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왜 다시 "무소뿔"인가?
초판 개정판 개정신판으로 거의 20여년을 관통해 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많은 이유에서 동시대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우연인지 복고인지 시대적 상황이나 정치는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없는 실소이며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삶의 문제 인생의 질곡으로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불안 요소이다. 레퍼토리가 바뀔 이유는 별로 없다. 여자들은 여전히 말대꾸(?)를 하고 남자들은 요컨대 아직도 “제발 말대꾸 없이 그냥 단 한 번 만이라도 알았다고 대답할 수 없냐”고 역성을 낸다.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돈만 있으면 사이좋게 동거가 가능할 것 같았던 일과 육아는 시간이 얼마가 흘러도 아직도 남자와 여자간의 사랑과 전쟁이다.
“소설 주인공인 혜완과 영선 경혜가 대학을 다니던 때로부터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그들의 딸들이 대학을 다니거나 또는 이미 졸업하고 일과 사랑이라는 그 엄마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30년 사이에 엄마들과 딸들 앞에 놓인 고민의 내용과 강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타깝지만 본질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혜완들을 괴롭혔던 문제는 그 딸들에게도 여전히 심각하고 버거운 실존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근 30년 전 혜완들이 대학에서 이론적으로 ‘학습’했던 성적 평등은 현실로 몸을 바꾸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엄마들을 울렸던 문제는 그 딸들의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을 뽑아내고자 버티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재차 발문에 수고해준 《한겨레》 문학전문기자 최재봉의 진단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의 질문 마냥 “첫 출간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메시지와 울림이 여전한 효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의 행운인가 불행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행운이자 동시에 불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시대의 불행을 자양분 삼아 잉태되고 또 존속하는 문학의 역설적인 행운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사적 혹은 시대적 그도 아니면 인간의 존재론적 성찰의 계기로서 다시 한 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펼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작가의 당부를 응원삼아 건네는 일독의 작품
소설의 시대적 배경으로 산술하면 30년이 다 지나가는 현재 작가는 그 시대 혜완과 영선 경혜의 삶을 들여다봤던 우려만큼이나 이제는 다 자란 딸의 사회 진출을 걱정하며 밥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크게는 달라질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일까. 씩씩하게 인턴 사원 첫 출근을 나서는 딸아이의 뒷모습은 묘하게 개정 신판 작가 후기를 쓰기 위한 용도로 출력해 놓은 이 책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오버랩된다. 그리고 여전히 먹먹한 이런 대화.
“가정과 일 아이와 자아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가 있을까 엄마?”
“간단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일을 하려면(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려면) 누군가 뒤통수에 총을 겨누는 가운데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하고 택시를 타고도 늘 뛰어가고 있으면 돼.”
그러면 딸은 잠시 입을 뾰쭉 내밀었다가 대답한다.
“그러면 역시 가정과 일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거야? 둘 다 가질 수 없다고? 난 그러면 일하고 싶어. 집에서 애만 보고 밥만 하는 건 싫어.”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하지만 그러고 난 후 내 나이가 되면 밀려드는 허무 때문에 너무도 깊은 늪에 빠져야 할 거야.”
딸은 젊은 내가 세상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버럭 화를 내며 묻는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하라구?”
나는 대답한다.
“미안해 그건 선택이야 오로지 너만의.”
20여년 전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들과 나누었던 삶의 대화는 대상이 딸로 바뀌었을 뿐 지금도 실체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답 하나는 명료하다. 그 시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했던 그 자각만큼이나 분명한 “오로지 너만의 선택”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당부와 더불어 건투를 빈다. 이런 마무리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제목은 불경에서 내가 인용했고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내 출세작의 제목이며 기쁨과 영광만큼 수많은 모욕과 슬픔을 가져다 준 구절이지만 여전히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며 또 그 혼란 중에도 등불처럼 내게 의지가 되어주는 이상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해둔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딸들 건투를 빈다!
혼자서 가는 사람들이 많으면 실은 함께 가는 길이다."
▣ 작가 소개
저 : 공지영
孔枝泳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를 쓰고 착한 여자로 살면 결국 이렇게 비참해진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그녀는 7년 간의 공백기를 가지면서 선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확신을 갖고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그녀는 공백기 이후 『별들의 들판』을 내고 나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랑 후에 오는 것들』『즐거운 나의 집』 등 정력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 이르러 그녀는 역사나 지구 환경 정치 같은 거대한 것들이 아니라 작고 가볍고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풀잎이나 감나무 라디오 프로그램 반찬 세금 같은 이야기를 정말 ‘깃털처럼 가볍게’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워져도 공지영의 글은 사회 문제라는 단단한 바닥에 닻을 내린다. 가벼운 이야기 읽히기 쉬운 이야기를 쓰는 듯해도 우리 사회의 모순과 편견 불균형에 대한 자각이 느껴진다. 다양한 소재로 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체로 보다 가볍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을 향하면서도 그녀만의 중심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녀의 오랜 독자들은 여전히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 주요 목차
나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사실뿐이다
한 소녀가 울고 있다
절대로 어차피 그래도
저 오욕의 땅을 찾아
짐승의 시간들
외로울 때 줄넘기를 하는 여자
그것은 선택이었다
불행하지 않다
아내 정부 그리고 친구
초여름 날의 장미
어머니라는 이름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
어머니가 생각한 딸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노을을 다시 살다
누추한 선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발문 | ‘끝내는’ 남자들과 함께 걸어가기 위하여
개정신판을 펴내며
왜 다시 "무소뿔"인가?
초판 개정판 개정신판으로 거의 20여년을 관통해 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많은 이유에서 동시대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우연인지 복고인지 시대적 상황이나 정치는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없는 실소이며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삶의 문제 인생의 질곡으로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불안 요소이다. 레퍼토리가 바뀔 이유는 별로 없다. 여자들은 여전히 말대꾸(?)를 하고 남자들은 요컨대 아직도 “제발 말대꾸 없이 그냥 단 한 번 만이라도 알았다고 대답할 수 없냐”고 역성을 낸다.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돈만 있으면 사이좋게 동거가 가능할 것 같았던 일과 육아는 시간이 얼마가 흘러도 아직도 남자와 여자간의 사랑과 전쟁이다.
“소설 주인공인 혜완과 영선 경혜가 대학을 다니던 때로부터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그들의 딸들이 대학을 다니거나 또는 이미 졸업하고 일과 사랑이라는 그 엄마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30년 사이에 엄마들과 딸들 앞에 놓인 고민의 내용과 강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타깝지만 본질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혜완들을 괴롭혔던 문제는 그 딸들에게도 여전히 심각하고 버거운 실존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근 30년 전 혜완들이 대학에서 이론적으로 ‘학습’했던 성적 평등은 현실로 몸을 바꾸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엄마들을 울렸던 문제는 그 딸들의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을 뽑아내고자 버티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재차 발문에 수고해준 《한겨레》 문학전문기자 최재봉의 진단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의 질문 마냥 “첫 출간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메시지와 울림이 여전한 효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의 행운인가 불행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행운이자 동시에 불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시대의 불행을 자양분 삼아 잉태되고 또 존속하는 문학의 역설적인 행운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사적 혹은 시대적 그도 아니면 인간의 존재론적 성찰의 계기로서 다시 한 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펼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작가의 당부를 응원삼아 건네는 일독의 작품
소설의 시대적 배경으로 산술하면 30년이 다 지나가는 현재 작가는 그 시대 혜완과 영선 경혜의 삶을 들여다봤던 우려만큼이나 이제는 다 자란 딸의 사회 진출을 걱정하며 밥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크게는 달라질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일까. 씩씩하게 인턴 사원 첫 출근을 나서는 딸아이의 뒷모습은 묘하게 개정 신판 작가 후기를 쓰기 위한 용도로 출력해 놓은 이 책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오버랩된다. 그리고 여전히 먹먹한 이런 대화.
“가정과 일 아이와 자아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가 있을까 엄마?”
“간단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일을 하려면(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려면) 누군가 뒤통수에 총을 겨누는 가운데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하고 택시를 타고도 늘 뛰어가고 있으면 돼.”
그러면 딸은 잠시 입을 뾰쭉 내밀었다가 대답한다.
“그러면 역시 가정과 일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거야? 둘 다 가질 수 없다고? 난 그러면 일하고 싶어. 집에서 애만 보고 밥만 하는 건 싫어.”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하지만 그러고 난 후 내 나이가 되면 밀려드는 허무 때문에 너무도 깊은 늪에 빠져야 할 거야.”
딸은 젊은 내가 세상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버럭 화를 내며 묻는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하라구?”
나는 대답한다.
“미안해 그건 선택이야 오로지 너만의.”
20여년 전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들과 나누었던 삶의 대화는 대상이 딸로 바뀌었을 뿐 지금도 실체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답 하나는 명료하다. 그 시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했던 그 자각만큼이나 분명한 “오로지 너만의 선택”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당부와 더불어 건투를 빈다. 이런 마무리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제목은 불경에서 내가 인용했고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내 출세작의 제목이며 기쁨과 영광만큼 수많은 모욕과 슬픔을 가져다 준 구절이지만 여전히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며 또 그 혼란 중에도 등불처럼 내게 의지가 되어주는 이상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해둔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딸들 건투를 빈다!
혼자서 가는 사람들이 많으면 실은 함께 가는 길이다."
▣ 작가 소개
저 : 공지영
孔枝泳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를 쓰고 착한 여자로 살면 결국 이렇게 비참해진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그녀는 7년 간의 공백기를 가지면서 선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확신을 갖고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그녀는 공백기 이후 『별들의 들판』을 내고 나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랑 후에 오는 것들』『즐거운 나의 집』 등 정력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 이르러 그녀는 역사나 지구 환경 정치 같은 거대한 것들이 아니라 작고 가볍고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풀잎이나 감나무 라디오 프로그램 반찬 세금 같은 이야기를 정말 ‘깃털처럼 가볍게’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워져도 공지영의 글은 사회 문제라는 단단한 바닥에 닻을 내린다. 가벼운 이야기 읽히기 쉬운 이야기를 쓰는 듯해도 우리 사회의 모순과 편견 불균형에 대한 자각이 느껴진다. 다양한 소재로 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체로 보다 가볍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을 향하면서도 그녀만의 중심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녀의 오랜 독자들은 여전히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 주요 목차
나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사실뿐이다
한 소녀가 울고 있다
절대로 어차피 그래도
저 오욕의 땅을 찾아
짐승의 시간들
외로울 때 줄넘기를 하는 여자
그것은 선택이었다
불행하지 않다
아내 정부 그리고 친구
초여름 날의 장미
어머니라는 이름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
어머니가 생각한 딸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노을을 다시 살다
누추한 선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발문 | ‘끝내는’ 남자들과 함께 걸어가기 위하여
개정신판을 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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