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백십일」, 「열흘 밤의 꿈」,
「긴 봄날의 소품」, 「유리문 안에서」
내면의 고독을 마주한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내는 진진한 삶의 관찰
나쓰메 소세키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자
그 이상과 그 너머를 발견할 수 있는 단편들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이자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천년의 문학가라는 평가를 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사후 100년을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볼 수 있는 중편소설과 수필을 엮은 책이 출간됐다. 나쓰메 소세키는 10여 년의 짧은 작가 생활을 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이 『긴 봄날의 소품』에는 중편소설 「이백십일」, 「열흘 밤의 꿈」과 수필 「긴 봄날의 소품」, 「유리문 안에서」가 수록되어 있다. 「이백십일」은 두 친구가 궂은 날씨에 아소 산을 오르며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그린 만담 같은 소설로 소세키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열흘 밤의 꿈」은 어딘가 미스터리한 열 개의 꿈을 나열하였는데 각각의 꿈은 미묘하게 쓰인 방식이 달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수필집 이름이기도 한 「긴 봄날의 소품」에는 주로 따뜻한 봄날의 일상이나 런던 유학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고, 소세키의 마지막 수필인 「유리문 안에서」는 건강 악화로 인해 주로 서재의 유리문 안에서 지내게 된 소세키가 내다본 바깥 이야기들이 담담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지난 기억을 다시 선명한 풍경으로 그려낸
나쓰메 소세키의 세계를 채운 나른한 봄날의 사색
현암사가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년 기념으로 출간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전 14권)을 번역한 송태욱이 장편소설 번역의 대장정을 마치고 나쓰메 소세키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자 그 너머를 발견할 수 있는 중·단편, 수필 중에서 선별한 네 작품을 소개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하여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도련님』이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같은 작품도 있는가 하면 죽음에 대해 깊이 고찰한 『마음』, 상류계급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그 후』처럼 서로 다른 색깔의 소설들이 담겨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중·단편을 비롯한 소품들은 다양한 대작들에 도달하기 위한 통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소세키의 이 실험이 그의 장편소설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파악해본다면 소세키 문학을 더욱 흥미롭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네 편의 작품은 창작자로서의 소세키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소설’의 전초가 되었다고 하며, 자신의 기억 및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재로 삼은 소세키의 문학은 사후 100주년(2016년), 탄생 150주년(2017년)을 맞아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100년 전에 쓰였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처지와 내면에 대한 성찰이 그대로 녹아 있기에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호응을 받아왔다. 작가는 생전에 인간이 불안하고 나약한 스스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끈질긴 희망을 놓지 않았으며 죽을 때까지 인간을 연구했다. 이에 우리는 그의 문학 세계를 투과하여 100년 전의 나쓰메 소세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묻고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백십일」_1906년 10월에 발표한 중편소설
게이 씨와 로쿠 씨는 함께 아소 산을 등반하기로 한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두 사람은 근처 여관에 하룻밤을 묵으며 산에 올라가느냐 마느냐, 또 점심으로 우동을 먹느냐 마느냐로 끊임없이 입씨름을 한다. 결국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두 친구는 등정을 시작하는데 어둑한 날씨에 길을 잃게 되고 로쿠 씨는 그런 와중에 다리까지 다치게 된다. 게이 씨는 혼자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다가 골짜기에 떨어진다. 그러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만담을 펼치는 듯 대화가 끊이지 않는 두 친구가 등산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실제로 소세키는 구마모토에서 교사를 하던 시절에 친구이자 동료인 야마카와 신지로와 함께 아소 산에 올랐다가 폭풍을 만나 단념한 적이 있다. 「이백십일」은 그 경험을 담은 것으로 여기서 게이 씨는 소세키 자신이 모델이라고 한다.
「열흘 밤의 꿈」_1908년 《아사히 신문》 연재 소설
여자는 죽기 전, 또 만나러 올 테니 백 년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진주조개로 땅을 파서 죽은 여자를 묻고 하염없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며 백 년을 기다린다.(첫째 날 밤) 눈이 먼 아이를 업고 밤길을 걷고 있다. 아이는 왠지 내 자식임에도 묘하게 불편하고 얼른 숲으로 가서 버리고 싶다. 숲에 도착하자 아이는 내가 백 년 전에 죽인 맹인임을 깨닫는다.(셋째 날 밤) 커다란 배에 어디로 가는지 언제까지 가는지 알지 못한 채 한참을 타고 있다. 나는 몹시 불안해져 배에서 뛰어내려 죽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갑판에서 발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무한한 후회와 공포를 느낀다.(일곱째 날 밤) 과일가게의 쇼타로는 한 여자에게 과일 바구니를 배달하러 갔다가 어쩐 일인지 절벽에 다다른다. 여자는 쇼타로에게 절벽에서 뛰어내리라 종용하고 반대쪽에서는 돼지 떼가 쇼타로의 콧등을 핥기 위해 다가온다.(열째 날 밤) 열 개의 꿈이 묘한 분위기를 이루며 각 작품이 모두 약간씩 다른 시점을 갖고 있어 독특한 재미를 준다.
「긴 봄날의 소품」_1909년에 발표한 수필
밤에 도둑이 들어 오비를 모두 훔쳐간 일, 영국에서 처음 하숙을 했던 집과 그 하숙집에서 만난 다른 일본인 이야기,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 묘표를 세워준 일, 런던에서 개인교습을 받았던 셰익스피어 연구자 윌리엄 크레이그에 대한 짧은 이야기 등이 들어 있다. 주로 소세키의 일상이나 런던 유학 시절에서 소재를 얻은 수필이 많다. 소세키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 사색 중에 떠오른 옛 기억들, 뇌리를 스쳐간 생각들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데에서 소세키 특유의 위트가 느껴진다.
「유리문 안에서」_1915년 《아사히 신문》 연재 수필
건강이 나빠지고서 줄곧 집 안에서 지내며 지은 수필. ‘헥토르’라는 소세키가 몹시 예뻐했던 개가 병에 걸린 이야기, 어떤 여자의 개인적이고 아주 비통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이야기, 어릴 적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나이가 들어서 다시 만난 일, 주변에서 들어오는 원고 청탁에 거절하지 못하다가 겪은 무례한 일, 그밖에도 소세키는 먼 과거를 되새겨 일기처럼 기억을 옮겨 적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건강 악화로 인해 마지막 수필이 되었으며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때에 남긴 작품이기에 죽음과 내면에 침잠한 어두운 분위기가 짙게 나타난다.
▣ 작가 소개
저 : 나쓰메 소세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1867년 일본 도쿄 출생이며 본명은 긴노스케[金之助]로,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제1고등학교 시절에 가인(歌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알게 되어 문학적, 인간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도쿄고등사범학교·제5고등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1896년 제5고등학교 교수 시절 나카네 교코와 결혼 했으나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보냈고, 1900년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에서 유학했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으며, 이는 귀국 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치유의 한 방편으로 『고양이전』을 썼고, 이 작품은 1905년 『호토토기스(두견)』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1906)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1907년에 교직을 사임하였으며 아사히[朝日]신문사에 입사하여 『우미인초(虞美人草)』를 연재하고 『도련님』(1906), 『풀베개[草枕]』(1906) 등을 발표하였다.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으며, 그후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6),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년 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 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하였으며, 1984년,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되었다.
역 :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사랑의 갈증』, 『비틀거리는 여인』, 『세설』, 『만년』, 『환상의 빛』, 『탐구 1』, 『형태의 탄생』, 『눈의 황홀』, 『윤리 21』, 『포스트콜로니얼』, 『트랜스크리틱』, 『천천히 읽기를 권함』, 『번역과 번역가들』,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소리의 자본주의』, 『베델의 집 사람들』, 『매혹의 인문학 사전』,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핀란드 공부법』, 『빈곤론』, 『유럽 근대문학의 태동』, 『세계지도의 탄생』, 『십자군 이야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바이바이, 엔젤』,『관능미술사』등이 있다.
「이백십일」, 「열흘 밤의 꿈」,
「긴 봄날의 소품」, 「유리문 안에서」
내면의 고독을 마주한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내는 진진한 삶의 관찰
나쓰메 소세키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자
그 이상과 그 너머를 발견할 수 있는 단편들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이자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천년의 문학가라는 평가를 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사후 100년을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볼 수 있는 중편소설과 수필을 엮은 책이 출간됐다. 나쓰메 소세키는 10여 년의 짧은 작가 생활을 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이 『긴 봄날의 소품』에는 중편소설 「이백십일」, 「열흘 밤의 꿈」과 수필 「긴 봄날의 소품」, 「유리문 안에서」가 수록되어 있다. 「이백십일」은 두 친구가 궂은 날씨에 아소 산을 오르며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그린 만담 같은 소설로 소세키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열흘 밤의 꿈」은 어딘가 미스터리한 열 개의 꿈을 나열하였는데 각각의 꿈은 미묘하게 쓰인 방식이 달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수필집 이름이기도 한 「긴 봄날의 소품」에는 주로 따뜻한 봄날의 일상이나 런던 유학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고, 소세키의 마지막 수필인 「유리문 안에서」는 건강 악화로 인해 주로 서재의 유리문 안에서 지내게 된 소세키가 내다본 바깥 이야기들이 담담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지난 기억을 다시 선명한 풍경으로 그려낸
나쓰메 소세키의 세계를 채운 나른한 봄날의 사색
현암사가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년 기념으로 출간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전 14권)을 번역한 송태욱이 장편소설 번역의 대장정을 마치고 나쓰메 소세키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자 그 너머를 발견할 수 있는 중·단편, 수필 중에서 선별한 네 작품을 소개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하여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도련님』이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같은 작품도 있는가 하면 죽음에 대해 깊이 고찰한 『마음』, 상류계급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그 후』처럼 서로 다른 색깔의 소설들이 담겨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중·단편을 비롯한 소품들은 다양한 대작들에 도달하기 위한 통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소세키의 이 실험이 그의 장편소설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파악해본다면 소세키 문학을 더욱 흥미롭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네 편의 작품은 창작자로서의 소세키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소설’의 전초가 되었다고 하며, 자신의 기억 및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재로 삼은 소세키의 문학은 사후 100주년(2016년), 탄생 150주년(2017년)을 맞아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100년 전에 쓰였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처지와 내면에 대한 성찰이 그대로 녹아 있기에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호응을 받아왔다. 작가는 생전에 인간이 불안하고 나약한 스스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끈질긴 희망을 놓지 않았으며 죽을 때까지 인간을 연구했다. 이에 우리는 그의 문학 세계를 투과하여 100년 전의 나쓰메 소세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묻고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백십일」_1906년 10월에 발표한 중편소설
게이 씨와 로쿠 씨는 함께 아소 산을 등반하기로 한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두 사람은 근처 여관에 하룻밤을 묵으며 산에 올라가느냐 마느냐, 또 점심으로 우동을 먹느냐 마느냐로 끊임없이 입씨름을 한다. 결국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두 친구는 등정을 시작하는데 어둑한 날씨에 길을 잃게 되고 로쿠 씨는 그런 와중에 다리까지 다치게 된다. 게이 씨는 혼자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다가 골짜기에 떨어진다. 그러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만담을 펼치는 듯 대화가 끊이지 않는 두 친구가 등산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실제로 소세키는 구마모토에서 교사를 하던 시절에 친구이자 동료인 야마카와 신지로와 함께 아소 산에 올랐다가 폭풍을 만나 단념한 적이 있다. 「이백십일」은 그 경험을 담은 것으로 여기서 게이 씨는 소세키 자신이 모델이라고 한다.
「열흘 밤의 꿈」_1908년 《아사히 신문》 연재 소설
여자는 죽기 전, 또 만나러 올 테니 백 년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진주조개로 땅을 파서 죽은 여자를 묻고 하염없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며 백 년을 기다린다.(첫째 날 밤) 눈이 먼 아이를 업고 밤길을 걷고 있다. 아이는 왠지 내 자식임에도 묘하게 불편하고 얼른 숲으로 가서 버리고 싶다. 숲에 도착하자 아이는 내가 백 년 전에 죽인 맹인임을 깨닫는다.(셋째 날 밤) 커다란 배에 어디로 가는지 언제까지 가는지 알지 못한 채 한참을 타고 있다. 나는 몹시 불안해져 배에서 뛰어내려 죽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갑판에서 발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무한한 후회와 공포를 느낀다.(일곱째 날 밤) 과일가게의 쇼타로는 한 여자에게 과일 바구니를 배달하러 갔다가 어쩐 일인지 절벽에 다다른다. 여자는 쇼타로에게 절벽에서 뛰어내리라 종용하고 반대쪽에서는 돼지 떼가 쇼타로의 콧등을 핥기 위해 다가온다.(열째 날 밤) 열 개의 꿈이 묘한 분위기를 이루며 각 작품이 모두 약간씩 다른 시점을 갖고 있어 독특한 재미를 준다.
「긴 봄날의 소품」_1909년에 발표한 수필
밤에 도둑이 들어 오비를 모두 훔쳐간 일, 영국에서 처음 하숙을 했던 집과 그 하숙집에서 만난 다른 일본인 이야기,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 묘표를 세워준 일, 런던에서 개인교습을 받았던 셰익스피어 연구자 윌리엄 크레이그에 대한 짧은 이야기 등이 들어 있다. 주로 소세키의 일상이나 런던 유학 시절에서 소재를 얻은 수필이 많다. 소세키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 사색 중에 떠오른 옛 기억들, 뇌리를 스쳐간 생각들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데에서 소세키 특유의 위트가 느껴진다.
「유리문 안에서」_1915년 《아사히 신문》 연재 수필
건강이 나빠지고서 줄곧 집 안에서 지내며 지은 수필. ‘헥토르’라는 소세키가 몹시 예뻐했던 개가 병에 걸린 이야기, 어떤 여자의 개인적이고 아주 비통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이야기, 어릴 적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나이가 들어서 다시 만난 일, 주변에서 들어오는 원고 청탁에 거절하지 못하다가 겪은 무례한 일, 그밖에도 소세키는 먼 과거를 되새겨 일기처럼 기억을 옮겨 적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건강 악화로 인해 마지막 수필이 되었으며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때에 남긴 작품이기에 죽음과 내면에 침잠한 어두운 분위기가 짙게 나타난다.
▣ 작가 소개
저 : 나쓰메 소세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1867년 일본 도쿄 출생이며 본명은 긴노스케[金之助]로,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제1고등학교 시절에 가인(歌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알게 되어 문학적, 인간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도쿄고등사범학교·제5고등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1896년 제5고등학교 교수 시절 나카네 교코와 결혼 했으나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보냈고, 1900년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에서 유학했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으며, 이는 귀국 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치유의 한 방편으로 『고양이전』을 썼고, 이 작품은 1905년 『호토토기스(두견)』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1906)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1907년에 교직을 사임하였으며 아사히[朝日]신문사에 입사하여 『우미인초(虞美人草)』를 연재하고 『도련님』(1906), 『풀베개[草枕]』(1906) 등을 발표하였다.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으며, 그후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6),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년 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 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하였으며, 1984년,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되었다.
역 :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사랑의 갈증』, 『비틀거리는 여인』, 『세설』, 『만년』, 『환상의 빛』, 『탐구 1』, 『형태의 탄생』, 『눈의 황홀』, 『윤리 21』, 『포스트콜로니얼』, 『트랜스크리틱』, 『천천히 읽기를 권함』, 『번역과 번역가들』,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소리의 자본주의』, 『베델의 집 사람들』, 『매혹의 인문학 사전』,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핀란드 공부법』, 『빈곤론』, 『유럽 근대문학의 태동』, 『세계지도의 탄생』, 『십자군 이야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바이바이, 엔젤』,『관능미술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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