좀 더 부각시켜 나타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외양에 관심을 많이 쏟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현대에는 다소 맞는 듯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성(性)은 물론이거니와 사랑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15살의 여자아이에게는 턱없이 어려운 소설이었다. 

 

색과 색공이란 단어를 몰라 사전과 인터넷을 뒤지며 같은 부분을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성교의 적나라한 묘사는 얼굴을 붉게 달아오르게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 가득 담겨있는 불안함과 긴박감을 놓을 수 없었다. 천천히 전진해 나아가는 미실의 모습은 꼭 줄타기를 하는 듯 했다. 시간을 돌린 아주 짧은 이틀동안 나는 신라시대의 한 여인이 되어 미실을 마주하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여자`라 함은 수동적이고 퇴영적으로 느껴지건만, 미실은 오히려 능동적이고 진취적이었다. `미`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던 신라의 역사 한 편에서 미실은 이미 현대적 여성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미루어 말하자면, 미실은 여성의 인권을 한층 더 높이고 빛나게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였을까, 아님 너무나 강해서였을까 내게 《미실》의 결말은 여느 다른 소설의 결말보다 더욱 쓸쓸하게 와닿았다. 무언가를 얻기위해 애를 쓰고 노력하고 갈망하다 결국 모든걸 놓고 조용히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우리와 너무 닮은 모습. 어쩌면 내가 《미실》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결말이 더욱 쓸쓸하고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미실이 부러웠다. 물론 권위와 그녀에게 모든 걸 바친 많은 남자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할머니 `옥진`때문이었다. 나의 주위에는 진실되게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어떤 길이 가장 바른 길인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변변찮은 친구들의 `공부해라`는 듯한 충고를 주는 이들 뿐. 옥진같은 벗과 스승이 있다면 이 세상 외롭고 무서울 게 뭐가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옥진을 신으로 받드는 미실의 행동을 인정한다. `신`이란 자신이 믿고 존경하여 받드는 존재일 터, 나의 주위에 옥진과 같은 인물이 있다면 나도 미실과 같이 하였으리라. 

 

소설속에서의 미실은 참으로 아름답고 위험했으며 충격적인 인물이었다. 천 오백년 전의 역사 한 켠에서 시들어 가고 있던 여인을 들추어 내어 숨을 불어넣은 작가가 놀라울 따름이다. 우아하고 화려한 문체에서 미실은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요즘 크게 수축되었던 여성의 인권이 다시 활개를 펼치고 있다. 남존여비사상으로 들끓고 있던 대한민국에 여성들의 발언권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남성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지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 

 

점점 커져가는 여성의 자리와 확대된 인권이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 새로운 남녀평등의 사회를 기대해 본다. 이 책을 급하게 읽은 감도 없잖아 있다. 두 번 읽었지만은 아직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지금 읽고 있는 `우울과 몽상`을 다 읽으면 다시 《미실》을 정독해 볼 계획이다. 화려한 빨간표지의 책에서 다시 한 번 미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꽤나 큰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동안 미실을 마주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 옛 신라의 모습에서 우리 삶의 모습까지 나의 피와 살이 된것들을 보면 뿌듯하다. 다시 한 번 미실을 돌아보며, 미실과 같이 당당한 인물이 되리라. 마음을 굳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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