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부서

고객평점
저자제니 오필
출판사항뮤진트리, 발행일:2016/11/09
형태사항p.224 46판:19
매장위치문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401598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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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결혼, 그 허다한 일상과 익숙한 재난을
절제된 언어와 시적인 감수성으로 명징하게 분석한 소설.

오로지 예술에만 천착할 뿐 세속엔 관심이 없는 ‘괴물 예술가art monster’가 되고 싶었던 여자와, 마음의 상처란 걸 느껴본 적 없이 자란 남자. 그들은 젊고 들떠 있고,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확신한다. 그러나 소설의 도입부에서, 그들의 앞날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화자는 소설가다.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첫 소설을 발표한 후, 다른 작품은 내지 못했다. 욕망은 누구 못지않았다. 그러나 ‘괴물 예술가’가 되고자 했던 꿈은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원죄가 된다. 가사와 육아로 채워진 생활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꿈이 강박이 되어 자신을 옥죄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누구에겐 ‘당연한 축복’인 ‘모성애’가 그녀에겐 ‘보상받을 희망이 없는 것’으로 느껴지곤 한다. 그녀는 그런 자신을 끝없이 단죄한다. 그들의 결혼 생활이 급작스러운 파열음을 내자, 아내는 그들을 그 상황으로 몰고 온 그간의 시간들을 되짚어 본다. 카프카부터 스토아학파와 불운한 러시아 우주 비행사까지 모두를 떠올리며,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남은 것은 무엇인가를 분석한다. 남편의 외도에 대해서도 그녀가 가장 아프게 반추하는 것은 자신이 등한시했을지도 모를 아내로서의 자신의 면모다. 이것이 그녀를 히스테리로 몰고 간다. 자신의 욕망, 자신의 의무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녀를 닮아 있다.

작품의 얼개는 매우 단순하다. 소설가가 되기를 바랐던 한 여자가 결혼을 하고, 가사와 일상에 밀려 꿈과 멀어진 가운데,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 방황하고, 이를 수습하려는 과정이 전부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건 작가가 끌어들인 실험적인 형식성 덕분이다. 화자인 내가 남편에게 말을 건네는 2인칭 시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소설가로서의 그녀의 꿈과, 남편과의 만남?연애 등에 관해 낭만적으로 서술된다. 이 내레이션은 그들이 결혼하면서 3인칭 시점으로 바뀌고, 가사?출산?육아?남편과의 불화?남편의 외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시, 조각 난 가정을 함께 이어 붙이려고 애쓰는 과정이자 마무리에서 애초의 2인칭 시점으로 회귀한다.

시점이 자연스레 섞이는 것 못지않게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건 이야기의 상황과 감정을 ‘객관화’하려는 작가의 의지이다.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대명사로 일관하고 있는 것, 특정한 사건을 알리는 지시적인 전조를 일부러 배제하는 것(결혼식?출산?외도?발각?이사 등등의 중요한 사건들이 전후 설명 없이 등장함), 화자 자신의 감정의 상당 부분을 다양한 레퍼런스(문학?인류학?종교 등등)에서 인용하는 것에 기대는 것 등이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을 읽는다기보다는 ‘외도’를 주제로 한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스타일이 느껴짐과 동시에 서늘하고 사색적인 문체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점이 이동하고, 사건이 전조 없이 끼어들고, 감정이 차오를 즈음에 개입되는 단상이 개성적이다.

이는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의 외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불가피한 어떤 감정의 격발을 제어하는 장치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다. ‘일과 사랑’ ‘사랑과 결혼’ ‘결혼과 파탄’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한 여성의 경험을 빌려 낱낱이 보여주되, 그 경험을 인간의 한 조건이자 자명한 한계로서 분석적으로 고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특정 소재를 넘어선다. ‘아내’가 화자가 되어 남편의 외도에 관해 쓴 소설 가운데 이토록 솔직하고 분석적이면서 지적 성찰을 드러내는 작품은 흔치 않을 것이다. 소설과 에세이의 형식을 오가며 제니 오필은 분노와 갈망과 재치가 일렁거리는 언어로 독특한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적은 분량에 효과적이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서사와 사색을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고, ‘밑줄 긋게 만드는’ 소설이다.

2013년에 제니 오필의 에이전트가 Knopf 출판사에 이 책의 판권을 팔 때 했다는 말이 이 책을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듯하다. “If your average book is a body, this is an x-ray.”

▣ 작가 소개

저자 : 제니 오필
1968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났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졸업 후 브루클린 칼리지, 컬럼비아 대학교, 퀸스 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다. 1999년에 발표한 첫 소설 《Last Things》가 [L.A. 타임스] 주최 첫 소설 상 최종심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뽑혔다. 201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사색의 부서》는 [뉴욕 타임스] ‘2014년 올해의 책 10권’에 선정되었다.

역자 : 최세희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렛미인》, 폴리 호배스의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제니퍼 이건의 《킵》 《깡패단의 방문》, 세스의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제인 오스틴의 《에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대중음악 칼럼을 쓰고 팟캐스트 방송 [승열과 케일린의 영미문학관]의 구성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가 소개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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