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진런순의 글쓰기는 두 가지 커다란 맥락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는 선명한 민족특색의 고전 전기(?奇)이고 하나는 현대 도시 남녀의 감정 이야기다. 한 차례 또 한 차례 역사의 연기와 먼지에 대한 서사로 돌아갈 때마다 그녀는 대단히 함축적이면서도 고요하고 아름답고, 빠르면서도 광활한 세계를 그려낸다. 역사에 대한 상상과 여성스런 감정과 사유를 통해 그녀는 가슴 속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민족적 정서와 회한, 민족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미련을 담아낸다. 그녀의 이런 소설들은 독자들에게 아주 편안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그윽한 기세와 운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순정한 언어와 내부로 수렴되는 감정, 그리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분위기가 독자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 문학평론가 왕잉
1. ‘70후’(1970년대생)를 찾아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중국 당대문학 작가들은 대부분 ‘50후’와 ‘60후’들이다. 모옌(莫言), 류전윈(劉震雲), 옌렌커(閻連科), 비페이위(畢飛宇), 왕안이(王安憶), 츠즈젠(遲子健), 팡팡(方方), 톄닝(鐵凝), 위화(余華), 아청(阿城), 한샤오궁(韓少功)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모두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작가들이다. 이들이 오늘의 중국 문단을 장악하는 동시에 세계문학의 무대에서 당당히 중국문학의 위상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옌렌커는 여기에 그럴 만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0, 40년대에 태어난 작가들은 대부분 혁명의 사유를 특별한 거부감 없이 수용했던 계층으로서 이제는 나이가 많아 오늘날 중국의 현실과 처지에 진정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가와 세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낼 능력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가 노정하고 있는 정치적, 문화적, 미학적 변화를 역동적으로 표현해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한편 80년대와 90년대에 출생한 작가들은 중국 산아제한 정책의 결과로 형성된 ‘독생자녀 세대’로서 경제적, 문화적 풍요 속에서 성장한 대신, 극단적인 혁명 이데올로기의 지배와 그 절정이었던 문화대혁명을 경험하지 못했고 사회변혁의 동기와 지향에 대해 비판적인 사유의 단계도 체험하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이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상태로까지 발전해 온 것인지, 개혁의 중국과 보수의 중국이 장차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인식하거나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빈곤하다. 이처럼 판이하게 다른 세대 사이에 ‘70후’ 작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문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개혁개방 이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변화의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로서 개혁개방의 문학적 체현이 가장 잘 이루어진 세대다. 소설의 중요한 의미 가운데 하나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시대와 풍경을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면 우리는 중국 ‘70후’ 작가들의 작품을 치명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셈이다.
2. 중국의 대표적인 ‘70후’ 작가, 진런순
중국의 대표적인 ‘70후’ 작가 가운데 하나인 진런순은 ‘글과 사람이 일치하는(文如其人, 人如其文)’ 작가다. 소박하지만 정제된 언어와 대담한 상상력으로 다른 작가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정감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50후’, ‘60후’를 넘어서는 ‘포스트신시기’ 문학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진런순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작품 속에 자신이 그리는 인물에 대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객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인물에 대해 강렬한 감정의 투사가 적은 편이고 언어에 대해서도 어떠한 기준이나 경향성이 없다. 이처럼 자신과 무관한 객관적이고 무정할 정도로 초탈한 서사가 소설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텍스트 깊은 곳에 감추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진런순의 평범하고 세속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랑 이야기 속에는 사실 놀라울 정도의 잔인성이 담겨 있다. 냉정하고 절제된 진런순의 작품에서는 감정의 범람과 욕망의 과잉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녀의 몸에는 항상 세속의 세계를 깨뜨려버리는 차가운 눈빛이 있어 삶의 기인한 허상들을 꿰뚫어보고 사랑의 허위와 인성의 변화에 대해 질의를 던진다. 그녀는 뼛속 깊이 사랑과 인성, 그리고 현실에 대한 깊은 회의와 냉담함,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70년대에 출생한 작가들이 집단적으로 빛을 발하던 시기도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이 세대의 문학을 맛보지도 못한 채 우리는 ‘50후’와 ‘60후’의 세계에 갇혀 있다. 이제는 ‘70후’를 이해하고 넘어서 그 다음 세대까지 중국 당대문학의 긴 흐름과 그 흐름이 담고 있는 삶의 풍경과 논리를 통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진런순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3. 한국어판 서문
부모님의 타향과 나의 고향
1938년, 두 살이 된 나의 아버지는 부모님을 따라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오셨다. 2년 뒤 두 살이 된 우리 엄마도 가족을 따라 조선을 따라 중국으로 오셨다. 두 분은 각각 단둥(丹東)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환런(桓仁)이라는 작은 도시에 정착했다. 이곳에는 수많은 조선인들과 일본 이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차이나타운’과 유사한 공간이었다. 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이민 생활은 망망한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과 같아 주위 환경과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 하나의 체제를 이루어 갔다.
1940년대와 50년대, 60년대, 70년대를 거치면서 급변하는 정치 환경이 우리 부모님들 일생의 절반을 관통했다. 그리고 1970년에 집안의 네 번째 아이로 내가 태어났다. 1976년에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오빠 언니와 마찬가지로 중국어로 수업하는 학교였다. 그해에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중국은 점차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나는 줄곧 두 가지 언어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집에서는 할머니와 부모님들이 조선어를 쓰셨지만 집 밖에 나가면 온통 중국어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었고 수많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이야기에 매료되어 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을 때면 주변의 친구나 학우들에게 들려주곤 했지만 언젠가 나도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엄마 아빠도 당신들의 자식 중에 누군가 작가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셨다.
하지만 일단 작가가 되고나서부터 나는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고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먼지에 덮여 있던 이야기들이 마치 문자가 그 먼지를 떨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원래의 형태와 색깔, 질감과 무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나의 핏줄과 가족의 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의 타향이 나의 고향이긴 하지만 당신들의 고향은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 부모님들의 조선어는 어떤 위안과 어루만짐처럼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글쓰기는 일종의 추억이자 탄식이었다. 나는 나의 작품이 우리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하고 내 친구들을 즐겁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리 많지 않은 가족과 친구들이 내 세계의 주요 부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의 작품집이 출간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우리 엄마 아빠에게 드릴 수 있는 이보다 더 적당한 선물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번역가 김태성 선생과 글누림출판사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이 창문이 되어 한국의 독자들이 중국인들 삶의 재미있고 의미 있는 부분들을 구경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4년 7월 12일
중국 창춘(長春)에서 진런순
▣ 작가 소개
저자 : 진런순(金仁順)
진런순은 조선족 작가로 1970년에 지린(吉林)성 창바이산(長白山)에서 출생하여 1995년에 지린예술학원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저서로 중단편 소설집『사랑의 냉기류(愛情冷氣流)』와『달빛(月光?月光)』,『우리 커피숍』,『피차(彼此)』, 장편소설『춘향(春香)』, 영화 시나리오『녹차(綠茶)』,『엄마의 장국집』, 산문집『백일몽처럼』,『미인에겐 독이 있다(美人有毒)』등이 있다. 단편소설『물가의 아드린느(水邊的阿狄麗娜)』로 지린문학상을 수상했고 희곡『타인(他人)』으로 제8회 연극페스티발 레퍼터리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피차』로 2007년도 최우수소설상인 ‘춘신원창(春申原創)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제12회 ‘충칭(重慶)문학상’을, 2012년에는 장편소설 『춘향(春香)』으로 제10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상인 ‘준마상’을 수상했다.
역자 : 김태성(金泰成)
김태성은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타이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대학에 출강하고 있으며 중국어문학 번역과 문학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노신의 마지막 10년』, 『굶주린 여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목욕하는 여인들』, 『딩씨 마을의 꿈』, 『핸드폰』, 『눈에 보이는 귀신』, 『나와 아버지』, 『사망통지서』, 『타푸』, 『여름 해가 지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퐁아송』, 『문혁의 기억』 등 9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_부모님의 타향과 나의 고향
복숭아꽃桃花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네城春草木深
녹차綠茶
달빛月光?月光
희미하게 은은하게彷佛依稀
펀팡芬芳
역자 후기_‘70후’를 찾아서
진런순의 글쓰기는 두 가지 커다란 맥락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는 선명한 민족특색의 고전 전기(?奇)이고 하나는 현대 도시 남녀의 감정 이야기다. 한 차례 또 한 차례 역사의 연기와 먼지에 대한 서사로 돌아갈 때마다 그녀는 대단히 함축적이면서도 고요하고 아름답고, 빠르면서도 광활한 세계를 그려낸다. 역사에 대한 상상과 여성스런 감정과 사유를 통해 그녀는 가슴 속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민족적 정서와 회한, 민족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미련을 담아낸다. 그녀의 이런 소설들은 독자들에게 아주 편안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그윽한 기세와 운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순정한 언어와 내부로 수렴되는 감정, 그리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분위기가 독자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 문학평론가 왕잉
1. ‘70후’(1970년대생)를 찾아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중국 당대문학 작가들은 대부분 ‘50후’와 ‘60후’들이다. 모옌(莫言), 류전윈(劉震雲), 옌렌커(閻連科), 비페이위(畢飛宇), 왕안이(王安憶), 츠즈젠(遲子健), 팡팡(方方), 톄닝(鐵凝), 위화(余華), 아청(阿城), 한샤오궁(韓少功)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모두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작가들이다. 이들이 오늘의 중국 문단을 장악하는 동시에 세계문학의 무대에서 당당히 중국문학의 위상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옌렌커는 여기에 그럴 만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0, 40년대에 태어난 작가들은 대부분 혁명의 사유를 특별한 거부감 없이 수용했던 계층으로서 이제는 나이가 많아 오늘날 중국의 현실과 처지에 진정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가와 세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낼 능력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가 노정하고 있는 정치적, 문화적, 미학적 변화를 역동적으로 표현해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한편 80년대와 90년대에 출생한 작가들은 중국 산아제한 정책의 결과로 형성된 ‘독생자녀 세대’로서 경제적, 문화적 풍요 속에서 성장한 대신, 극단적인 혁명 이데올로기의 지배와 그 절정이었던 문화대혁명을 경험하지 못했고 사회변혁의 동기와 지향에 대해 비판적인 사유의 단계도 체험하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이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상태로까지 발전해 온 것인지, 개혁의 중국과 보수의 중국이 장차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인식하거나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빈곤하다. 이처럼 판이하게 다른 세대 사이에 ‘70후’ 작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문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개혁개방 이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변화의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로서 개혁개방의 문학적 체현이 가장 잘 이루어진 세대다. 소설의 중요한 의미 가운데 하나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시대와 풍경을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면 우리는 중국 ‘70후’ 작가들의 작품을 치명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셈이다.
2. 중국의 대표적인 ‘70후’ 작가, 진런순
중국의 대표적인 ‘70후’ 작가 가운데 하나인 진런순은 ‘글과 사람이 일치하는(文如其人, 人如其文)’ 작가다. 소박하지만 정제된 언어와 대담한 상상력으로 다른 작가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정감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50후’, ‘60후’를 넘어서는 ‘포스트신시기’ 문학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진런순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작품 속에 자신이 그리는 인물에 대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객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인물에 대해 강렬한 감정의 투사가 적은 편이고 언어에 대해서도 어떠한 기준이나 경향성이 없다. 이처럼 자신과 무관한 객관적이고 무정할 정도로 초탈한 서사가 소설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텍스트 깊은 곳에 감추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진런순의 평범하고 세속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랑 이야기 속에는 사실 놀라울 정도의 잔인성이 담겨 있다. 냉정하고 절제된 진런순의 작품에서는 감정의 범람과 욕망의 과잉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녀의 몸에는 항상 세속의 세계를 깨뜨려버리는 차가운 눈빛이 있어 삶의 기인한 허상들을 꿰뚫어보고 사랑의 허위와 인성의 변화에 대해 질의를 던진다. 그녀는 뼛속 깊이 사랑과 인성, 그리고 현실에 대한 깊은 회의와 냉담함,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70년대에 출생한 작가들이 집단적으로 빛을 발하던 시기도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이 세대의 문학을 맛보지도 못한 채 우리는 ‘50후’와 ‘60후’의 세계에 갇혀 있다. 이제는 ‘70후’를 이해하고 넘어서 그 다음 세대까지 중국 당대문학의 긴 흐름과 그 흐름이 담고 있는 삶의 풍경과 논리를 통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진런순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3. 한국어판 서문
부모님의 타향과 나의 고향
1938년, 두 살이 된 나의 아버지는 부모님을 따라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오셨다. 2년 뒤 두 살이 된 우리 엄마도 가족을 따라 조선을 따라 중국으로 오셨다. 두 분은 각각 단둥(丹東)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환런(桓仁)이라는 작은 도시에 정착했다. 이곳에는 수많은 조선인들과 일본 이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차이나타운’과 유사한 공간이었다. 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이민 생활은 망망한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과 같아 주위 환경과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 하나의 체제를 이루어 갔다.
1940년대와 50년대, 60년대, 70년대를 거치면서 급변하는 정치 환경이 우리 부모님들 일생의 절반을 관통했다. 그리고 1970년에 집안의 네 번째 아이로 내가 태어났다. 1976년에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오빠 언니와 마찬가지로 중국어로 수업하는 학교였다. 그해에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중국은 점차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나는 줄곧 두 가지 언어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집에서는 할머니와 부모님들이 조선어를 쓰셨지만 집 밖에 나가면 온통 중국어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었고 수많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이야기에 매료되어 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을 때면 주변의 친구나 학우들에게 들려주곤 했지만 언젠가 나도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엄마 아빠도 당신들의 자식 중에 누군가 작가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셨다.
하지만 일단 작가가 되고나서부터 나는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고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먼지에 덮여 있던 이야기들이 마치 문자가 그 먼지를 떨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원래의 형태와 색깔, 질감과 무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나의 핏줄과 가족의 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의 타향이 나의 고향이긴 하지만 당신들의 고향은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 부모님들의 조선어는 어떤 위안과 어루만짐처럼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글쓰기는 일종의 추억이자 탄식이었다. 나는 나의 작품이 우리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하고 내 친구들을 즐겁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리 많지 않은 가족과 친구들이 내 세계의 주요 부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의 작품집이 출간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우리 엄마 아빠에게 드릴 수 있는 이보다 더 적당한 선물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번역가 김태성 선생과 글누림출판사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이 창문이 되어 한국의 독자들이 중국인들 삶의 재미있고 의미 있는 부분들을 구경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4년 7월 12일
중국 창춘(長春)에서 진런순
▣ 작가 소개
저자 : 진런순(金仁順)
진런순은 조선족 작가로 1970년에 지린(吉林)성 창바이산(長白山)에서 출생하여 1995년에 지린예술학원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저서로 중단편 소설집『사랑의 냉기류(愛情冷氣流)』와『달빛(月光?月光)』,『우리 커피숍』,『피차(彼此)』, 장편소설『춘향(春香)』, 영화 시나리오『녹차(綠茶)』,『엄마의 장국집』, 산문집『백일몽처럼』,『미인에겐 독이 있다(美人有毒)』등이 있다. 단편소설『물가의 아드린느(水邊的阿狄麗娜)』로 지린문학상을 수상했고 희곡『타인(他人)』으로 제8회 연극페스티발 레퍼터리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피차』로 2007년도 최우수소설상인 ‘춘신원창(春申原創)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제12회 ‘충칭(重慶)문학상’을, 2012년에는 장편소설 『춘향(春香)』으로 제10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상인 ‘준마상’을 수상했다.
역자 : 김태성(金泰成)
김태성은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타이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대학에 출강하고 있으며 중국어문학 번역과 문학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노신의 마지막 10년』, 『굶주린 여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목욕하는 여인들』, 『딩씨 마을의 꿈』, 『핸드폰』, 『눈에 보이는 귀신』, 『나와 아버지』, 『사망통지서』, 『타푸』, 『여름 해가 지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퐁아송』, 『문혁의 기억』 등 9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_부모님의 타향과 나의 고향
복숭아꽃桃花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네城春草木深
녹차綠茶
달빛月光?月光
희미하게 은은하게彷佛依稀
펀팡芬芳
역자 후기_‘70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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