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불연속적인 플롯, 의미의 빈틈과 공백, 존립 불가능한 시제……
새로운 세계를 빚어내기 위한 언어의 실험실
루이셀리는「말 더듬는 도시」라는 에세이에서 “말하기를 배우는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쓰든지 간에 그것은 언어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언어에 대한 남다른 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에게 새로운 공간에 들어간다는 건, 새로운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과 동일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말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을 통해 언어란 구멍과 틈으로 가득 찬 불완전한 것임을 깨달았다. 이처럼 언어에 대한 집요한 자의식이 투영된 『무중력의 사람들』은 소설 형식, 또는 글쓰기의 잠재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한 “언어의 실험실”이다.
『무중력의 사람들』의 양식적 특징은 짧게는 몇 줄부터 길게는 몇 쪽에 이르는 파편화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시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빈번한 생략과 암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일선상에 놓이는 존립 불가능한 시제 등도 일반적인 서사 기법에서 벗어나 있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 양식은 소설의 의미 생성 과정에 독자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보다 풍부하고 매혹적인 허구의 세계로 이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세 화자가 ‘1920년대의 뉴욕’, ‘1970년대의 뉴욕’, 그리고 ‘오늘날의 멕시코시티’로 구분되는 시공간을 불연속적으로 넘나들며 전개된다는 것이다. 우선, 이 소설의 중심 화자는 현재의 멕시코시티에서 틈날 때마다 글을 쓰는 소설가다. 화자는 젊은 시절,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 번역가로 일할 당시 멕시코의 무명 시인 힐베르토 오웬에게 사로잡혔던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작품 중반부터는 화자의 또 다른 소설 속 인물인 오웬이 화자로 등장하여, 1920년대 후반 할렘 르네상스 시대에 뉴욕에서 지내던 시절을 회상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세 화자의 목소리는 아주 빠른 속도로 교차되고 뒤섞이면서,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이야기는 점점 예기치 못했던 방향으로 치닫는다. 이처럼 다양하고 이질적인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킨 역동적인 서사의 흐름 안에서, 정교하게 직조된 낯선 삶의 이면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모든 삶은 붕괴의 과정일 뿐이고,
이에 맞서려면 계속 글을 써야만 한다”
환영과도 같은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
발레리아 루이셀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관해 “모든 붕괴되어 가는 존재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의 기억에 시달리며 유령들과 대화를 나누는 소설가, 문학에 대한 갈망에 사로잡혀 거짓의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여자, 매일 뉴욕의 지하철역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며 생의 남은 나날을 가늠해보는 시인 힐베르토 오웬……. 이들은 모두 삶의 중력에 짓눌려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희미한 유령처럼 살아가는 존재다. 특히 『무중력의 사람들』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실존했던 멕시코의 시인 힐베르토 오웬(Gilberto Owen, 1904~1952)이다.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 루이셀리는 기존의 문화나 사회 구조에 속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 지식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할렘 르네상스 시대 뉴욕에서 살았던 멕시코의 무명 시인, 문학계의 틈새에 존재하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인 힐베르토 오웬이라는 작가를 주목했고, 상품으로 전락한 문학의 비참한 위상 앞에서 “존재의 파멸과 붕괴에 맞서기 위해” 글을 쓴 오웬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되었다.
“지하철은 나를 죽은 것들에게로,
정확히 말하자면 사물의 죽음으로 데려다주었다”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생성의 공간, 지하철
시간의 이동을 핵심으로 한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지하철 장면이다. 지하철은 단순히 일상적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생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20년의 시간을 넘어, 오웬은 뉴욕의 지하철에서 빨간색 코트를 입고 책을 읽는 젊은 여성을 자주 목격하고, 이 젊은 여성 또한 열차 안에서 삶에 지친 시인을 목격한다.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하나의 시간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흐르다, 마침내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하게는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 오웬과 에즈라 파운드, 에즈라 파운드와 프랑스 조각가인 브르제스카와의 만남도 이루어진다. 따라서 지하철은 “유령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계”이고, “잠재적인 것과 현행적인 것이 공존”하는 장소다. 이때 죽음은 견고해 보이는 우리의 일상에 균열과 빈틈을 내준다. 그리고 이 빈틈은 존재의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을 향해가는 경로가 된다.
에즈라 파운드, 에밀리 디킨슨, 로르카, 주코프스키……
현실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예술가들의 유령이 되살아난다
작가는 “삶과 죽음은 결국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라는 솔 벨로의 말을 인용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의 존재는 다른 누군가의 투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존이 지닌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 그들은 바로 에즈라 파운드, 에밀리 디킨슨, 페데리코 로르카, 주코프스키, 넬라 라슨, 호세 리몬 등의 예술가들이다. 실체 혹은 본질은 있지만 형체가 없는 존재들, 견고해 보이는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려 의식 너머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유령들, 즉 무중력의 사람들인 것이다.
루이셀리는 생의 막다른 지점으로 내몰린 오웬과 소설가, 번역가의 모습과 이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환기하는 예술가의 유령들을 통해, “지금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삶”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의 존재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삶을 구속하는 시간의 한시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힘, 즉 글쓰기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중력의 사람들』을 향한 찬사
발레리아 루이셀리의 소설은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서사 장르와 판이하게 다르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마약 및 폭력과의 전쟁을 다룬 낡은 이야기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감성적인 초자연주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문학의 역량에 천착한 『무중력의 사람들』은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문학 세대에 합류한 여성 작가의 감동적인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가디언]
기분 좋을 만큼 기이하면서도 독특한 이 소설은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뉴욕 타임스]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아름답고 우울한 관조와 함께, 일상적 삶의 견고한 경계를 교란시킨다. 이 우아한 소설은 인간 존재의 한시성과, 시간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세련된 직관을 통해 다룬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정교한 플롯, 유쾌한 성격 묘사, 속도감 있는 전개…… 로베르토 볼라뇨와 앙드레 지드를 떠오르게 하는 루이셀리는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세계 사이에 자리한 역동적인 유령의 세계를 탐사한다. 몇몇 소설들은 독자를 당황하게 하고, 놀라게 하고, 이상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도록 만드는데, 그 교활한 실험이 바로 루이셀리의 작품이다. [북리스트]
사랑과 정체성, 예술, 그리고 유령에 관한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매혹적이면서도 능숙하게 의식의 흐름 기법의 문체를 구사한다. [북 라이엇]
그녀의 매혹적인 소설은 단락과 단락 사이의 휴지(休止)로 가득 차 있다. 짤막한 구간 사이의 별표(*)에 붙박이도록 독자를 이끌어가는 제니 오필의 훌륭한 소설 『사색의 부서』와도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릴럭턴트 해비츠]
루이셀리의 글쓰기는 시공간이 중첩되는 세 화자의 이야기를 가로지르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책 속의 페이지로 빠져드는 순간, 당신은 인간과 유령 또는 진실과 거짓 사이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믿게 될 것이다. [헤이즐 & 렌 리뷰](미국 문학 커뮤니티 사이트)
그것이 아무리 초라하다 할지라도 모든 문학의 표현은 도취와 환각, 그리고 눈에 일렁이는 불빛처럼 묘한 것을 가지고 있다. 유머와 전율, 그리고 미묘한 만남과 들리지 않는 절규로 넘치는 발레리아 루이셀리의 첫 소설은 그러한 자유와 불빛,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정말 장래가 촉망되는 대단한 작가다. [엘 파이스](스페인 및 라틴아메리카 최대 일간지)
지극히 무심하지만 확신에 찬 태도로, 자아와 타자, 사실과 허구의 문제에 관해 논의한다. 마치 두 가지 모두가 하찮은 주제에 불과하다는 듯이. 새롭고, 혁명적인 소설이다. [픽션 애드버킷](미국 문학 전문 비평 사이트)
▣ 작가 소개
저자 : 발레리아 루이셀리
Valeria Luiselli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독창적이고, 지적이며, 흥미진진한 목소리”라고 불리는 발레리아 루이셀리는 1983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코스타리카, 한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 스페인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멕시코인과 외국인의 경계에서 살아온 경험은 여성 이주민으로서의 삶과 정체성에 주목하게 하고, 멕시코의 현실을 보다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멕시코 문화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필치가 돋보이는 에세이집 『위조 문서Papeles falsos』(2010)는 첫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유력 일간지 《레포르마》의 ‘올해의 최우수 도서’로 선정됨으로써 큰 호평을 받았다. 그 이듬해 발표한 첫 장편 『무중력의 사람들』은 시간의 이동을 핵심으로 한 소설로, 화자의 시선을 통해 환영처럼 부유하는 현대인의 삶을 시공을 초월하여 투사한 문제작이다. 『군중 속의 얼굴들 Faces in the Crowd』이라는 제목의 영역판으로도 번역, 출간된 이 작품은 2014년 ‘로스앤... 젤레스 타임스 아트 세덴바움상’과 ‘전미도서재단 젊은 작가 5인상(5 Under 35)’을 받았다. 예술적 평가의 규약과 관례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그린 두 번째 장편 『내 이에 관한 이야기들 La historia de mis dientes』은 2015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100권’에 선정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멕시코시티와 뉴욕, 베네치아를 거닐며 조지프 브로드스키의 묘소를 찾아가는 문학적 순례를 담은 『사이드워크 Sidewalks』(2013), 멕시코 이주 아동의 현실과 미국 이민 정책을 고발한 『잃어버린 아이들 Los Ninos Perdidos』(2016) 등 두 권의 에세이집이 있다.
역자 : 엄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대학원에서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우리였던 그림자』, 공살루 M. 타바리스의 『작가들이 사는 동네』, 『예루살렘』,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인공호흡』, 사비나 베르만의 『나, 참치여자』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무중력의 사람들
작품 해설 시간(들)이 빚어낸 세계(엄지영)
부록 새로운 세계 만들기(발레리아 루이셀리)
옮긴이 주 301
불연속적인 플롯, 의미의 빈틈과 공백, 존립 불가능한 시제……
새로운 세계를 빚어내기 위한 언어의 실험실
루이셀리는「말 더듬는 도시」라는 에세이에서 “말하기를 배우는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쓰든지 간에 그것은 언어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언어에 대한 남다른 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에게 새로운 공간에 들어간다는 건, 새로운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과 동일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말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을 통해 언어란 구멍과 틈으로 가득 찬 불완전한 것임을 깨달았다. 이처럼 언어에 대한 집요한 자의식이 투영된 『무중력의 사람들』은 소설 형식, 또는 글쓰기의 잠재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한 “언어의 실험실”이다.
『무중력의 사람들』의 양식적 특징은 짧게는 몇 줄부터 길게는 몇 쪽에 이르는 파편화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시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빈번한 생략과 암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일선상에 놓이는 존립 불가능한 시제 등도 일반적인 서사 기법에서 벗어나 있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 양식은 소설의 의미 생성 과정에 독자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보다 풍부하고 매혹적인 허구의 세계로 이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세 화자가 ‘1920년대의 뉴욕’, ‘1970년대의 뉴욕’, 그리고 ‘오늘날의 멕시코시티’로 구분되는 시공간을 불연속적으로 넘나들며 전개된다는 것이다. 우선, 이 소설의 중심 화자는 현재의 멕시코시티에서 틈날 때마다 글을 쓰는 소설가다. 화자는 젊은 시절,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 번역가로 일할 당시 멕시코의 무명 시인 힐베르토 오웬에게 사로잡혔던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작품 중반부터는 화자의 또 다른 소설 속 인물인 오웬이 화자로 등장하여, 1920년대 후반 할렘 르네상스 시대에 뉴욕에서 지내던 시절을 회상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세 화자의 목소리는 아주 빠른 속도로 교차되고 뒤섞이면서,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이야기는 점점 예기치 못했던 방향으로 치닫는다. 이처럼 다양하고 이질적인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킨 역동적인 서사의 흐름 안에서, 정교하게 직조된 낯선 삶의 이면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모든 삶은 붕괴의 과정일 뿐이고,
이에 맞서려면 계속 글을 써야만 한다”
환영과도 같은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
발레리아 루이셀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관해 “모든 붕괴되어 가는 존재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의 기억에 시달리며 유령들과 대화를 나누는 소설가, 문학에 대한 갈망에 사로잡혀 거짓의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여자, 매일 뉴욕의 지하철역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며 생의 남은 나날을 가늠해보는 시인 힐베르토 오웬……. 이들은 모두 삶의 중력에 짓눌려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희미한 유령처럼 살아가는 존재다. 특히 『무중력의 사람들』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실존했던 멕시코의 시인 힐베르토 오웬(Gilberto Owen, 1904~1952)이다.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 루이셀리는 기존의 문화나 사회 구조에 속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 지식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할렘 르네상스 시대 뉴욕에서 살았던 멕시코의 무명 시인, 문학계의 틈새에 존재하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인 힐베르토 오웬이라는 작가를 주목했고, 상품으로 전락한 문학의 비참한 위상 앞에서 “존재의 파멸과 붕괴에 맞서기 위해” 글을 쓴 오웬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되었다.
“지하철은 나를 죽은 것들에게로,
정확히 말하자면 사물의 죽음으로 데려다주었다”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생성의 공간, 지하철
시간의 이동을 핵심으로 한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지하철 장면이다. 지하철은 단순히 일상적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생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20년의 시간을 넘어, 오웬은 뉴욕의 지하철에서 빨간색 코트를 입고 책을 읽는 젊은 여성을 자주 목격하고, 이 젊은 여성 또한 열차 안에서 삶에 지친 시인을 목격한다.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하나의 시간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흐르다, 마침내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하게는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 오웬과 에즈라 파운드, 에즈라 파운드와 프랑스 조각가인 브르제스카와의 만남도 이루어진다. 따라서 지하철은 “유령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계”이고, “잠재적인 것과 현행적인 것이 공존”하는 장소다. 이때 죽음은 견고해 보이는 우리의 일상에 균열과 빈틈을 내준다. 그리고 이 빈틈은 존재의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을 향해가는 경로가 된다.
에즈라 파운드, 에밀리 디킨슨, 로르카, 주코프스키……
현실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예술가들의 유령이 되살아난다
작가는 “삶과 죽음은 결국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라는 솔 벨로의 말을 인용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의 존재는 다른 누군가의 투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존이 지닌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 그들은 바로 에즈라 파운드, 에밀리 디킨슨, 페데리코 로르카, 주코프스키, 넬라 라슨, 호세 리몬 등의 예술가들이다. 실체 혹은 본질은 있지만 형체가 없는 존재들, 견고해 보이는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려 의식 너머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유령들, 즉 무중력의 사람들인 것이다.
루이셀리는 생의 막다른 지점으로 내몰린 오웬과 소설가, 번역가의 모습과 이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환기하는 예술가의 유령들을 통해, “지금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삶”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의 존재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삶을 구속하는 시간의 한시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힘, 즉 글쓰기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중력의 사람들』을 향한 찬사
발레리아 루이셀리의 소설은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서사 장르와 판이하게 다르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마약 및 폭력과의 전쟁을 다룬 낡은 이야기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감성적인 초자연주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문학의 역량에 천착한 『무중력의 사람들』은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문학 세대에 합류한 여성 작가의 감동적인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가디언]
기분 좋을 만큼 기이하면서도 독특한 이 소설은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뉴욕 타임스]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아름답고 우울한 관조와 함께, 일상적 삶의 견고한 경계를 교란시킨다. 이 우아한 소설은 인간 존재의 한시성과, 시간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세련된 직관을 통해 다룬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정교한 플롯, 유쾌한 성격 묘사, 속도감 있는 전개…… 로베르토 볼라뇨와 앙드레 지드를 떠오르게 하는 루이셀리는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세계 사이에 자리한 역동적인 유령의 세계를 탐사한다. 몇몇 소설들은 독자를 당황하게 하고, 놀라게 하고, 이상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도록 만드는데, 그 교활한 실험이 바로 루이셀리의 작품이다. [북리스트]
사랑과 정체성, 예술, 그리고 유령에 관한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매혹적이면서도 능숙하게 의식의 흐름 기법의 문체를 구사한다. [북 라이엇]
그녀의 매혹적인 소설은 단락과 단락 사이의 휴지(休止)로 가득 차 있다. 짤막한 구간 사이의 별표(*)에 붙박이도록 독자를 이끌어가는 제니 오필의 훌륭한 소설 『사색의 부서』와도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릴럭턴트 해비츠]
루이셀리의 글쓰기는 시공간이 중첩되는 세 화자의 이야기를 가로지르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책 속의 페이지로 빠져드는 순간, 당신은 인간과 유령 또는 진실과 거짓 사이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믿게 될 것이다. [헤이즐 & 렌 리뷰](미국 문학 커뮤니티 사이트)
그것이 아무리 초라하다 할지라도 모든 문학의 표현은 도취와 환각, 그리고 눈에 일렁이는 불빛처럼 묘한 것을 가지고 있다. 유머와 전율, 그리고 미묘한 만남과 들리지 않는 절규로 넘치는 발레리아 루이셀리의 첫 소설은 그러한 자유와 불빛,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정말 장래가 촉망되는 대단한 작가다. [엘 파이스](스페인 및 라틴아메리카 최대 일간지)
지극히 무심하지만 확신에 찬 태도로, 자아와 타자, 사실과 허구의 문제에 관해 논의한다. 마치 두 가지 모두가 하찮은 주제에 불과하다는 듯이. 새롭고, 혁명적인 소설이다. [픽션 애드버킷](미국 문학 전문 비평 사이트)
▣ 작가 소개
저자 : 발레리아 루이셀리
Valeria Luiselli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독창적이고, 지적이며, 흥미진진한 목소리”라고 불리는 발레리아 루이셀리는 1983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코스타리카, 한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 스페인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멕시코인과 외국인의 경계에서 살아온 경험은 여성 이주민으로서의 삶과 정체성에 주목하게 하고, 멕시코의 현실을 보다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멕시코 문화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필치가 돋보이는 에세이집 『위조 문서Papeles falsos』(2010)는 첫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유력 일간지 《레포르마》의 ‘올해의 최우수 도서’로 선정됨으로써 큰 호평을 받았다. 그 이듬해 발표한 첫 장편 『무중력의 사람들』은 시간의 이동을 핵심으로 한 소설로, 화자의 시선을 통해 환영처럼 부유하는 현대인의 삶을 시공을 초월하여 투사한 문제작이다. 『군중 속의 얼굴들 Faces in the Crowd』이라는 제목의 영역판으로도 번역, 출간된 이 작품은 2014년 ‘로스앤... 젤레스 타임스 아트 세덴바움상’과 ‘전미도서재단 젊은 작가 5인상(5 Under 35)’을 받았다. 예술적 평가의 규약과 관례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그린 두 번째 장편 『내 이에 관한 이야기들 La historia de mis dientes』은 2015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100권’에 선정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멕시코시티와 뉴욕, 베네치아를 거닐며 조지프 브로드스키의 묘소를 찾아가는 문학적 순례를 담은 『사이드워크 Sidewalks』(2013), 멕시코 이주 아동의 현실과 미국 이민 정책을 고발한 『잃어버린 아이들 Los Ninos Perdidos』(2016) 등 두 권의 에세이집이 있다.
역자 : 엄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대학원에서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우리였던 그림자』, 공살루 M. 타바리스의 『작가들이 사는 동네』, 『예루살렘』,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인공호흡』, 사비나 베르만의 『나, 참치여자』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무중력의 사람들
작품 해설 시간(들)이 빚어낸 세계(엄지영)
부록 새로운 세계 만들기(발레리아 루이셀리)
옮긴이 주 301
	01. 반품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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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