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헌터6

▣ 책 소개

김정률의 세계, 인간이라는 판타지

정통성에 대한 갈증 탓이었을까. 김정률의 신작 『블레이드 헌터』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장르의 원류에 가장 가까운 정통 판타지 소설이다. 오랜 시간 판타지 소설을 써오며 구축해 놓은 김정률만의 세계관위에 비극을 온몸으로 체현해야 했던 한 소년의 성장기가 원숙미 넘치는 필체로 그려진다.
소재의 참신함이나 자극적인 선전 문구에 기대지 않고 오직 내러티브에만 작가의 역량이 모두 집중되어 있는 이번 작품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의 카테고리 중 무엇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은, 말 그대로 소설의 교본과도 같은 소설이다.
보다 강해지고 싶은 그리하여 타인을 지배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의미하는 ‘빛나는 검’과 그 비밀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는 감정의 소용돌이, 그 한가운데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며 오로지 앞을 향해 걸어가는 주인공 리셀.
소설이 자극이 아닌 공감의 장르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독자라면 이번 신작을 통해 소설이란, 판타지란,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거듭되는 불행을 딛고 일어선 소년 리셀.
지금 그의 손에 의해 역사는 다시 쓰인다.

모든 일의 발단은 빛나는 검의 출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힘은 마치 주머니를 삐져나온 송곳처럼 대륙 각지,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애써 구축해놓은 안정과 공존을 위협했다.
출신이 약간 특이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남과 별다를 것 없던 소년 리셀. 바르셀 마을에서 어머니와 양아버지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그 역시 격동하는 시대의 조류를 빗겨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부모의 죽음. 비극 위에 또 다른 비극이 겹쳐오는 리셀의 고된 행로에 우연히 찾아온 특별한 인연, 아너프리와의 만남. 하지만 이 만남이 리셀의 운명을 결정짓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너프리로부터 견습기사로 서임된 리셀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혼란의 시대를 야기한 빛나는 검이라는 존재와 붉은 피로 엮이게 된다. 마스터의 유지를 받들어 빛나는 검의 비밀을 밝혀야 하는 리셀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대륙의 역사는 다시 쓰인다. 혼돈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빛의 검이 되는 그날까지.


- 작가모임 일필휘지(一筆揮之)의 한사람.
매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한국대중소설계의 신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작가 김정률.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인 서사, 그리고 잘 정제되어 있는 문체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며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그가 정통 판타지소설『블레이드 헌터』로 독자의 곁에 돌아왔다.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기보단 인간의 삶과 정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한마디로 안정적이다. 이때 안정이라는 단어는 정체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함, 즉 초심을 잃지 않는 작가의 태도를 대변한다.
『블레이드 헌터』는 한없이 왕도에 가까운 서사를 가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실험적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세계관을 소설 속에 녹여냈던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판타지라는 장르의 원류를 찾아가는 고된 여행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 같다. 굳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는 하나의 아이콘이며 두말할 것도 없는 인기 작가이다. 그러나 정체되지 않으려는 그의 고민이 결국 장르의 원류, 시초에 대한 반성적 탐색으로 이어진 건 아닌지.
『블레이드 헌터』는 새로운 것을 더 이상 새롭다고 말할 수 없는 이 시대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