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원화, 세 번째 소설집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서사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삶을 읽는다. 빈 교실에서, 빈집에 남아 있는 소리의 흔적을 듣는다. 종일 말없이 일터에서, 말없이도 충분히 살아가는 사람을 생각하고, 김장을 하며 한 많은 어머니의 넋두리를 듣고, 콩나물 국밥에 모주를 곁들이면서, 사랑을 잃고 애증에 시달리며 여행하는 여인의 심정을 헤아린다. 사랑하는 이를 앞세워 보내고 홀로 남아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혼잣말을 들으며, 병실의 흰 벽만을 바라보던 시간을 기억한다.
삶의 결을 있는 그대로 현미경처럼 드러내는 이원화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꽃이 지는 시간』(문학들 刊)을 읽다보면 누구나 이런 상념에 빠져들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은 깡패라서 모든 걸 부수고 삼키고, 가끔은 꼭꼭 씹어 먹어서 소화도 시킨다. 시간이라는 단어는 세계와 연관이 되었을 때 그 의미가 깊어진다. 그리고 시간, 혹은 역사가 개인에게 왔을 때는 -그 무시무시한 폭력성 앞에서- 절실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암매장 되었다는 곳을 찾아 떠돌던 엄마는 어느 날 15세 정도의 소년 뼈로 보이는 뼈가 발굴된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빠의 흔적을, 아들의 흔적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배로 낳은 아들이었지만, 열 달을 품어 낳아 기른 아들이었지만 뼈만으로 아들임을 알 수는 없었다. 이미 사체는 뼈만 남은 채 흙으로 돌아갔고, 남아 있는 건 뼈를 둘러싼 골반 뼈 부분에 남은 허리띠의 버클이 전부였다. 유학을 보내면서 자신의 손으로 사줬던 허리띠 버클이었다. 분명했다. …(중략) 걸쇠 모양의 버클을 보고 엄마는 내 아들이라며 울다가 기절했다. 하지만 며칠 후 다른 결과가 발표되었다. 오빠가 아니라고, 엄마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사건이 잠잠해질 때쯤 엄마는 아무도 모르게 뼈와 버클이 발견되었던 곳에서 흙을 한 줌 떠 왔다.
-메멘토 모리 부분
이상락 소설가는 이 소설집에 실린 「감나무가 있는 집」을 읽노라면 소설가 이원화가 얼마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작가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편에서 작가는 “호루라기를 불며 독자를 자신의 작품세계로 인솔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독자를 시어머니가 한평생을 살았던 남도의 어느 퇴락한 양철집으로 안내해서는, 파란색 대문을 열어주고 돌아선”다. 그리고 그 집 대문 안에는 화자의 시어머니가 직접 독자들을 맞이한다.
사람은 가고 나무만 저렇게 남었네. 감나무에 새순 돋았나 싶으면 금세 꽃피고 홍시 따고 함서 일 년이 가지야. 언제 이렇게 살았나 싶은디 벌써 이 나이여.
-「감나무가 있는 집」 부분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아 인기척조차 끊긴 이 집에, 목소리는 여전히 집을 지키고 있다. 그 말의 풍경에는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시어머니가 시집 온 이후부터 팔남매를 키우며 평생 지키고자 노력했던 가치들이 들어 있다. 작가가 자신의 문장으로 되살린 그 목소리는 ‘기억의 소환’이 되었고 ‘기억의 제의’가 되었다.
『꽃이 지는 시간』은,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살아온 여성들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던 시간(역사)의 흐름을 겪으며 맨몸으로 기록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권덕하 시인의 해설처럼 “이웃의 삶을 마치 제 일처럼 느끼고 사유하며 마치 빚을 갚는 심정으로” “미간으로, 가슴으로, ‘반복되는 사랑하는 심장’으로, 상처와 아픔과 숨겨진 울분과 애틋한 사랑이 얼룩진 소설”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원화
전남 완도 금일에서 태어났다.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길을 묻다」가 당선되었다. 소설집으로 『길을 묻다』, 『키스가 있는 모텔』 등이 있다. 2011년 『길을 묻다』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광주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감나무가 있는 집 9
말 속에 갇히다 37
꽃이 지는 시간 65
메멘토 모리 95
속초에는 모주가 없다 125
첫 차를 타다 155
해설 | 소설의 마음과 대화적 세계 _ 권덕하 230
작가의 말 252
이원화, 세 번째 소설집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서사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삶을 읽는다. 빈 교실에서, 빈집에 남아 있는 소리의 흔적을 듣는다. 종일 말없이 일터에서, 말없이도 충분히 살아가는 사람을 생각하고, 김장을 하며 한 많은 어머니의 넋두리를 듣고, 콩나물 국밥에 모주를 곁들이면서, 사랑을 잃고 애증에 시달리며 여행하는 여인의 심정을 헤아린다. 사랑하는 이를 앞세워 보내고 홀로 남아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혼잣말을 들으며, 병실의 흰 벽만을 바라보던 시간을 기억한다.
삶의 결을 있는 그대로 현미경처럼 드러내는 이원화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꽃이 지는 시간』(문학들 刊)을 읽다보면 누구나 이런 상념에 빠져들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은 깡패라서 모든 걸 부수고 삼키고, 가끔은 꼭꼭 씹어 먹어서 소화도 시킨다. 시간이라는 단어는 세계와 연관이 되었을 때 그 의미가 깊어진다. 그리고 시간, 혹은 역사가 개인에게 왔을 때는 -그 무시무시한 폭력성 앞에서- 절실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암매장 되었다는 곳을 찾아 떠돌던 엄마는 어느 날 15세 정도의 소년 뼈로 보이는 뼈가 발굴된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빠의 흔적을, 아들의 흔적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배로 낳은 아들이었지만, 열 달을 품어 낳아 기른 아들이었지만 뼈만으로 아들임을 알 수는 없었다. 이미 사체는 뼈만 남은 채 흙으로 돌아갔고, 남아 있는 건 뼈를 둘러싼 골반 뼈 부분에 남은 허리띠의 버클이 전부였다. 유학을 보내면서 자신의 손으로 사줬던 허리띠 버클이었다. 분명했다. …(중략) 걸쇠 모양의 버클을 보고 엄마는 내 아들이라며 울다가 기절했다. 하지만 며칠 후 다른 결과가 발표되었다. 오빠가 아니라고, 엄마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사건이 잠잠해질 때쯤 엄마는 아무도 모르게 뼈와 버클이 발견되었던 곳에서 흙을 한 줌 떠 왔다.
-메멘토 모리 부분
이상락 소설가는 이 소설집에 실린 「감나무가 있는 집」을 읽노라면 소설가 이원화가 얼마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작가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편에서 작가는 “호루라기를 불며 독자를 자신의 작품세계로 인솔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독자를 시어머니가 한평생을 살았던 남도의 어느 퇴락한 양철집으로 안내해서는, 파란색 대문을 열어주고 돌아선”다. 그리고 그 집 대문 안에는 화자의 시어머니가 직접 독자들을 맞이한다.
사람은 가고 나무만 저렇게 남었네. 감나무에 새순 돋았나 싶으면 금세 꽃피고 홍시 따고 함서 일 년이 가지야. 언제 이렇게 살았나 싶은디 벌써 이 나이여.
-「감나무가 있는 집」 부분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아 인기척조차 끊긴 이 집에, 목소리는 여전히 집을 지키고 있다. 그 말의 풍경에는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시어머니가 시집 온 이후부터 팔남매를 키우며 평생 지키고자 노력했던 가치들이 들어 있다. 작가가 자신의 문장으로 되살린 그 목소리는 ‘기억의 소환’이 되었고 ‘기억의 제의’가 되었다.
『꽃이 지는 시간』은,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살아온 여성들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던 시간(역사)의 흐름을 겪으며 맨몸으로 기록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권덕하 시인의 해설처럼 “이웃의 삶을 마치 제 일처럼 느끼고 사유하며 마치 빚을 갚는 심정으로” “미간으로, 가슴으로, ‘반복되는 사랑하는 심장’으로, 상처와 아픔과 숨겨진 울분과 애틋한 사랑이 얼룩진 소설”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원화
전남 완도 금일에서 태어났다.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길을 묻다」가 당선되었다. 소설집으로 『길을 묻다』, 『키스가 있는 모텔』 등이 있다. 2011년 『길을 묻다』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광주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감나무가 있는 집 9
말 속에 갇히다 37
꽃이 지는 시간 65
메멘토 모리 95
속초에는 모주가 없다 125
첫 차를 타다 155
해설 | 소설의 마음과 대화적 세계 _ 권덕하 230
작가의 말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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