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한국 사회에서 30대 여성으로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에 대한 도발적 고백과 진술
두 명의 작가와 등장인물에 의한 거침없는 형식의 파격!
미국의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여기 세상이 터져버릴 그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의 제목은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두 여자가 등장을 한다. 9년째 한 남자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연애에 상처를 받아온 여자, 수미. 그리고 그런 수미가 잘못 보낸 카톡을 받고 대화를 나누게 된 민정. 수미와 민정은 모두가 잠든 새벽, 혼술을 하고 자신의 상처를 헤집으며 지금·여기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카톡을 주고받는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지금 가장 뜨거운 여혐, 메갈리아, 문단 내 성추행, 문화계 성폭력 등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당한 성적 층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세태 소설이다. 수미와 민정으로 대변되는 30대 여성들이 살면서 겪는 일상 구석구석에 숨겨진 차별적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고질적인 남성 중심의 이기와 폭력을 자세하게 드러낸다. 딸로서, 여학생으로서, 한 남자에게 여자로서, 아내로서 겪은 멸시와 상처들이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담겨 읽는 사람의 기억들까지 소환되기도 한다.
특히 서간체 형식에 ‘카카오톡’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활용해 수미와 민정의 목소리가 그대로 느껴지면서 공감이 더욱 크게 된다. 이 소설을 쓴 김현진, 김나리가 공저로 각각 수미와 민정이 되어 이 시대 여성의 삶을 투영해 완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대의 불합리와 부당함을 서슴없이 외치는 에세이스트 김현진 특유의 색채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이 소설은 그 통렬한 목소리에 공감을 하며 눈물을 머금게 만들다가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말해야 하는 순간임을 자각하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두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시작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어두운 서랍 속의 이야기다. 캄캄하고 꽉 차서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이게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밀어서 온 힘 다해 간신히 닫은 서랍. 마음속에 지닌 여러분,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김현진의 말 중에서) “더 많이 말하고 언제든 호소하라고, 그 목소리가 구원의 재료가 될 거라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라도 이제 그만 그 자리를 일어서면 된다고. 그렇게 하기로 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김나리의 말 중에서)
결국 이 이야기는 여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부당함을 참지 말고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 말하며 왜곡된 한국 사회를 바꾸어나가겠다는 강한 다짐인 동시에 서로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이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바로 당신이 읽고 싶어 하던 바로 그 소설이다.
그 죽일놈의 사랑에 대한 연민을 걷어차 버리기로 했다.
더 이상 나는 ‘따위’나 ‘까짓것’이 아니므로.
“당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어떤 누구라도
이제 그만 그 자리를 일어서면 된다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시대의 힘없는 서민들의 삶에서 사회 모순을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꼬집어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첫 소설을 발표했다. 부당함과 편견을 냉소적인 유머로 고발하는 그녀답게, 소설 역시 거침없는 사실적 표현으로 공감대 높은 스토리를 그려냈다. 이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촉발되는 한국 사회의 젠더 무의식에 경종을 울리고, 여성들이 겪어온 불평등한 성적 층위에 대해 각성시키는 소설이다. 30대 여성인 수미와 민정의 삶을 소환해 여성으로서 살아가며 사랑하는 일에 남성의 이기심과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와 자괴감을 심어주는지 신랄하게 보여준다.
곧 서른이 되는 수미는 10년 가까이 사랑해온 남자에게 어느 새벽, 카톡을 보낸다. 이쯤에서 물러나겠다고, 다시없을 사랑이라는 그녀와 행복하라고, 혼자서 너무 많이 사랑해서 미안하다는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을 남긴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그에게 닿지 못하고 민정에게 도착한다. 그가 휴대폰 번호를 바꾸면서, 그 번호는 새 휴대폰을 등록한 민정이 우연히 쓰게 된 것. 영문 모를 메시지에 망설이던 민정은 답톡을 보낸다. 나는 그 남자가 아니라고,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혼자서만 사랑할 수 있었냐고, 그동안 그 남자는 당신을 어떤 관계로 두었느냐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진다. 그렇게 두 여자가 삶 속에서 여성으로서 목격하고 겪은 억압과 위협, 자발적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 기억들에 대해 카톡으로 주고받기 시작한다. 딸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에게 받은 정신적 학대, 한밤 중 학원에서 귀가하는 여고생이라고 낯선 남자에게 당한 추행, 하룻밤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길거리 남자들의 매도, 자신의 위치를 여자에게 확인하고 싶은 남자의 폭력적 권위 등 남성이 가해자인 현실을 내밀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쏟아낸다.
여성이라는 이름이 조건으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두 여자의 삶을 다룬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수많은 여성의 숨겨둔 마음 속 이야기를 대변하는 페미니즘 소설이다. ‘여혐’, ‘메갈리아’, ‘문단 내 성폭행’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성들의 삶에는 억지로 닫은 서랍 속에서 금방이라도 삐져나오려는 잡동사니처럼
구겨 넣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 소설은 이례적으로 공저다. 함께 쓴 김나리는 대학에서 소설을 공부한 젊은 작가로, 김현진이 그의 ‘섬세하게 결이 빛나는 글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세태 소설을 쓰고자 이 작품으로 도모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두 사람의 페르소나처럼 수미와 민정에게 투영하여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서간체 방식으로, 현대인들에게 보편적인 소통 수단인 ‘카카오톡’을 차용한 것은 소설에 신선한 호흡을 불어넣었다. 두 사람의 카톡을 가감 없이 실질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세밀한 심리 묘사가 이 소설의 매력으로 드러난다. 여성으로서 그때 그 자리에서 또는 그 순간에 꺼내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수미와 민정의 말들은 이 시대를 사는 30대 여성을 대변하기에 당연할 정도로 자세하고 현실적이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과 생각을 나누고자 완성된 소설이다. 무엇보다도 남성 중심 사회의 잣대로 스스로 자신을 재단하고 잘못된 자괴감을 갖는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기까지 함께하고자 하는 용기의 상징이다.
작가의 말
사실 여성들의 숨겨진 삶, 그들이 차마 말하지 않는 삶에는 그런 일들이 가득 차 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요즘 누가 그렇게 살아, 설마 그런 일이 있으려고, 말하지만 실제로 설마 ‘그런 일’들이 어떤 여성들의 삶에는 억지로 닫은 서랍 속에서 금방이라도 삐져나오려고 하는 잡동사니처럼 가득 차 있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그 어두운 서랍 속의 이야기다. 캄캄하고 꽉 차서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이게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밀어서 간신히 닫아놓은 서랍. 마음속에 꽉 찬 서랍을 지닌 여러분.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김현진-
더 많이 말하고 언제든 호소하라고, 그 목소리 자체가 구원의 재료가 될 거라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어떤 누구라도 이제 그만 그 자리를 일어서면 된다고. 혹시 그것이 나의 뿌리 같은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기로 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 이야기를 마치며, 김나리-
▣ 작가 소개
저 : 김현진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스스로를 도시빈민이라 부르는 그녀는 대구 출생에 목회자인 부친의 모든 희망에 어긋나게 성장하였고 기어코 말 안 듣다가 고등학교를 두 달 만에 퇴학에 준하는 자퇴를 감행하였다.
냉소와 분노와 우울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키는 연금술을 몸 속에 장착한 그녀가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온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그녀는 단편영화 <셧 앤 시 Shut And See>(97년) 감독, 웹진 <네가넷>(97년)의 최연소편집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최연소 합격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가졌다. 그래서 한 시사주간지는 성공한 10대라는 제목으로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웠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자퇴생이라는 사실이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텔레비전의 관심도 남달랐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직시하면서 자기만의 삶을 꾸준히 살아왔다.
학교를 7년 만에 졸업, 간신히 영화 「언니가 간다」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으나 전국 18만 8000명으로 종결 후 좌절하였다. 먹고 살기위 해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 등 애써봤으나 여전히 도시빈민 겸 철거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통합과정 전문사에 진학했으나,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달마다 신불자가 될 위기에 처한 상태로 휴학 중인 그녀는 이러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다.
최근 MB 정권과 격렬히 불화하는 것은 물론, 기륭전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터에서 그 어떤 학교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한다. 최상의 연대는 입금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앞으로도 구체적 연대를 꿈꾸는 그녀는 강자에겐 얼음처럼 차갑게, 약자에겐 불처럼 뜨겁게 반응하며 거창하게 무슨 무슨 주의자로 불리기보다는 항상 지는 편에 붙는 내 감정주의자로 살아가겠노라고 강단 있게 말한다.
그녀를 주목받게 한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는 십대에 쓴 글들을 엮은 것으로, 글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소위 일류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책과는 사뭇 다르다. 이 책은 공교육 공간에서 부대끼는 아이들 중 한 사람으로 아프게 혹은 당차게 살아낸 저자의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참 좋은 때야" 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좋은 시절만이 아닌, 제도와 체벌 혹은 또래 아이들에게 치이는 생활로 인해 아파하고 견디어내야 하는 따갑고 아픈 시절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남대문 시장의 미싱을 돌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여인숙에서 일하는 여성을 자연스레 볼 수 있던 생활환경으로 일찍 진실에 노출된 아이가 십대 초반부터 사회문제와 나에 관하여 고민했던 생각을 담은 글들은 문화비평적인 성격을 띄기도 한다.
결국 자퇴를 선택했던 자신과 학교에 남은 아이들, 때로는 분노에 찬 음성으로, 때로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눈으로 바라본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는 그런 그녀가 A급 연애는 못 하고 늘 B급 연애만 하는, 늘 지는 연애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이십 대 여성 동지들의 영혼에 바치는 위로와 동감의 노래이다. 유기견 네 마리를 데려다 기르는 그녀의 성품에서 잘 드러나듯 버림받고 약하고, 작고, 아픈 것들에 대한 애정과 연대 의식은 이 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청소년 계간지 《풋》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매거진T》《씨네21》 《독서평설》《시사IN》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네 멋대로 해라』, 『불량소녀백서』, 『질투하라 행동하라』,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등이 있다.
저자 : 김나리
대학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늘 슬픔에 대해 생각하다,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추궁하면서 이야기를 써왔다. 결국 마음은 몸 뒤에 있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서면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로 소설의 발표를 시작한다.
▣ 주요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5
캠핑 전야 10
처음으로 하는 마지막 고백 22
마음이 주저앉아 30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고 개새끼, 라고 말하게 되는 밤 44
터미널의 돈가스 정식 60
살아 있어요 76
가끔 땅한테 미안해요 88
서로의 요정이 되어 94
실제 동화 110
사랑, 어쩌면 섹스 118
우리 집에 놀러올래요? 150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62
나의 아주 깊숙한 방 172
그 사람의 유전자 180
가장 평범한 섹스 188
언젠가 우리는 계단에서 떨어질 거예요 200
인대가 나가는 법에 대하여 216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사랑은 멀어져요 230
나는 그런 데 안 가요 236
나도 그런 데 안 갑니다 248
나의 장례식 식단 구성 258
당신의 슬픔에 경애를 268
캠핑 시작 286
이야기를 마치며 322
한국 사회에서 30대 여성으로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에 대한 도발적 고백과 진술
두 명의 작가와 등장인물에 의한 거침없는 형식의 파격!
미국의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여기 세상이 터져버릴 그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의 제목은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두 여자가 등장을 한다. 9년째 한 남자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연애에 상처를 받아온 여자, 수미. 그리고 그런 수미가 잘못 보낸 카톡을 받고 대화를 나누게 된 민정. 수미와 민정은 모두가 잠든 새벽, 혼술을 하고 자신의 상처를 헤집으며 지금·여기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카톡을 주고받는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지금 가장 뜨거운 여혐, 메갈리아, 문단 내 성추행, 문화계 성폭력 등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당한 성적 층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세태 소설이다. 수미와 민정으로 대변되는 30대 여성들이 살면서 겪는 일상 구석구석에 숨겨진 차별적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고질적인 남성 중심의 이기와 폭력을 자세하게 드러낸다. 딸로서, 여학생으로서, 한 남자에게 여자로서, 아내로서 겪은 멸시와 상처들이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담겨 읽는 사람의 기억들까지 소환되기도 한다.
특히 서간체 형식에 ‘카카오톡’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활용해 수미와 민정의 목소리가 그대로 느껴지면서 공감이 더욱 크게 된다. 이 소설을 쓴 김현진, 김나리가 공저로 각각 수미와 민정이 되어 이 시대 여성의 삶을 투영해 완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대의 불합리와 부당함을 서슴없이 외치는 에세이스트 김현진 특유의 색채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이 소설은 그 통렬한 목소리에 공감을 하며 눈물을 머금게 만들다가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말해야 하는 순간임을 자각하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두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시작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어두운 서랍 속의 이야기다. 캄캄하고 꽉 차서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이게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밀어서 온 힘 다해 간신히 닫은 서랍. 마음속에 지닌 여러분,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김현진의 말 중에서) “더 많이 말하고 언제든 호소하라고, 그 목소리가 구원의 재료가 될 거라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라도 이제 그만 그 자리를 일어서면 된다고. 그렇게 하기로 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김나리의 말 중에서)
결국 이 이야기는 여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부당함을 참지 말고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 말하며 왜곡된 한국 사회를 바꾸어나가겠다는 강한 다짐인 동시에 서로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이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바로 당신이 읽고 싶어 하던 바로 그 소설이다.
그 죽일놈의 사랑에 대한 연민을 걷어차 버리기로 했다.
더 이상 나는 ‘따위’나 ‘까짓것’이 아니므로.
“당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어떤 누구라도
이제 그만 그 자리를 일어서면 된다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시대의 힘없는 서민들의 삶에서 사회 모순을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꼬집어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첫 소설을 발표했다. 부당함과 편견을 냉소적인 유머로 고발하는 그녀답게, 소설 역시 거침없는 사실적 표현으로 공감대 높은 스토리를 그려냈다. 이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촉발되는 한국 사회의 젠더 무의식에 경종을 울리고, 여성들이 겪어온 불평등한 성적 층위에 대해 각성시키는 소설이다. 30대 여성인 수미와 민정의 삶을 소환해 여성으로서 살아가며 사랑하는 일에 남성의 이기심과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와 자괴감을 심어주는지 신랄하게 보여준다.
곧 서른이 되는 수미는 10년 가까이 사랑해온 남자에게 어느 새벽, 카톡을 보낸다. 이쯤에서 물러나겠다고, 다시없을 사랑이라는 그녀와 행복하라고, 혼자서 너무 많이 사랑해서 미안하다는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을 남긴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그에게 닿지 못하고 민정에게 도착한다. 그가 휴대폰 번호를 바꾸면서, 그 번호는 새 휴대폰을 등록한 민정이 우연히 쓰게 된 것. 영문 모를 메시지에 망설이던 민정은 답톡을 보낸다. 나는 그 남자가 아니라고,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혼자서만 사랑할 수 있었냐고, 그동안 그 남자는 당신을 어떤 관계로 두었느냐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진다. 그렇게 두 여자가 삶 속에서 여성으로서 목격하고 겪은 억압과 위협, 자발적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 기억들에 대해 카톡으로 주고받기 시작한다. 딸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에게 받은 정신적 학대, 한밤 중 학원에서 귀가하는 여고생이라고 낯선 남자에게 당한 추행, 하룻밤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길거리 남자들의 매도, 자신의 위치를 여자에게 확인하고 싶은 남자의 폭력적 권위 등 남성이 가해자인 현실을 내밀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쏟아낸다.
여성이라는 이름이 조건으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두 여자의 삶을 다룬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수많은 여성의 숨겨둔 마음 속 이야기를 대변하는 페미니즘 소설이다. ‘여혐’, ‘메갈리아’, ‘문단 내 성폭행’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성들의 삶에는 억지로 닫은 서랍 속에서 금방이라도 삐져나오려는 잡동사니처럼
구겨 넣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 소설은 이례적으로 공저다. 함께 쓴 김나리는 대학에서 소설을 공부한 젊은 작가로, 김현진이 그의 ‘섬세하게 결이 빛나는 글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세태 소설을 쓰고자 이 작품으로 도모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두 사람의 페르소나처럼 수미와 민정에게 투영하여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서간체 방식으로, 현대인들에게 보편적인 소통 수단인 ‘카카오톡’을 차용한 것은 소설에 신선한 호흡을 불어넣었다. 두 사람의 카톡을 가감 없이 실질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세밀한 심리 묘사가 이 소설의 매력으로 드러난다. 여성으로서 그때 그 자리에서 또는 그 순간에 꺼내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수미와 민정의 말들은 이 시대를 사는 30대 여성을 대변하기에 당연할 정도로 자세하고 현실적이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과 생각을 나누고자 완성된 소설이다. 무엇보다도 남성 중심 사회의 잣대로 스스로 자신을 재단하고 잘못된 자괴감을 갖는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기까지 함께하고자 하는 용기의 상징이다.
작가의 말
사실 여성들의 숨겨진 삶, 그들이 차마 말하지 않는 삶에는 그런 일들이 가득 차 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요즘 누가 그렇게 살아, 설마 그런 일이 있으려고, 말하지만 실제로 설마 ‘그런 일’들이 어떤 여성들의 삶에는 억지로 닫은 서랍 속에서 금방이라도 삐져나오려고 하는 잡동사니처럼 가득 차 있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그 어두운 서랍 속의 이야기다. 캄캄하고 꽉 차서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이게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밀어서 간신히 닫아놓은 서랍. 마음속에 꽉 찬 서랍을 지닌 여러분.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김현진-
더 많이 말하고 언제든 호소하라고, 그 목소리 자체가 구원의 재료가 될 거라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어떤 누구라도 이제 그만 그 자리를 일어서면 된다고. 혹시 그것이 나의 뿌리 같은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기로 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 이야기를 마치며, 김나리-
▣ 작가 소개
저 : 김현진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스스로를 도시빈민이라 부르는 그녀는 대구 출생에 목회자인 부친의 모든 희망에 어긋나게 성장하였고 기어코 말 안 듣다가 고등학교를 두 달 만에 퇴학에 준하는 자퇴를 감행하였다.
냉소와 분노와 우울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키는 연금술을 몸 속에 장착한 그녀가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온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그녀는 단편영화 <셧 앤 시 Shut And See>(97년) 감독, 웹진 <네가넷>(97년)의 최연소편집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최연소 합격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가졌다. 그래서 한 시사주간지는 성공한 10대라는 제목으로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웠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자퇴생이라는 사실이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텔레비전의 관심도 남달랐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직시하면서 자기만의 삶을 꾸준히 살아왔다.
학교를 7년 만에 졸업, 간신히 영화 「언니가 간다」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으나 전국 18만 8000명으로 종결 후 좌절하였다. 먹고 살기위 해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 등 애써봤으나 여전히 도시빈민 겸 철거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통합과정 전문사에 진학했으나,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달마다 신불자가 될 위기에 처한 상태로 휴학 중인 그녀는 이러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다.
최근 MB 정권과 격렬히 불화하는 것은 물론, 기륭전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터에서 그 어떤 학교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한다. 최상의 연대는 입금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앞으로도 구체적 연대를 꿈꾸는 그녀는 강자에겐 얼음처럼 차갑게, 약자에겐 불처럼 뜨겁게 반응하며 거창하게 무슨 무슨 주의자로 불리기보다는 항상 지는 편에 붙는 내 감정주의자로 살아가겠노라고 강단 있게 말한다.
그녀를 주목받게 한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는 십대에 쓴 글들을 엮은 것으로, 글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소위 일류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책과는 사뭇 다르다. 이 책은 공교육 공간에서 부대끼는 아이들 중 한 사람으로 아프게 혹은 당차게 살아낸 저자의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참 좋은 때야" 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좋은 시절만이 아닌, 제도와 체벌 혹은 또래 아이들에게 치이는 생활로 인해 아파하고 견디어내야 하는 따갑고 아픈 시절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남대문 시장의 미싱을 돌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여인숙에서 일하는 여성을 자연스레 볼 수 있던 생활환경으로 일찍 진실에 노출된 아이가 십대 초반부터 사회문제와 나에 관하여 고민했던 생각을 담은 글들은 문화비평적인 성격을 띄기도 한다.
결국 자퇴를 선택했던 자신과 학교에 남은 아이들, 때로는 분노에 찬 음성으로, 때로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눈으로 바라본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는 그런 그녀가 A급 연애는 못 하고 늘 B급 연애만 하는, 늘 지는 연애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이십 대 여성 동지들의 영혼에 바치는 위로와 동감의 노래이다. 유기견 네 마리를 데려다 기르는 그녀의 성품에서 잘 드러나듯 버림받고 약하고, 작고, 아픈 것들에 대한 애정과 연대 의식은 이 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청소년 계간지 《풋》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매거진T》《씨네21》 《독서평설》《시사IN》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네 멋대로 해라』, 『불량소녀백서』, 『질투하라 행동하라』,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등이 있다.
저자 : 김나리
대학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늘 슬픔에 대해 생각하다,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추궁하면서 이야기를 써왔다. 결국 마음은 몸 뒤에 있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서면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로 소설의 발표를 시작한다.
▣ 주요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5
캠핑 전야 10
처음으로 하는 마지막 고백 22
마음이 주저앉아 30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고 개새끼, 라고 말하게 되는 밤 44
터미널의 돈가스 정식 60
살아 있어요 76
가끔 땅한테 미안해요 88
서로의 요정이 되어 94
실제 동화 110
사랑, 어쩌면 섹스 118
우리 집에 놀러올래요? 150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62
나의 아주 깊숙한 방 172
그 사람의 유전자 180
가장 평범한 섹스 188
언젠가 우리는 계단에서 떨어질 거예요 200
인대가 나가는 법에 대하여 216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사랑은 멀어져요 230
나는 그런 데 안 가요 236
나도 그런 데 안 갑니다 248
나의 장례식 식단 구성 258
당신의 슬픔에 경애를 268
캠핑 시작 286
이야기를 마치며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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