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990년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던 움베르토 에코의 두 번째 소설 『푸코의 추』가 『푸코의 진자』로 이름을 바꾸며 새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초판본의 오류와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4백여 개의 각주를 새로이 첨부하였다.
이번 개역판은 몇몇 오자나 오역을 수정한 것이 아니다. 지난 1992년 개역 출간된 『장미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푸코의 진자』라는 소설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첫번째 번역이라는 생각으로 역자 이윤기 씨가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작품>이다. 새 번역판에서는 확실하지 않았던 인명이나 지명, 저서들, 사건, 인용된 신화들에 대해 철저히 고증했다. 특히 4백여 개에 달하는 역자의 각주를 첨부함으로 에코답다는 탄식 아닌 탄식을 불러일으킨 『푸코의 진자』를 좀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초판에서 <추>라고 번역했던 Pendulum을 단순히 고정점에 매달려 흔들리는 <추>가 아니라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운동하는 <진자>라고 옮김으로써 지구의 자전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신비를 상징하려던 에코의 의도를 더 강조하였다.
이 소설의 작가 에코는 현재 볼로냐 대학의 교수이며 세계적인 기호학자, 역사학자, 철학자, 미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푸코의 진자』는 『장미의 이름』에 이은 에코의 두 번째 소설로 작자의 해박한 지식과 서양의 각종 비교(秘敎) 집단의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지적 소설이다.
이탈리아에서 1988년 첫 출간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뜨거운 찬사와, 신성 모독이며 냉소적이라는 교황청의 비난을 한몸에 받은 현대의 고전이다. 또한 미국에서도 발간 6주 만에 30여만 부가 팔렸으며 권위 있는 서평지인 뉴욕 타임즈 북리뷰가 80년대를 마감하는 특집호에서 이 작품을 <89년 최고의 책>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사실은 이 소설의 뛰어난 작품성을 대변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푸코의 진자>란 19세기 과학자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해 낸 장치로, 현재 파리의 한 과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에코는 <우리 시대의 문명이 갖고 있는 본질을 캐려는 진지한 관심이 『푸코의 진자』를 쓰게 된 동기였다>고 밝히고 있다. 때로 그의 작품의 난해성이 독자들로부터 불평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독특한 <에코적> 서술은 독자들에게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지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또한 중세 이래 번성해 온 유럽의 비교(秘敎)에 관한 완벽한 안내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작가로서 에코의 집념은 영원히 살아남을 또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움베르토 에코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미학자, 그리고 세계적 인기를 누린 소설가. 1932년 이탈리아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토리노 대학교에서 중세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학위 논문을 발전시켜 1956년 첫 번째 저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 문제』를 펴냈다. 이후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1971년에는 볼로냐 대학교 부교수로 임명되었고 이때부터 그의 기호학 이론들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정교수로 승진해 2007년까지 볼로냐 대학교에 재직했으며 국제기호학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1980년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출간했고, 이 작품은 곧바로 <백과사전적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의 결합>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3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이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프라하의 묘지』, 『제0호』 등 역사와 허구, 해박한 지식과 놀라운 상상력이 교묘하게 엮인 소설들을 발표했다.
소설 외에도 그의 저서는 철학과 미학, 역사와 정치, 대중문화 비평 등 인문학 전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방대한 영역을 포괄한다. 독선과 광신을 경계하고 언제나 명석함과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는 2016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암으로 별세했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에코가 잡지 『레스프레소』에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던 칼럼 중 2000년 이후에 썼던 것을 모은 책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출간되었다.
옮긴이 : 이윤기
1947년 경상북도 군위에서 태어났다.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로 입선해 등단, 이후 번역을 생업으로 삼았다.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인간과 상징』 등 250여 권에 이르는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대한민국 최고의 번역가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장편소설 『하늘의 문』으로 문단에 돌아온 이후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 장편소설 『뿌리와 날개』 『내 시대의 초상』, 소설집 『두물머리』 『나비 넥타이』 등을 출간했다. 그의 소설은 풍부한 교양과 유머, 지혜와 교훈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어른의 소설' '지성의 소설'로 평가받았다. 또한 '이윤기체'라 칭할 만큼 개성 있고 맛깔나는 문체를 구사하는, 탁월한 문장가로서도 시대를 풍미했다.
청년 시절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독학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성결교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1991~2000년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종교학·문화인류학 초빙연구원과 객원교수를 지냈다. 번역과 문학에 헌신해온 이력을 인정받아 2005년 순천향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흡인하는 입담과 통섭하는 지성은 대한민국에 신화 열풍을 일으켰다. 2000년 첫 권이 출간되고 2010년 5권으로 완간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21세기 문화 지형도를 바꾼 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30만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윤기만의 독특한 해석과 상상력은 오래된 이야기에 의미와 생명을 불어넣고, 나아가 신화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과 저자가 직접 촬영한 유적지와 박물관 사진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신화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 밖에도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등 다양한 인문 교양서를 펴냈다.
동인문학상(1998, 「숨은 그림 찾기1-직선과 곡선」), 한국번역가상(2000), 대산문학상(2000, 『두물머리』)을 수상했다.
2010년 8월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목 차
2. 티페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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