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 출판사 리뷰
소설은 시대의 풍향계에 비유된다. 우리 시대에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 가장 발언권이 없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또 그래야만 그 문제성을 인정받는 장르가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에는 항시 그 시대의 상징 질서가 원초적으로 억압하고 은폐하는 ‘쓸모없는 실존으로 격하된 존재’들의 아프고 무시무시하고 외설적이면서도 기묘한 목소리들이 들끓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장 문제적이며 문학적인 작품으로 합의된 작품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올해의 문제소설]은 매년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들 가운데 선정된 문제작들의 선집이다. 1994년부터 해마다 발간되어 우리 소설이 한 해 동안 이룬 성과를 정리하고 시대와 문학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 기여해왔다. [2016 올해의 문제소설] 역시 1년 동안 발표된 중·단편 소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12편으로 구성되었다.
대학과 문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 연구자들이 집필한 작품 해설은 이 문제작들을 이해하는 데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한국 소설문학의 현재에 대한 차가운 분석과 미래에 대한 뜨거운 희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은 소설을 공부하는 문학도에게뿐 아니라 소설을 즐기는 일반 독자에게도 깊이 있고 풍요로운 소설 읽기의 체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 머리말
매번 반복되는 일이라 그 자체는 신선하지 않지만 그 반복에 깃든 의미를 따져보면 또는 그 반복 속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의미화하면 그 어느 것보다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가하는 일들이 있다. 전국의 대학에서 한국 현대소설을 읽고 맥락화하고 가르치는 교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매년 그해의 문제작을 골라내고 그 문제작에 스며 있는 문제성을 규명하는 책 [올해의 문제소설]을 내는 일 또한 그러하다.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는 2002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올해의 문제소설]을 내왔다. 매년 행해지는 일이라 ‘작년에 나왔던 책이 올해 또 나왔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연례행사처럼 반복되어 출간되는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소설은 비유를 사용하자면 시대의 풍향계다. 그것도 아주 예민하고 예리한 풍향계다. 소설은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제도나 형식보다도 발언권도 없고 어렵게 발언해도 어느 누구도 들어주는 이 없는 계층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또 그래야만 그 문제성을 인정받는 장르이다. 그래서 소설에는 항시 그 시대의 상징 질서가 원초적으로 억압하고 은폐하는 ‘쓸모없는 실존으로 격하된 존재’들의 아프고 무시무시하고 외설적이면서도 기묘한 목소리들이 들끓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떤 병증을 앓고 있으며 때문에 현존재들이 어떤 윤리로 다시 태어나야 보다 열린사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대를 앞서 나간 문제의식이 날 선 채 웅크리고 있는 형식 그것이 바로 소설인 셈이다. 그러므로 한 해의 문제작을 뽑고 맥락화하는 일은 단지 뛰어난 소설 몇 편을 골라 한자리에 묶는 것 정도에 의미가 그치지 않는다. 그 일은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으며 점점 더 빠르게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이 열차를 멈추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떤 윤리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절박하고도 근원적인 성찰을 행하는 일과 같다 그렇다면 [올해의 문제소설]은 현재에 대한 차가운 분석과 미래에 대한 손대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희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바로 그 책에 다름 아니다.
은폐된 시대의 아픔을 읽어내고 그 아픔을 이겨나갈 길을 찾는 일은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므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을 발간한다.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은 2014년 겨울부터 1년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뽑아내고 슬며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검토하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가장 문제적이며 문학적인 작품으로 합의된 작품을 정선해 엮은 책이다. 그런 까닭에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은 해당 기간에 발표된 작품 중 가장 기묘한 그러니까 현재의 상징 질서로는 포착되지 않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외설적인 새로운 징후들을 예민하게 포착한 현단계 소설의 정점들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자 한국소설의 전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올해는 유난히 독자(獨自)의 목소리로 무장한 개성적인 작품들이 많아서 이 소설들 안에서 어떤 분명한 경향성을 읽어내기가 힘들다. 그래도 추상도를 높이면 그 어떤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추출해볼 수 있는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수록된 소설들의 공통분모는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문학 특히 한국소설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굳이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명제가 아니더라도 세월호 사건 이후로 서정시를 쓰는 것은 다시 말해 이전의 문학 행위 그것을 반복하는 일은 무책임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수많은 순진무구하고도 선한 존재들을 한순간에 죽음으로 내몰고도 그 어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사건이 세월호 사건이 아니던가. 그 결과 악의 평범성을 목도한 정도가 아니라 평범성의 악을 발견하고 전율한 사건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한국소설이 이전의 세계에 고착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한국문학의 퇴행의 징조라고 볼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국소설은 소설이라는 형식이 짊어져야 할 고행의 길을 충실히 걷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소설은 미세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수록된 소설들의 경우는 그 변화의 징후가 역력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소설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그러니까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수록된 소설에서 눈에 띄는 특이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평범성의 악에 대한 문제. 세월호 사건 이전의 한국소설은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우리 사회의 예외적인 존재들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앓고 있는 자 악한 자들을 집중적으로 그리면서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소설의 초점은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상징 질서에 순종하는 신체들 자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셈법과 기억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인식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나 할까.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특이점은 첫 번째 특이점과 연관된 것으로 죄의식 혹은 죄책감에 대한 보다 철저한 문제의식이다. 이제 한국소설은 직접적인 가해자들에게만 죄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방관한 존재들 아니면 그러한 가해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행하지 않은 존재들에 대한 죄의식 문제를 다룬다. 우리가 윤리적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문제가 ‘죄와 벌’의 문제라면 세월호 사건 이후 나타나고 있는 죄의식에 대한 소설적 천착은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변화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아직 징후적인지라 이것이 한국소설을 한 단계 비약시킬지 아니면 예전의 수준을 반복하는 차원에서 그치고 말지를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아우슈비츠의 악몽에 버금가는 사건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라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때문에 당연히 우리들의 부조리한 실존 형식을 들여다보는 일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에 대해서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런 자리에 선 만큼 한국소설이 인류 전체를 이 임박한 파국으로부터 구원해낼 어떤 잠재성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그리 헛된 망상은 아닐 것이다. 이미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소설 전반이 현대인의 실존형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출간된 [올해의 문제소설]의 장처는 현 단계의 문제작을 선별하되 그 과정에 어떤 자의성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붙은 수상작품집들이 이 책과 동일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수상작품집들 관례에 따라 이미 수상을 한 작가들의 작품은 제외되기 일쑤이다. 그런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수상작품집일수록 그것은 현 단계 한국문학의 정수를 망라하기보다는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배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의 문제소설]은 전문적인 소설 연구자들의 냉정한 시선에 의해 그해의 소설적 성과를 그야말로 가장 객관적으로 망라한 경우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2016 올해의 문제소설] 역시 지난해 한국소설에서 일어난 변화의 징후를 가장 객관적으로 예민하게 수용한 바로 그 책임은 물론이다. 그러니 부디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을 통해 현대 한국소설을 객관적으로 조감하는 한편 그를 통해 임박한 파국을 헤쳐나갈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6년 2월
한국현대소설학회 [2015 올해의 문제소설] 기획위원회
▣ 작가 소개
편자 : 한국현대소설학회
현대소설 분야를 전공하면서 ‘한국의 현대소설’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구학회이다. 이 학술단체는 현대소설을 연구하고 자료를 발굴·정리하며 연구 결과의 평가를 통해 이론을 정립 한국 현대소설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2016 올해의 문제소설]을 펴내며
김금희/보통의 시절
[작품 해설] 가족과 일상의 단맛_김근호
김연수/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작품 해설] 기억의 공간 4월 16일_이태숙
김의경/물건들
[작품 해설] 만물의 세계 속 ‘리얼 월드’에 대하여_김지혜
김혜진/어비
[작품 해설] ‘유령’의 존재론_홍순애
백민석/개나리 산울타리
[작품 해설] 합의의 파기와 이중 구속_이현석
백수린/중국인 할머니
[작품 해설] 반투명 달 아래 사이좋은 한 가족인 듯_이상진
이갑수/T.O.P
[작품 해설] 진하게 즐기는 리얼 소설_석형락
이은희/선긋기
[작품 해설] 세상을 향한 최초의 데생_박형준
임철우/연대기 괴물
[작품 해설] 애도의 윤리성_홍혜원
조해진/사물과의 작별
[작품 해설] 죽음을 초월한 긍정적 에너지_이덕화
천희란/창백한 무영의 정원
[작품 해설] 永의 祈願_황현경
최은영/미카엘라
[작품 해설] 세월호를 향해 둘러 가는 작은 길_박상준
■ 출판사 리뷰
소설은 시대의 풍향계에 비유된다. 우리 시대에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 가장 발언권이 없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또 그래야만 그 문제성을 인정받는 장르가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에는 항시 그 시대의 상징 질서가 원초적으로 억압하고 은폐하는 ‘쓸모없는 실존으로 격하된 존재’들의 아프고 무시무시하고 외설적이면서도 기묘한 목소리들이 들끓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장 문제적이며 문학적인 작품으로 합의된 작품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올해의 문제소설]은 매년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들 가운데 선정된 문제작들의 선집이다. 1994년부터 해마다 발간되어 우리 소설이 한 해 동안 이룬 성과를 정리하고 시대와 문학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 기여해왔다. [2016 올해의 문제소설] 역시 1년 동안 발표된 중·단편 소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12편으로 구성되었다.
대학과 문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 연구자들이 집필한 작품 해설은 이 문제작들을 이해하는 데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한국 소설문학의 현재에 대한 차가운 분석과 미래에 대한 뜨거운 희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은 소설을 공부하는 문학도에게뿐 아니라 소설을 즐기는 일반 독자에게도 깊이 있고 풍요로운 소설 읽기의 체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 머리말
매번 반복되는 일이라 그 자체는 신선하지 않지만 그 반복에 깃든 의미를 따져보면 또는 그 반복 속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의미화하면 그 어느 것보다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가하는 일들이 있다. 전국의 대학에서 한국 현대소설을 읽고 맥락화하고 가르치는 교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매년 그해의 문제작을 골라내고 그 문제작에 스며 있는 문제성을 규명하는 책 [올해의 문제소설]을 내는 일 또한 그러하다.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는 2002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올해의 문제소설]을 내왔다. 매년 행해지는 일이라 ‘작년에 나왔던 책이 올해 또 나왔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연례행사처럼 반복되어 출간되는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소설은 비유를 사용하자면 시대의 풍향계다. 그것도 아주 예민하고 예리한 풍향계다. 소설은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제도나 형식보다도 발언권도 없고 어렵게 발언해도 어느 누구도 들어주는 이 없는 계층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또 그래야만 그 문제성을 인정받는 장르이다. 그래서 소설에는 항시 그 시대의 상징 질서가 원초적으로 억압하고 은폐하는 ‘쓸모없는 실존으로 격하된 존재’들의 아프고 무시무시하고 외설적이면서도 기묘한 목소리들이 들끓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떤 병증을 앓고 있으며 때문에 현존재들이 어떤 윤리로 다시 태어나야 보다 열린사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대를 앞서 나간 문제의식이 날 선 채 웅크리고 있는 형식 그것이 바로 소설인 셈이다. 그러므로 한 해의 문제작을 뽑고 맥락화하는 일은 단지 뛰어난 소설 몇 편을 골라 한자리에 묶는 것 정도에 의미가 그치지 않는다. 그 일은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으며 점점 더 빠르게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이 열차를 멈추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떤 윤리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절박하고도 근원적인 성찰을 행하는 일과 같다 그렇다면 [올해의 문제소설]은 현재에 대한 차가운 분석과 미래에 대한 손대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희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바로 그 책에 다름 아니다.
은폐된 시대의 아픔을 읽어내고 그 아픔을 이겨나갈 길을 찾는 일은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므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을 발간한다.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은 2014년 겨울부터 1년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뽑아내고 슬며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검토하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가장 문제적이며 문학적인 작품으로 합의된 작품을 정선해 엮은 책이다. 그런 까닭에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은 해당 기간에 발표된 작품 중 가장 기묘한 그러니까 현재의 상징 질서로는 포착되지 않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외설적인 새로운 징후들을 예민하게 포착한 현단계 소설의 정점들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자 한국소설의 전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올해는 유난히 독자(獨自)의 목소리로 무장한 개성적인 작품들이 많아서 이 소설들 안에서 어떤 분명한 경향성을 읽어내기가 힘들다. 그래도 추상도를 높이면 그 어떤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추출해볼 수 있는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수록된 소설들의 공통분모는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문학 특히 한국소설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굳이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명제가 아니더라도 세월호 사건 이후로 서정시를 쓰는 것은 다시 말해 이전의 문학 행위 그것을 반복하는 일은 무책임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수많은 순진무구하고도 선한 존재들을 한순간에 죽음으로 내몰고도 그 어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사건이 세월호 사건이 아니던가. 그 결과 악의 평범성을 목도한 정도가 아니라 평범성의 악을 발견하고 전율한 사건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한국소설이 이전의 세계에 고착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한국문학의 퇴행의 징조라고 볼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국소설은 소설이라는 형식이 짊어져야 할 고행의 길을 충실히 걷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소설은 미세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수록된 소설들의 경우는 그 변화의 징후가 역력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소설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그러니까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수록된 소설에서 눈에 띄는 특이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평범성의 악에 대한 문제. 세월호 사건 이전의 한국소설은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우리 사회의 예외적인 존재들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앓고 있는 자 악한 자들을 집중적으로 그리면서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소설의 초점은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상징 질서에 순종하는 신체들 자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셈법과 기억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인식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나 할까.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특이점은 첫 번째 특이점과 연관된 것으로 죄의식 혹은 죄책감에 대한 보다 철저한 문제의식이다. 이제 한국소설은 직접적인 가해자들에게만 죄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방관한 존재들 아니면 그러한 가해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행하지 않은 존재들에 대한 죄의식 문제를 다룬다. 우리가 윤리적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문제가 ‘죄와 벌’의 문제라면 세월호 사건 이후 나타나고 있는 죄의식에 대한 소설적 천착은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변화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아직 징후적인지라 이것이 한국소설을 한 단계 비약시킬지 아니면 예전의 수준을 반복하는 차원에서 그치고 말지를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아우슈비츠의 악몽에 버금가는 사건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라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때문에 당연히 우리들의 부조리한 실존 형식을 들여다보는 일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에 대해서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런 자리에 선 만큼 한국소설이 인류 전체를 이 임박한 파국으로부터 구원해낼 어떤 잠재성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그리 헛된 망상은 아닐 것이다. 이미 [2016 올해의 문제소설]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소설 전반이 현대인의 실존형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출간된 [올해의 문제소설]의 장처는 현 단계의 문제작을 선별하되 그 과정에 어떤 자의성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붙은 수상작품집들이 이 책과 동일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수상작품집들 관례에 따라 이미 수상을 한 작가들의 작품은 제외되기 일쑤이다. 그런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수상작품집일수록 그것은 현 단계 한국문학의 정수를 망라하기보다는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배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의 문제소설]은 전문적인 소설 연구자들의 냉정한 시선에 의해 그해의 소설적 성과를 그야말로 가장 객관적으로 망라한 경우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2016 올해의 문제소설] 역시 지난해 한국소설에서 일어난 변화의 징후를 가장 객관적으로 예민하게 수용한 바로 그 책임은 물론이다. 그러니 부디 [2016 올해의 문제소설]을 통해 현대 한국소설을 객관적으로 조감하는 한편 그를 통해 임박한 파국을 헤쳐나갈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6년 2월
한국현대소설학회 [2015 올해의 문제소설] 기획위원회
▣ 작가 소개
편자 : 한국현대소설학회
현대소설 분야를 전공하면서 ‘한국의 현대소설’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구학회이다. 이 학술단체는 현대소설을 연구하고 자료를 발굴·정리하며 연구 결과의 평가를 통해 이론을 정립 한국 현대소설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2016 올해의 문제소설]을 펴내며
김금희/보통의 시절
[작품 해설] 가족과 일상의 단맛_김근호
김연수/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작품 해설] 기억의 공간 4월 16일_이태숙
김의경/물건들
[작품 해설] 만물의 세계 속 ‘리얼 월드’에 대하여_김지혜
김혜진/어비
[작품 해설] ‘유령’의 존재론_홍순애
백민석/개나리 산울타리
[작품 해설] 합의의 파기와 이중 구속_이현석
백수린/중국인 할머니
[작품 해설] 반투명 달 아래 사이좋은 한 가족인 듯_이상진
이갑수/T.O.P
[작품 해설] 진하게 즐기는 리얼 소설_석형락
이은희/선긋기
[작품 해설] 세상을 향한 최초의 데생_박형준
임철우/연대기 괴물
[작품 해설] 애도의 윤리성_홍혜원
조해진/사물과의 작별
[작품 해설] 죽음을 초월한 긍정적 에너지_이덕화
천희란/창백한 무영의 정원
[작품 해설] 永의 祈願_황현경
최은영/미카엘라
[작품 해설] 세월호를 향해 둘러 가는 작은 길_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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