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 책에는 잘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중 인물들은 주변 일상의 장삼이사, 우수마발을 벗어나지 않는다. 늙은 여인들은 그악스럽고, 젊은 여성들도 저마다의 결락 속에서 온전하지 않으며, 남자들은 가족이나 사회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저마다 과거의 기억은 아픈 반면 미래는 결코 환하지 않다. 버림받았거나, 오욕으로 얼룩져 있는 그 과거는 고스란히 현재로 이어져 계속 존재를 짓누른다.
소설이란 장르가 워낙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이수정의 인물들은 평범하다 못해 존재감 자체가 미약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미시사적 풍경이 모자이크처럼 그려진다. ‘원폭 피폭 희생자’, 세계 최고 사망률을 보이는 40대 남성 가장과 조기 퇴직, 돈만을 쫓는 냉혈한 동물병원 수의사와 납치범, 외국인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환상과 환멸, 입시학원 실태와 낙태 시술, 기러기 아빠와 혼외정사 등등 신문 사회면의 단신 기사를 이루는 구성 인물과 사건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우리 시대 세태의 이 다양함이야말로 ‘죽음과 운명’이라는 단일한 주제를 스펙트럼처럼 확산시키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 세태 소설적 질문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판적 거리를 얻지 못하면 어느 순간 이 소소함은 진부함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가는 그 위험한 지점들을 예의 죽음과 운명을 디딤돌 삼아 잘 비껴가고 있다. 낙태라는 사건의 경우 유부남과의 혼외정사를 통한 엄마와의 운명론적 연결과 이해로, 젊은 여성의 성적 일탈과 자살과 같은 사건은 사회적 고독과 ‘함께 있음’의 관계 회복이라는 전언을 통해 그 통속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인생파의 물음이라는 이름을 붙여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소설이 물음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 물음의 내용 못지않게 그것을 실어 나르는 언어의 수행 능력이야말로 작가의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 창작집을 내는 작가가 부딪쳐야만 하는 그 문턱을 이수정은 나름의 개성으로 넘어왔다. 속도감 있는 서사의 전개, 적절한 암시와 반전의 플롯, 저잣거리의 수다스러움 속에서도 언뜻언뜻 새어나오는 시적 아포리즘, 통속적 유머와 진지한 성찰의 조화 등이 그 예일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수정
196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와 경성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대원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았다. 중앙대학교에 출강했으며, 200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절반의 무당」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예총회장상 등과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기금을 지원 받았다. 「하룻밤」 「길 위의 환」 등의 소설과 「샛길」 「사해의 하이에나」 「전철 안 가려움」 등 다수의 시가 있다.
▣ 주요 목차
그 섬에 누가 있다
안드로메다로 떠난 소년
악어
홍매미
여름꽃
절반의 무당
그녀의 검은 가터벨트
해설
작가의 말
이 책에는 잘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중 인물들은 주변 일상의 장삼이사, 우수마발을 벗어나지 않는다. 늙은 여인들은 그악스럽고, 젊은 여성들도 저마다의 결락 속에서 온전하지 않으며, 남자들은 가족이나 사회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저마다 과거의 기억은 아픈 반면 미래는 결코 환하지 않다. 버림받았거나, 오욕으로 얼룩져 있는 그 과거는 고스란히 현재로 이어져 계속 존재를 짓누른다.
소설이란 장르가 워낙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이수정의 인물들은 평범하다 못해 존재감 자체가 미약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미시사적 풍경이 모자이크처럼 그려진다. ‘원폭 피폭 희생자’, 세계 최고 사망률을 보이는 40대 남성 가장과 조기 퇴직, 돈만을 쫓는 냉혈한 동물병원 수의사와 납치범, 외국인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환상과 환멸, 입시학원 실태와 낙태 시술, 기러기 아빠와 혼외정사 등등 신문 사회면의 단신 기사를 이루는 구성 인물과 사건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우리 시대 세태의 이 다양함이야말로 ‘죽음과 운명’이라는 단일한 주제를 스펙트럼처럼 확산시키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 세태 소설적 질문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판적 거리를 얻지 못하면 어느 순간 이 소소함은 진부함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가는 그 위험한 지점들을 예의 죽음과 운명을 디딤돌 삼아 잘 비껴가고 있다. 낙태라는 사건의 경우 유부남과의 혼외정사를 통한 엄마와의 운명론적 연결과 이해로, 젊은 여성의 성적 일탈과 자살과 같은 사건은 사회적 고독과 ‘함께 있음’의 관계 회복이라는 전언을 통해 그 통속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인생파의 물음이라는 이름을 붙여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소설이 물음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 물음의 내용 못지않게 그것을 실어 나르는 언어의 수행 능력이야말로 작가의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 창작집을 내는 작가가 부딪쳐야만 하는 그 문턱을 이수정은 나름의 개성으로 넘어왔다. 속도감 있는 서사의 전개, 적절한 암시와 반전의 플롯, 저잣거리의 수다스러움 속에서도 언뜻언뜻 새어나오는 시적 아포리즘, 통속적 유머와 진지한 성찰의 조화 등이 그 예일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수정
196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와 경성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대원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았다. 중앙대학교에 출강했으며, 200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절반의 무당」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예총회장상 등과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기금을 지원 받았다. 「하룻밤」 「길 위의 환」 등의 소설과 「샛길」 「사해의 하이에나」 「전철 안 가려움」 등 다수의 시가 있다.
▣ 주요 목차
그 섬에 누가 있다
안드로메다로 떠난 소년
악어
홍매미
여름꽃
절반의 무당
그녀의 검은 가터벨트
해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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