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 당신
‘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신이 노년에 부친,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이의 슬픈 시간여행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신이 신작 장편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을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42년 전 문단에 데뷔한 작가의 마흔두번째 장편소설이니, 작가는 매해 한 권의 장편을 발표해온 셈이다. ‘갈망 3부작’ <촐라체> <고산자> <은교>, ‘자본주의 폭력성 비판 3부작’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 <소금>에 이어 지난해 <소소한 풍경>을 발표한 작가가 이번에 파고든 주제는 노년, 기억, 죽음, 애도 그리고 사랑이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카페에 ‘꽃잎보다 붉던-당신, 먼 시간 속 풍경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일 연재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평생의 삶과 사랑과 관계에 대해, 또 그 현상과 이면에 대해 남김없이 천착해 펼쳐 보인다. 한편으로는 치매 걸린 노인의 정신이 먼 과거의 기억을 향해 달려나가듯이,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육체가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무너져내려가듯이, 이 소설은 현재 시점에서 노부부가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간다.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만 ‘당신’의 사랑을 달래고 기리는 진혼곡으로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씌어졌다.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 문학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 동시 출간!
노년의 주인공이 지난 삶을 회고하듯 씌어진 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작가의 문학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 <토끼와 잠수함> <흉기> <엔도르핀 프로젝트>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빈방> <쪼다 파티>)과 함께 출간됨으로써, 작가의 지난 42년 작품세계를 회고하고 갈무리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작가의 초기 중단편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85편이 실린 ‘박범신 중단편전집’에는, 1970년대 말부터 1990년 초까지 발표했던 콩트들의 핵심을 한 권으로 추려낸 <쪼다 파티>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일흔넷이 되던 날 새벽에 비로소 시작한 사랑, 그러나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만 사랑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2015년, 일흔여덟 살의 주인공 윤희옥이 이제 막 죽어 경직이 시작된 남편을 집 마당에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남편의 죽음을 준비해온 것처럼 부인 윤희옥의 뒤처리는 섬세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일을 마친 윤희옥은 경찰서를 찾아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신고를 한다. 그녀는 왜 사망 신고 아닌 실종 신고를 택했을까?
한평생을 부인 윤희옥과 딸아이 주인혜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 주호백, 그는 2009년 두 차례 뇌출혈을 겪으면서 그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그의 정신이 구심력을 따라 먼 과거의 시간을 향해 나아갈 때, 파킨슨병과 당뇨와 고혈압은 그의 육체를 원심력의 힘으로, 삶의 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주호백의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 흐름이 이처럼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로서는 결코 밝히고 싶지 않았을 한평생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부인에게 또 딸아이에게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생급스럽기만 한 남편의 거친 모습에, 부인 윤희옥은 애써 감추고 또 잊고자 했던 지난 삶의 순간들을 복기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소설은 2015년 시점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또 과거끼리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치매 이후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변한 남편을 새로 받아들이기 위해 윤희옥은 가장 먼저 1950년의 기억으로 거슬러올라간다. 6.25가 발발하기 몇 달 전, 열세 살 윤희옥과 열 살 코흘리개 주호백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도무지 답답한 가슴이 뚫리질 않는다. 소녀를 보는 순간 무슨 얄망궂고 앰한 일이 분명 자신에게 벌어진 느낌이다. 이를테면, 별똥별이 정통으로 가슴속에 떨어졌거나, 이상한 벌레들이 머릿속으로 갑자기 이사 들어와 막 집을 짓고 있는 것 같다.(62쪽)
공감 능력이 유달리 뛰어나기도 했던 소년 주호백은 자신 가슴속에 ‘정통으로 떨어져내린’ 윤희옥에게 한순간 사로잡히고, 한평생 의심 없는 사랑으로 그녀 곁에 머문다. 둘이 성인이 되었을 때 김가인이라는 인물이 돌연 등장했다가(1959년), 둘에게는 쉬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채 또 홀연히 떠난다(1969년). “누구나 제 마음대로 조정이 안 되는 쪽배를 타고 흘렀던” 시절에 혁명을 꿈꾸었던 김가인에게 윤희옥은 온 마음을 빼앗기지만, 그 시절은 김가인이라는 사람을 송두리째 그녀에게서 빼앗아가고 만다. 1964년, 김가인은 희옥의 뱃속에 아이를 남기곤, 소식은 물론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감옥으로 붙잡혀 들어간다. 처녀가 애를 배는 걸 상상할 수 없던 시절, 오갈 곳 없이 무작정 새벽 도망을 친 윤희옥을 흔연히 받아들여 구원한 건 십수 년 전의 코흘리개 주호백이다. 인내와 헌신으로 시종하는 주호백의 삶과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2009년, 노년의 주호백이 치매에 걸리면서 한결같았던 그의 삶에 균열이 생겨나고, 그가 억눌러왔던 내면이 그 틈으로 하나둘 비집고 나오더니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1968년 수두에 걸린 딸아이를 주호백과 함께 내팽개치고 두 달여 김가인과 지내고 돌아온 윤희옥에게 ““인혜야, 엄마 왔네. 저어기, 저기 엄마!” 원만한 표정으로 말하고 나서, “들어와요. 그러고 서 있으니까 애가 울잖아요” 덧붙이던 그”가 2013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한번은 그가 나의 뺨을 후려친 적이 있었다.
(……) 누군가의 광포한 힘에 상반신이 들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손바닥이 사정없이 내 뺨으로 날아들었다. 살똥스러운 손짓이었다. “나쁜 년!” 그가 말했고, 이어 그의 다른 손이 반대쪽 뺨으로 날아왔다. 얼마나 거칠었는지 내 몸이 침대 밑으로 나가떨어졌을 정도였다. “네년이 그러고도 에미야? 수두에 걸려 죽을 둥 살 둥 하는 어린것을 팽개치고 사내놈을 만나러 집을 나가?” 그의 눈에서 사뭇 불길이 솟아나왔다. 잘못하면 나를 죽이려고 목이라도 조를 것 같았다. “나가! 무슨 낯짝으로 여기를 기어들어와! 인혜는 이제 네 딸이 아니야. 내 딸이야. 그러니 당장 다시 나가란 말이야! 나 혼자 키울 수 있어!” 그가 소리쳤다.(201쪽)
치매와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남편을 간병하면서 윤희옥은 그가 부정, 분노, 협상, 우울의 단계를 차례로 거친 후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돕는다. 말년의 주호백은 잠깐 제정신이 들 때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미욱한 방식으로나마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윤희옥은 그가 생전에 특별히 사랑했지만 지독한 알레르기 때문에 결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청매꽃을 구해, 주호백의 염원대로 그를 ‘안락사’시킨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고 여긴 희옥은 집 마당에 새로 매화나무를 심으려고 파놓은 구덩이에 남편을 몰래 묻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윤희옥은 그러나 제 손으로 남편을 묻었다는 사실을 이내 곧 잊고는, 돌아올 리 없는 남편을 남은 생애 매순간 기다리며 지낸다. 윤희옥의 몸속에서도 치매가 이미 진행중이었던 것이다.
밤새들이 꾹꾹 꾸르륵 하면서 가을 숲으로 날아갔다. “근데 얘, 네 아빠가 지금까지 돌아오질 않는구나.” 어머니가 잠시 후 덧붙여 말했다. “이 양반 들어오기만 해봐, 내 가만두나!” 나는 후훗, 하고 웃었다. “왜 곤장이라도 치게?” 매화나무 붉은 잎이 어머니의 어깨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내가 뭐, 주호백에게 곤장이라고 못 칠 것 같니?”(386쪽)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 봄, 이 여름,
이 가을이 아니면 못 볼 꽃을 그냥 지나쳐왔을까”
아빠의 실종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들어온 딸 주인혜와 함께 윤희옥은 제 손으로 땅에 묻은 주호백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오른다. 그녀에게는 주호백의 죽음을 애도하고, 또 그의 넋을 달래는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서 윤희옥은 딸 주인혜에게 그녀를 낳아준 아비 김가인, 그녀를 키워준 아비 주호백에 대한 속 이야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한다. 그 여정에서 딸아이 주인혜는 실종된 아빠를 되찾는 데 실패하지만, 윤희옥은 남편의 본모습을 되찾아 회복시키는 나름의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여행을 마친 후 윤희옥은 얼마 전 주호백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정신이 그와의 기억을 좇아 먼 과거를 향해 나아갈 때 육체는 죽음을 향해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며, 먼저 간 남편을 뒤따른다.
대학시절 무용을 전공한 윤희옥은 갑갑한 토슈즈를 신어야 하는 발레 대신 신발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춤추는 현대무용에 매료된다. 1960년대 한국에서의 현대무용은 역사가 깊은 전통 발레에 비해 지위와 진로가 상당히 불안정한 편이었다. 현대무용과 발레는 윤희옥에게 이상과 현실이라는 대립쌍이었을 텐데, 결국 그녀는 현실을 택하고 A발레단에 입단한다. 김가인과 주호백이라는 두 남자 또한 그녀에게 이상과 현실 같은 존재이다. 현대무용 아닌 발레를 선택했듯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현실이 주호백이었지만, 그녀는 그 현실을 평생 밀치며 살아왔다. 주호백이 치매에 걸려 윤희옥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 현실을 또 자신의 삶을 단 한 번도 긍정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지 모른다. 치매에 걸린 말년의 주호백은 인내와 헌신으로 시종했던 이전의 삶을 전면 부정했지만, 윤희옥은 그 모습에서 “관계의 윤리성에서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건 공평함”이라는 걸 깨달았고,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우쳤다. 치매라는 고통스러운 질병이 이상과 현실이라는 윤희옥의 이항 대립을 무너뜨리고, 그녀로 하여금 평생 밀쳐오기만 했던 현실을 껴안도록 해준 것이다. 박범신의 신작 장편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우리에게 치매가 선물이라는 역설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전한다.
소설의 주인공 윤희옥과 주호백처럼 1950년 6.25전쟁, 1960년 4.19혁명, 1972년 유신헌법 공포,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1993년 문민정부 출범 등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인내와 헌신으로서의 한평생 사랑은 그리 낯선 주제가 아니다. 작가 자신처럼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세대에게 작가는 그래서 일생一生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을 들려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또 젊은 세대에게 이 소설은 앞선 세대의 삶과 사랑을 만나고, 그 이해와 공감의 폭을 확장하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의 말’을 대신한 ‘헌사’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랑에서, 주호백과 닮은 당신, 나는 그러나 정염과 슬픔 사이의 골짜기를 낮은 포복으로 갈팡질팡 여기까지 왔네. 사랑의 끝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그야, 당연히 사랑이 있지!” 당신은 담담하게 대답했어. 내가 한없이 비루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 나는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네. 사랑의 지속을 믿지 않는 남자 곁에서 그것의 영원성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온 오랜 당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허락을 구하면서, 나이 일흔에 쓴 이 소설을 부끄럽지만 나의 ‘당신’에게 주느니, 부디 순하고 기쁘게 받아주길!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소설 속 주호백은 윤희옥에게 마지막 선물처럼 가르쳐주고 떠난다. 지난 삶에서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추하고 고통스럽고 때론 부끄럽기까지 한 풍경을 기억하고 떠올리는 일에는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다. 박범신 작가가 사랑 끝엔 당연히 사랑이 있지, 라는 말에서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면, 독자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고 또 앞날을 기획하는 한 방법을, 자서전적인 삶을 쓰는 ‘작은 뼈’ 하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범신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작품 중 70년대와 8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또한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시도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보이고 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등』은 그가 글쓰기를 떠나기 전의 문학세계와 그 후의 문학성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해방 후의 현대사의 흐름을 같이 걸어온 주인공 서영우와 민혜주, 노상규 이 세 인물들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원형을 찾아 결국엔 죽음에 이르는 피빛 사랑을 그려내면서 해방 후 현대사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더러운 책상』은 특이하게 ''''단장''''으로 이뤄져 있다. 박범신의 자전적 소설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가 겪었을 젊은 날의 고뇌들이 그렇게 표현된 것처럼 평가받는다. "새벽이다. 무엇이 그리운지 알지 못하면서, 그러나 무엇인가 지독하게 그리워서 나날이 흐릿하게 흘러가던, 그런 날의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던 그의 고민을 엿보게 해준다. 작가 박범신은 이 작품으로 창작과비평사가 제정한 2003년 제1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들, 쓸쓸하다』에서 박범신은 그의 문학인생 못지않게 녹록치 않았던 남자인생 60년을 이야기한다. 오로지 아들 하나를 욕망하던 어머니의 늦둥이 외아들로, 수많은 복병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한 울타리를 지켜온 남편으로, 수십 년간 밥벌이를 감당해야 했던 고단한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 땅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짚어본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사회 구조 안에서 이제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남자들, 즉 구시대의 ‘화려한 권력자’에서 이 시대의 ‘쓸쓸한 인간’으로 자리바꿈한 중년 남자들의 현주소를 살펴봄과 동시에, 이제는 사회의 구석자리에서 불안한 헛기침만을 날릴 수밖에 없는 그 ‘쓸쓸한’ 남자들의 진솔한 속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비우니 향기롭다』는 더욱 더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 만능주의 현실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안내서이다. 내면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저자가 히말라야에서 깨달은 바는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지려는 마음보다 비우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 이는 바로 불교 철학의 ''''무소유''''와 직결된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만 살아가는 기쁨이 더 줄어든 시대.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이 외의 작품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겨울강 하늬바람』 『킬리만자로의 눈꽃』 『침묵의 집』 『와등』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등이 있고, 소설집에 『토끼와 잠수함』 『덫』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등이, 연작소설에 『빈 방』 『흰수레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2001년 소설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나마스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5개월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촐라체''''라는 소설을 연재하였다. 이 소설은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촐라체』와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인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 『힐링』,『소소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 주요 목차
2015
2009 - 2015
1950
2010 - 2015
1950
1959
2012 - 2015
1962
1964
2013 - 2015
1965
2014 - 2015
1970 - 2015
1970 - 2013
1981 - 2015
1993 - 1995 - 2014
2014 - 2015
2015
에필로그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 당신
‘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신이 노년에 부친,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이의 슬픈 시간여행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신이 신작 장편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을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42년 전 문단에 데뷔한 작가의 마흔두번째 장편소설이니, 작가는 매해 한 권의 장편을 발표해온 셈이다. ‘갈망 3부작’ <촐라체> <고산자> <은교>, ‘자본주의 폭력성 비판 3부작’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 <소금>에 이어 지난해 <소소한 풍경>을 발표한 작가가 이번에 파고든 주제는 노년, 기억, 죽음, 애도 그리고 사랑이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카페에 ‘꽃잎보다 붉던-당신, 먼 시간 속 풍경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일 연재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평생의 삶과 사랑과 관계에 대해, 또 그 현상과 이면에 대해 남김없이 천착해 펼쳐 보인다. 한편으로는 치매 걸린 노인의 정신이 먼 과거의 기억을 향해 달려나가듯이,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육체가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무너져내려가듯이, 이 소설은 현재 시점에서 노부부가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간다.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만 ‘당신’의 사랑을 달래고 기리는 진혼곡으로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씌어졌다.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 문학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 동시 출간!
노년의 주인공이 지난 삶을 회고하듯 씌어진 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작가의 문학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 <토끼와 잠수함> <흉기> <엔도르핀 프로젝트>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빈방> <쪼다 파티>)과 함께 출간됨으로써, 작가의 지난 42년 작품세계를 회고하고 갈무리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작가의 초기 중단편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85편이 실린 ‘박범신 중단편전집’에는, 1970년대 말부터 1990년 초까지 발표했던 콩트들의 핵심을 한 권으로 추려낸 <쪼다 파티>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일흔넷이 되던 날 새벽에 비로소 시작한 사랑, 그러나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만 사랑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2015년, 일흔여덟 살의 주인공 윤희옥이 이제 막 죽어 경직이 시작된 남편을 집 마당에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남편의 죽음을 준비해온 것처럼 부인 윤희옥의 뒤처리는 섬세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일을 마친 윤희옥은 경찰서를 찾아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신고를 한다. 그녀는 왜 사망 신고 아닌 실종 신고를 택했을까?
한평생을 부인 윤희옥과 딸아이 주인혜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 주호백, 그는 2009년 두 차례 뇌출혈을 겪으면서 그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그의 정신이 구심력을 따라 먼 과거의 시간을 향해 나아갈 때, 파킨슨병과 당뇨와 고혈압은 그의 육체를 원심력의 힘으로, 삶의 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주호백의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 흐름이 이처럼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로서는 결코 밝히고 싶지 않았을 한평생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부인에게 또 딸아이에게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생급스럽기만 한 남편의 거친 모습에, 부인 윤희옥은 애써 감추고 또 잊고자 했던 지난 삶의 순간들을 복기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소설은 2015년 시점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또 과거끼리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치매 이후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변한 남편을 새로 받아들이기 위해 윤희옥은 가장 먼저 1950년의 기억으로 거슬러올라간다. 6.25가 발발하기 몇 달 전, 열세 살 윤희옥과 열 살 코흘리개 주호백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도무지 답답한 가슴이 뚫리질 않는다. 소녀를 보는 순간 무슨 얄망궂고 앰한 일이 분명 자신에게 벌어진 느낌이다. 이를테면, 별똥별이 정통으로 가슴속에 떨어졌거나, 이상한 벌레들이 머릿속으로 갑자기 이사 들어와 막 집을 짓고 있는 것 같다.(62쪽)
공감 능력이 유달리 뛰어나기도 했던 소년 주호백은 자신 가슴속에 ‘정통으로 떨어져내린’ 윤희옥에게 한순간 사로잡히고, 한평생 의심 없는 사랑으로 그녀 곁에 머문다. 둘이 성인이 되었을 때 김가인이라는 인물이 돌연 등장했다가(1959년), 둘에게는 쉬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채 또 홀연히 떠난다(1969년). “누구나 제 마음대로 조정이 안 되는 쪽배를 타고 흘렀던” 시절에 혁명을 꿈꾸었던 김가인에게 윤희옥은 온 마음을 빼앗기지만, 그 시절은 김가인이라는 사람을 송두리째 그녀에게서 빼앗아가고 만다. 1964년, 김가인은 희옥의 뱃속에 아이를 남기곤, 소식은 물론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감옥으로 붙잡혀 들어간다. 처녀가 애를 배는 걸 상상할 수 없던 시절, 오갈 곳 없이 무작정 새벽 도망을 친 윤희옥을 흔연히 받아들여 구원한 건 십수 년 전의 코흘리개 주호백이다. 인내와 헌신으로 시종하는 주호백의 삶과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2009년, 노년의 주호백이 치매에 걸리면서 한결같았던 그의 삶에 균열이 생겨나고, 그가 억눌러왔던 내면이 그 틈으로 하나둘 비집고 나오더니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1968년 수두에 걸린 딸아이를 주호백과 함께 내팽개치고 두 달여 김가인과 지내고 돌아온 윤희옥에게 ““인혜야, 엄마 왔네. 저어기, 저기 엄마!” 원만한 표정으로 말하고 나서, “들어와요. 그러고 서 있으니까 애가 울잖아요” 덧붙이던 그”가 2013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한번은 그가 나의 뺨을 후려친 적이 있었다.
(……) 누군가의 광포한 힘에 상반신이 들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손바닥이 사정없이 내 뺨으로 날아들었다. 살똥스러운 손짓이었다. “나쁜 년!” 그가 말했고, 이어 그의 다른 손이 반대쪽 뺨으로 날아왔다. 얼마나 거칠었는지 내 몸이 침대 밑으로 나가떨어졌을 정도였다. “네년이 그러고도 에미야? 수두에 걸려 죽을 둥 살 둥 하는 어린것을 팽개치고 사내놈을 만나러 집을 나가?” 그의 눈에서 사뭇 불길이 솟아나왔다. 잘못하면 나를 죽이려고 목이라도 조를 것 같았다. “나가! 무슨 낯짝으로 여기를 기어들어와! 인혜는 이제 네 딸이 아니야. 내 딸이야. 그러니 당장 다시 나가란 말이야! 나 혼자 키울 수 있어!” 그가 소리쳤다.(201쪽)
치매와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남편을 간병하면서 윤희옥은 그가 부정, 분노, 협상, 우울의 단계를 차례로 거친 후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돕는다. 말년의 주호백은 잠깐 제정신이 들 때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미욱한 방식으로나마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윤희옥은 그가 생전에 특별히 사랑했지만 지독한 알레르기 때문에 결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청매꽃을 구해, 주호백의 염원대로 그를 ‘안락사’시킨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고 여긴 희옥은 집 마당에 새로 매화나무를 심으려고 파놓은 구덩이에 남편을 몰래 묻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윤희옥은 그러나 제 손으로 남편을 묻었다는 사실을 이내 곧 잊고는, 돌아올 리 없는 남편을 남은 생애 매순간 기다리며 지낸다. 윤희옥의 몸속에서도 치매가 이미 진행중이었던 것이다.
밤새들이 꾹꾹 꾸르륵 하면서 가을 숲으로 날아갔다. “근데 얘, 네 아빠가 지금까지 돌아오질 않는구나.” 어머니가 잠시 후 덧붙여 말했다. “이 양반 들어오기만 해봐, 내 가만두나!” 나는 후훗, 하고 웃었다. “왜 곤장이라도 치게?” 매화나무 붉은 잎이 어머니의 어깨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내가 뭐, 주호백에게 곤장이라고 못 칠 것 같니?”(386쪽)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 봄, 이 여름,
이 가을이 아니면 못 볼 꽃을 그냥 지나쳐왔을까”
아빠의 실종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들어온 딸 주인혜와 함께 윤희옥은 제 손으로 땅에 묻은 주호백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오른다. 그녀에게는 주호백의 죽음을 애도하고, 또 그의 넋을 달래는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서 윤희옥은 딸 주인혜에게 그녀를 낳아준 아비 김가인, 그녀를 키워준 아비 주호백에 대한 속 이야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한다. 그 여정에서 딸아이 주인혜는 실종된 아빠를 되찾는 데 실패하지만, 윤희옥은 남편의 본모습을 되찾아 회복시키는 나름의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여행을 마친 후 윤희옥은 얼마 전 주호백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정신이 그와의 기억을 좇아 먼 과거를 향해 나아갈 때 육체는 죽음을 향해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며, 먼저 간 남편을 뒤따른다.
대학시절 무용을 전공한 윤희옥은 갑갑한 토슈즈를 신어야 하는 발레 대신 신발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춤추는 현대무용에 매료된다. 1960년대 한국에서의 현대무용은 역사가 깊은 전통 발레에 비해 지위와 진로가 상당히 불안정한 편이었다. 현대무용과 발레는 윤희옥에게 이상과 현실이라는 대립쌍이었을 텐데, 결국 그녀는 현실을 택하고 A발레단에 입단한다. 김가인과 주호백이라는 두 남자 또한 그녀에게 이상과 현실 같은 존재이다. 현대무용 아닌 발레를 선택했듯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현실이 주호백이었지만, 그녀는 그 현실을 평생 밀치며 살아왔다. 주호백이 치매에 걸려 윤희옥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 현실을 또 자신의 삶을 단 한 번도 긍정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지 모른다. 치매에 걸린 말년의 주호백은 인내와 헌신으로 시종했던 이전의 삶을 전면 부정했지만, 윤희옥은 그 모습에서 “관계의 윤리성에서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건 공평함”이라는 걸 깨달았고,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우쳤다. 치매라는 고통스러운 질병이 이상과 현실이라는 윤희옥의 이항 대립을 무너뜨리고, 그녀로 하여금 평생 밀쳐오기만 했던 현실을 껴안도록 해준 것이다. 박범신의 신작 장편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우리에게 치매가 선물이라는 역설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전한다.
소설의 주인공 윤희옥과 주호백처럼 1950년 6.25전쟁, 1960년 4.19혁명, 1972년 유신헌법 공포,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1993년 문민정부 출범 등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인내와 헌신으로서의 한평생 사랑은 그리 낯선 주제가 아니다. 작가 자신처럼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세대에게 작가는 그래서 일생一生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을 들려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또 젊은 세대에게 이 소설은 앞선 세대의 삶과 사랑을 만나고, 그 이해와 공감의 폭을 확장하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의 말’을 대신한 ‘헌사’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랑에서, 주호백과 닮은 당신, 나는 그러나 정염과 슬픔 사이의 골짜기를 낮은 포복으로 갈팡질팡 여기까지 왔네. 사랑의 끝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그야, 당연히 사랑이 있지!” 당신은 담담하게 대답했어. 내가 한없이 비루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 나는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네. 사랑의 지속을 믿지 않는 남자 곁에서 그것의 영원성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온 오랜 당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허락을 구하면서, 나이 일흔에 쓴 이 소설을 부끄럽지만 나의 ‘당신’에게 주느니, 부디 순하고 기쁘게 받아주길!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소설 속 주호백은 윤희옥에게 마지막 선물처럼 가르쳐주고 떠난다. 지난 삶에서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추하고 고통스럽고 때론 부끄럽기까지 한 풍경을 기억하고 떠올리는 일에는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다. 박범신 작가가 사랑 끝엔 당연히 사랑이 있지, 라는 말에서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면, 독자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고 또 앞날을 기획하는 한 방법을, 자서전적인 삶을 쓰는 ‘작은 뼈’ 하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범신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작품 중 70년대와 8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또한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시도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보이고 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등』은 그가 글쓰기를 떠나기 전의 문학세계와 그 후의 문학성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해방 후의 현대사의 흐름을 같이 걸어온 주인공 서영우와 민혜주, 노상규 이 세 인물들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원형을 찾아 결국엔 죽음에 이르는 피빛 사랑을 그려내면서 해방 후 현대사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더러운 책상』은 특이하게 ''''단장''''으로 이뤄져 있다. 박범신의 자전적 소설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가 겪었을 젊은 날의 고뇌들이 그렇게 표현된 것처럼 평가받는다. "새벽이다. 무엇이 그리운지 알지 못하면서, 그러나 무엇인가 지독하게 그리워서 나날이 흐릿하게 흘러가던, 그런 날의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던 그의 고민을 엿보게 해준다. 작가 박범신은 이 작품으로 창작과비평사가 제정한 2003년 제1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들, 쓸쓸하다』에서 박범신은 그의 문학인생 못지않게 녹록치 않았던 남자인생 60년을 이야기한다. 오로지 아들 하나를 욕망하던 어머니의 늦둥이 외아들로, 수많은 복병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한 울타리를 지켜온 남편으로, 수십 년간 밥벌이를 감당해야 했던 고단한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 땅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짚어본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사회 구조 안에서 이제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남자들, 즉 구시대의 ‘화려한 권력자’에서 이 시대의 ‘쓸쓸한 인간’으로 자리바꿈한 중년 남자들의 현주소를 살펴봄과 동시에, 이제는 사회의 구석자리에서 불안한 헛기침만을 날릴 수밖에 없는 그 ‘쓸쓸한’ 남자들의 진솔한 속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비우니 향기롭다』는 더욱 더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 만능주의 현실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안내서이다. 내면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저자가 히말라야에서 깨달은 바는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지려는 마음보다 비우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 이는 바로 불교 철학의 ''''무소유''''와 직결된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만 살아가는 기쁨이 더 줄어든 시대.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이 외의 작품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겨울강 하늬바람』 『킬리만자로의 눈꽃』 『침묵의 집』 『와등』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등이 있고, 소설집에 『토끼와 잠수함』 『덫』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등이, 연작소설에 『빈 방』 『흰수레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2001년 소설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나마스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5개월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촐라체''''라는 소설을 연재하였다. 이 소설은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촐라체』와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인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 『힐링』,『소소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 주요 목차
2015
2009 - 2015
1950
2010 - 2015
1950
1959
2012 - 2015
1962
1964
2013 - 2015
1965
2014 - 2015
1970 - 2015
1970 - 2013
1981 - 2015
1993 - 1995 - 2014
2014 - 2015
2015
에필로그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