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7704

 

배움은 곧 삶을 이루어내는 것 - "인생수업"을 읽고

부산진여고 3학년 이혜선

 

  

 

창 밖을 보고 있는 나는 갇아두었던 그 모든 것을 풀어버리고 진지하고도 따뜻한 생각으로 다시금 내 마음을 정화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저 먼 산을 바라보며 길지도, 짧을지도 모를 시간 개념없는 나만의 공간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사람들은 늘 시간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벗어날 수도 없을 뿐더러 벗어나고 싶지도 않다. 그 궤도에서 멀어지면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21세기를 지배하는 우리들은 너무나 죽음 앞에선 터무니 없는 존재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애써 죽음을 잊어보려, 외면하려, 그 욕심에 지나쳐 시간이라는 궤도를 더 빨리 수레를 돌리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늘 가슴에 끼고 다녀야 할 '바쁘다'를 이용하여 하루를 열곤한다. 도로의 차들은 빠른 속력을 즐기며 순식간에 한마디 말없이 지나가 버린다. 이것이 바로 내가 살아온 방식이자 같이 보고 온 세상이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차가운 냉기를 다시 들이쉬고 내쉬는 나의 발걸음은 한 치의 빈틈없고 확실한 박자로 걷는다. 

 

시간을 빨리 돌린 사라들이 지금 보여진 부작용은 꼭 로봇이 깁스 난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무언가에 쫓겨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두려워 잊고자 하는 그들의 작고 매서운 눈을 가진 나의 본 모습, 허물은 벗겨낸 얼굴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차가우면서도 고속적인 이미지로 변해간다. 한참 세상에 대해서 알려고 할 때 나는 『인생수업』을 쥐고 보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인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난 거지? 삶이 주어진 것은 뭘까?' 해답을 찾으려 애를 쓰면 쓸수록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결코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1 8년 동안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길래 이러한 해답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 하고 한동안 충격의 틀에서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인생수업을 통해서 난 그 해답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몰라서 알았던 게 아니라 알았는 데 잊었다는 것. 다만 그것을 기억했다는 것이 이 수업이 주는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수업은 내가 생각한 사고가 어떻게 잘못된 씨앗을 뿌리고 쓸모없는 열매를 맺고 있었는지 확실히 내 생각을 찢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프기보다는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시작과 끝은 분명하게 빛을 띄게 된다. 끝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냐에 따라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마지막 장식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일 것이냐, 아니면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보낸 지난 날을 후회하면서 살것이냐로 나뉘게 된다. 

 

결코 죽음은 마지막까지 어려운 선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한 글자에 그 모든것을 버릴 수 있는 작고 작은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수업에서 말해주엇다. 우리가 태어나는 그 순간, 우리는 삶이라는 학교에 예외없이 등록하게 되었고 그 수업을 완벽히 마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지긋한 육체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을, 이 말은 시작과 동시에 끝날 때까지 마음속에 지녀야 급훈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학교라는 사회속에서 숨통을 조이고 눈치를 보며 공부하는 내 자신이 나와 나의 삶에선 너무 약한 배움이라는 사실조차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내게 많은 배움을 준 인생수업은 끝까지 나의 긴장과 양심을 놓아 버릴 수 없었다. 그것을 손에 꼭 쥐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던 내가 지금 돌아보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너무나 많은 사정과 고민과 많은 일정속에서 눈이 뜰새없이 바쁘다.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 거야, 시간은 없어' 하며 현실을 한탄하고 비판한다. 이런 현상은 지금 나로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삶은 소박하고 더 위대한 숙제만을 요구한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라게 되었다.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가 전부 삶이 준 과제이자 자신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와도 같았다. 

 

처음엔 너무 허무했다. 학교 수업에 지치며 받치고 긁히고 허물어진 초췌한 내가 인생수업이란 말로 다가온 책이 고작 이런 쉬운 단어로 학생인 내게 다가왔을까 하고 실망도 했다. 그러나 역시 수업은 숨돌릴 시간도, 화낼 수 있는 시간의 틈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곧 알게 됐다. 이는 너무 쉬운게 아니라 숙제다라고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려웠더 것이다. 

 

인생이란 첫 글자에 눈 뜰 수 없는 맹인이 되어져 버린 나에게 삶이란 또 다른 새롭고 낯선 말이 뻣뻣하게 굳어져 있던 무릎까지 꿇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생각을 묻고 이어지자 잠시 멈추고 다시 바깥을 보았다. 아까와는 변한게 어느 하나도 없었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이 바뀌었을 뿐이였다. 

 

삶은 우리에게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용서, 행복만을 남기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였구나, 그동안 우리가 너무 심각하게만 살았어! 내 삶이 너무 아까운 거였어 라고 머릿속에 되새김질 하였다. 하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결코 내가 이 과제를 하기엔 늦기 않았구나라는 것을..... 이것을 그냥 배움이다. 여기에서 주인공은 없었다. 여기서 주인공은 바로'나'이고 내가 펼쳐야 할 주인이다.

 

수업은 내게 그런 존재로 와주었고 그런 나는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인생이 준 삶은 내가 학생이라는 더운 가발은 벗겨 주었다. 배움은 배움일 뿐 무언가 큰 뜻도, 무언가 아주 작은 것도 주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그런 수업이였다. 질문과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 그리고 죽음이란 종착점에 마지막 열차에 그 중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품에 탈 수 있도록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후회하고 과거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현실속에서 인생을 즐기며, 과제를 자유로이 느끼며 살아야겠노라고 또 작은 다짐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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