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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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즈오 이시구로
출판사항민음사, 발행일:2015/09/25
형태사항p.282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749075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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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불완전한 기억을 통해 전쟁이 남긴 다양한 상처에 대해 그리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창백한 언덕 풍경』, 『남아 있는 나날』과 연결되는 삼부작

가즈오 이시구로는 1982년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하며 등단해 『남아 있는 나날』로 1989년 부커 상을 수상한 이후 현재까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으로 평가받는 일본계 영국 작가다. 민음사 모던클래식 75번으로 출간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자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제국주의에 가담해 정치 선동적 작품을 그려 부와 명예를 얻었던 노 화가의 씁쓸한 회고담이다. 작가는 『창백한 언덕 풍경』,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남아 있는 나날』 세 작품 모두 “한 개인이 불편한 기억과 어떻게 타협하는지” 그려 내려 했다고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특히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와 『남아 있는 나날』 두 작품은 “직업적인 면에서 소모적인 삶을 산 한 인간을 탐구”했다고 역설했다.

“때때로 인간은 틀릴 수도 있는 신념을 전력으로 붙잡고 자기 삶의 근거로 삼는다. 내 초기 작품들은 이런 인물들을 다룬다. (중략) 그 신념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환멸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건 그저 그 탐색이 어렵다는 걸 발견한 것뿐이고, 탐색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중에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에서는 과거에 스승의 순수 예술적 노선을 배신하고 전쟁과 천황을 찬양하는 그림을 제작하여 명예와 부를 누렸던 마스지 오노가 등장한다. 전쟁이 끝난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전범이라는 비난의 눈길뿐이다. 그는 과거 행동에 대해 선뜻 반성하는 한편 신념에 차 행동하고 성취를 맛보았던 경험에 대해 은밀한 자부심을 느낀다. 인간의 헛된 신념과 그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작품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진면목을 재확인할 수 있는 걸작이다.

순수했던 화가, 그리고 변절 후에 남은 삶

마스지 오노는 한때 유명했던 은퇴한 화가로, 2차 세계대전 중에 아내와 아들을 잃은 후 포화에 부서진 호화로운 옛 저택을 손보며 살고 있다. 둘째 딸 노리코가 어느 명망 있는 집안과 맞선을 앞둔 어느 날, 결혼한 맏딸 세쓰코가 친정에 놀러 온다. 그녀는 맞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과거 일에 대해 미리 조치를 취해 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오노를 은근히 압박한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둘째 딸의 혼삿길이 막힐 것을 염려하여 과거의 인물들을 한 명씩 찾아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오노의 과거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평생 그림을 그려 오다 은퇴한 오노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 순간 그가 기억의 왜곡과 자존심으로 인해 독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화자의 진실성, 혹은 기억의 진실성에 의혹을 품게 되면서부터 이 잔잔한 회고체 소설은 날카로운 현재성을 획득하고, 퍼즐을 맞춰 가는 듯한 혹은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시작된다.
전쟁을 발발시킨 일본의 선두에 서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그의 전력 때문에 둘째 딸의 혼담은 이번에도 깨질 것인가? 수제자였던 구로다는 왜 이제 그렇게 냉정한 것일까? 미묘하지만 상당히 노골적으로 아버지를 압박했던 세쓰코는 왜 작품의 말미에서 자신이 언제 그랬느냐고 시치미를 떼는 것일까? 무고한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보냈던 지도자들이 패전 후 자살하는 일이 빈번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소심한 반성과 은밀한 자긍 사이를 오가는 화자의 합리화가 진정한 자기 화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 상황에 놓인 화자를 내세워 전후에 남은 신념의 문제를 해부하듯 그려 낸다.

“우리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적어도 믿는 바를 위해 행동했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저 마지막에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이 드러난 것뿐일세. 평범한 사람들은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없지. 그런 시기에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은 그저 우리가 운이 없었을 뿐일세.”―본문 중에서


전쟁이 끝난 후 격변하는 세대의 일면을 그려 낸 작품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마스지 오노라는 노 화가를 중심으로 동료인 ‘거북이’와 마쓰다, 제자인 신타로와 구로다 등 전쟁을 직접 주도하거나 겪은 세대, 그리고 딸과 사위 들로 대표되는 전후 세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자 이치로라는 새로운 세대까지 다양한 전후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전전 세대와 전후 세대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전쟁을 부추긴 세대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 부추김에 전쟁터로 나가 전사한 젊은 세대의 반발이 사위 슈이치의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해진다.

“겐지 같은 젊은이들을 그곳에 보내 용맹하게 전사하게 만든 자들 말입니다. 그자들은 지금 어디 있죠? 그들은 여느 때나 다름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잖습니까. 게다가 그들 대다수는 미군 앞에서 굽신거린 덕에 전보다 더 잘나가고 말입니다. 우리를 재앙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자들이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겐지처럼 죽은 젊은이들을 애도나 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게 저를 화나게 하는 이유예요. 용감한 젊은이들은 어리석인 대의 때문에 죽고 진짜 죄인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겁내고,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기를 두려워하죠.”―본문 중에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 소설을 쓸 때까지 단 한 번도 일본에 가 본 적도, 일본어를 배운 적도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그가 형상화한 전후 일본의 모습은 마치 그 시절을 실제로 겪은 것처럼 생생하고 치밀하다. 1940년대 일본 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한 화가의 삶에 대입해 잘 짜인 이야기로 엮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문학적 재능과 성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부유하는 세상’이 지닌 중의적 의미와 역할

원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에서 ‘부유하는 세상’은 일본어로 ‘우키요(浮世)’인데, 이 단어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먼저 흔히 ‘우키요에(浮世-繪)’라 알려진 일본 미술의 유파를 뜻한다. 또한 그 유파에서 자주 그려 내는 “밤과 일체가 되었다가 아침과 함께 사라지”는 환락의 세계를 일컫기도 한다. 주인공 오노는 다케다 장인의 공방에서, 이어 모리 선생 수하에서 화가로 성장하면서 우키요에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모리 선생은 자신이 평생을 바친 그 예술 세계에 대해 오노에게 이렇게 말한다.

“화가가 포착하고자 하는 가장 섬세하고 부서지기 쉬운 아름다움이 해가 진 뒤 환락의 집 안에 떠돈다네. (중략) 내가 부유하는 세상을 제대로 그려 내지 못한 이유는 나 자신이 그 가치를 믿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네. 한 세계의 아름다움, 그것의 진짜 유효성을 의심하는 한 그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향유하기란 어렵다네.”―본문 중에서

‘부유하는 세상’이라는 단어에 담긴 중의적인 의미가 이 소설에서 지닌 뜻은 특별하다. 한 화가의 내면에 몰아치는 현실 참여에 대한 욕구와 신념, 반대로 세상과 동떨어져 예술가연하는 기존 예술계의 관행 사이에서 인간 마스지 오노는 고뇌하고 비난받는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소설 전반에 걸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사의 진리를 순수하고 열정 넘쳤던 한 예술가의 몰락을 통해 문학적으로 그리는 데 성공했다.

▣ 작가 소개

저 : 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해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1982)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에 발표한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로 부커 상을 받으며 이시구로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며,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된 바 있다.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로 첼튼햄 상을 받았고, ‘고향’의 문제를 천착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2000) 역시 부커 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된 바 있다.

2005년에 발표한 『나를 보내지 마』는 복제 인간의 사랑과 슬픈 운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으로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최신작 『녹턴』(2009)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은 바 있다.

역 : 김남주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번역을 시작했다. 1990년 장 그르니에의 책이 첫번째 결과물이 되었고, 현재 번역목록의 맨 밑을 차지하는 작가는 가즈오 이시구로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이다. 이시구로는 최근에 만난 작가이고, 로맹 가리는 10년 동안 드문드문 본다. 오랜 시간,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남은 글들, 그중에서도 프랑스 문학을 번역해왔다. 번역서로 『세잔 졸라를 만나다』, 『창조자 피카소』, 『달리』, 『세 예술가의 연인』,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가면의 생』, 엑토르 비앙시오티의 『밤이 낮에게 하는 이야기』, 『아주 느린 사랑의 발걸음』,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 『사랑의 파괴』, 『로베르』, 프레드 바르가스의 『4의 비밀』, 가즈오 이시구로의『녹턴』『나를 보내지 마』, 장 그르니에의 『몇 사람 작가에 대한 성찰』, 알렉상드르 자르댕의 『쥐비알』 등이 있다. 그 외에 번역한 추리소설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빛이 있는 동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쥐덫』, 『나일강의 죽음』,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ABC 살인 사건』 ,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813』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948년 10월……9
1949년 4월……133
1949년 11월……175
1950년 6월……261

옮긴이의 말……277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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