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 거리에서, 나는 점점 솔직해져 간다
사람과 거리가 함께 그려 가는 따스한 이야기
언제나 새로운 매일이 시작되는 동네 시모키타자와
상처와 아픔, 기쁨과 희망. 그 모든 감정이 스민, 작고 빛나는 마음의 지도
‘젊은이의 거리’ 시모키타자와를 배경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그린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랑스럽고 독특한 신작.
아기자기한 카페와 오래된 라이브 하우스, 빈티지 상점과 작은 레스토랑,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골목골목 가득 찬 동네 시모키타자와. 소중한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이사해 온 주인공 요시에는 그곳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있는 이웃들을 만나고, 계절의 흐름과 함께 아픔을 조금씩 잊어 가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며 거리와 함께 성장해 간다.
거리는 거기 사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무쌍한 무늬를 만들어 가며, 사람들은 살고 있는 거리의 빛을 받아 거리와 닮아 간다. 아빠를 잃은 충격을 서로 위로하는 요시에와 엄마, 요시에가 일하는 비스트로 ‘레 리앙’의 사람들, 차 한 잔, 책 한 권을 사러 가서 마주치는 마음 따뜻한 단골 가게 주인들. 그 모두가 같이 엮어 가는 이 작품은 장소에 깃든 그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시모키타자와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가 소개하는 숨은 명소와, 섬세한 감성으로 주목받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오노 마이의 삽화가 거리의 색채를 더욱 생생하게 빛내는, 아주 특별한 책. 민음사 최초의 단행본, AppBook 동시 발매로, 미공개 아트워크와 소설 속 장소 이미지 맵을 수록한 iPhone용 어플리케이션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요시모토 바나나와 그녀가 사랑하는 거리 시모키타자와를 함께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신선한 체험을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어디에나 있을 듯한, 그러나 단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이야기.
……그 이야기가 오늘, 시모키타자와에서 펼쳐진다.
■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느끼는 기쁨, ‘매일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찬란한 빛
아빠가 죽었다. 엄마와 요시에만 남기고, 엄마와 요시에는 알지 못하는 어떤 여자와 함께 깊은 밤, 이바라키 현의 인적 드문 숲 속에서 차에 탄 채 가스로 동반 자살 해 버리고 말았다.
누구보다 서로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가족의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죽음, 거기 있는 것이 당연했던 소중한 존재의 갑작스러운 상실 이후, 남은 가족은 매일의 사소한 행복이라는 것을 잊고 살게 된다.
아빠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찾아든 거리 시모키타자와. 아침이면 막 문을 연 카페에서 달콤한 커피향이 풍겨 오고, 밤이면 하루치의 이야기를 안고 모여든 사람들이 나누는 사연이 들려오는 그 거리에서, 요시에는 아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빠의 죽음 후 절망하던 엄마 역시 요시에와 함께 시모키타자와 생활을 시작하면서 날마다 한 가지씩 변해 간다. 메구로의 우아한 전업주부로 살던 시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낡은 프린트 티셔츠 차림을 한 채, 누구보다 자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골목 어귀 전통찻집에서 야무지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이면 좋아하는 바에서 친한 사람들과 한잔을 즐기는, 젊어진 엄마를 보며 ‘장소’가 사람을 치유할 수 있음을, 또한 그렇게 변화한 사람들이 모여 ‘장소’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는 요시에.
차를 마시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즐겁다고 여길 수 있었다 환경이 바뀐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없는 아빠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16쪽에서
집 앞의 작은 비스트로 ‘레 리앙’에 취직하여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가득 담은 샐러드와 빵을 준비하며 자주 찾는 단골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쉬는 시간이면 햇빛이 빛나는 거리를 산책하는,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나날. 새로운 거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예전의 아픔을 극복하며 날마다 한 가지씩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 요시에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매일매일 조금씩 맛보는 즐거운 순간들이 하나씩 모여 만드는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요시에가 걷는 걸음을 따라가며 책장을 넘기는 동안, 우리 역시 항상 걷는 거리가 새로운 빛으로, 따분한 일상이 신나는 색으로 물드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새로운 메시지
1988년,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데뷔작 『키친』으로 이름을 알린 이래, 언제나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를 전해 온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는 언제나 변화하는 이야기꾼으로, 세월을 함께해 온 독자들과 같이 성장하고 그들의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가장 신선한 이야기를 보여 주는 최고의 작가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도서 전체와 함께 책에 수록된 삽화 외에도 일러스트레이터의 미공개 아트워크를 수록한 갤러리, 책속 장소로 이동 가능한 시모키타자와 이미지맵을 동시에 제공하는 IPhone용 AppBook으로 책과 함께 발매, 매체적으로도 신선한 시도를 보여 주고 있다.
2010년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되고 같은 해 9월 현지에서도 어플리케이션과 동시에 출간된 이 작품은 젊은이와 예술의 거리 시모키타자와에서, 커다란 상처를 품은 한 젊은 여성이 사람들과의 관계와 새로운 거리에서의 일상을 통해 구원받고 삶을 되찾는 이야기로, 오늘을 사는 우리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가득 담겨 있다.
막상 마주치고서야 실감했던 가족의 숨은 아픔, 힘겨운 시기 시작한 사랑에서 상처 입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켜야 했던 마음의 약한 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과 속절없이 지나가는 오늘이라는 시간, 아무리 즐거운 순간에라도 가슴속에 드리운 어둠과 그 어둠을 알면서도 매달리게 되는 순간의 기쁨. 요시모토 바나나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때때로 느끼는 마음 깊은 곳의 그림자를 명확하게 포착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구원은 그 그림자를 순간순간 이기는 빛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간다. 지금은 지금이다. 악몽에 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생리적으로 그냥 지고 만다. 진 채로, 무심히 보는 풍경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만큼은, 아직 어른이 아니다.
엄마는 태연한 표정으로 바람을 맞으며 내 옆을 타박타박 걸어갔다. 둘이서 마치 여행을 하듯 불쑥 이곳을 찾았다가 되돌아가는, 이 즐거운 자자와 거리의 밤을 평생 잊지 않으리라. 나는 아련한 술기운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 134쪽에서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녀의 작품 인생 내내 소설 속에 녹여 온 ‘치유’의 메시지는 세월에 따라 변해 온 탓에 더욱 독자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띤다. “사람들의 발아래, ‘땅’이 있기에 거리가 생긴다. 사람과 거리와의 접점은 도로와 역의 모습에 따라 변해 간다. 시모키타자와처럼 폭 좁은 거리에서는 사람과 사람들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라는 그녀의 말대로 장소에 따라 변하는 삶의 모습,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방식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지금 필요한 구원을 모색하는 이야기와 함께 내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요시모토 바나나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문학평론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이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다.
1987년 일본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하면서 졸업작품으로 쓴 「달빛 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탔고, 1988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키친』으로 「카이엔(海燕)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을 받았다. 1989년 『츠구미』로 제 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을 받는 등 발표작마다 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젊은 여자들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에 순정 만화에 나오는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 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키친』, 『도마뱀』, 『멜랑코리아』, 『슬픈 예감』,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 북극점』,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등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와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바나나는 대중적으로도 「하루키 현상」 에 버금가는 「바나나 현상」 이란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초판을 찍은 『키친』은 지금까지 250만부가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도마뱀』 역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250만 이상의 열성적인 팬들을 갖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은 기존의 일본 순수문학이 기본 덕목으로 삼았던 엄숙주의의 대극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좋은 문학"이라는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추구하는 문학관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전적 교양 따위는 애초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시대적, 문화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실제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 뮤직, TV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거꾸로 바나나의 소설『키친』과 『암리타』는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죽음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 앞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키친』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라는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키친」과 「만월」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으며 두 주인공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그린다.「달빛 그림자」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죽은 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거두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성장 이야기이다.
1988년 『키친』으로 화려한 문학적 데뷔를 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과 수상경력을 쌓으며 1990년대 일본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았고 21세기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 작가로 꼽히고 있다. 정작 자신은 한번도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에 바치는 찬가 『허니문』은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들, 예컨대 『키친』이나 『도마뱀』에서처럼 『허니문』의 주인공들도 자기만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교 집단에 속해 끔찍한 행각을 벌이던 부모의 집단 자살을 겪은 십대 소년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십대 소녀가 서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며 자기의 것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 다른 사람의 영혼과 교류하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 가는 과정을 바나나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들려준다.
이외의 작품으로 『불륜과 남미』『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티티새』『하치의 마지막 연인』『슬픈 예감』『멜랑코리아』『도마뱀』『암리타』『하드보일드 하드 럭』『하얀 강, 배』『아르헨티나 할머니』『해피 해피 스마일』『데이지의 인생』 등이 있다.
역 : 김난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녀의 구제』 등 일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를 번역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번역가다. 『용의자 X의 헌신』, 『우안』 등을 번역한 양억관의 아내로, 부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가톨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그 밖의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이지의 인생』,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타일』, 『티티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왕국』, 『해피 해피 스마일』 등과 『겐지 이야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가족 스케치』, 『천국이 내려오다』, 『모래의 여자』, 『좌안』, 『소란한 보통날』 등이 있다.
이 거리에서, 나는 점점 솔직해져 간다
사람과 거리가 함께 그려 가는 따스한 이야기
언제나 새로운 매일이 시작되는 동네 시모키타자와
상처와 아픔, 기쁨과 희망. 그 모든 감정이 스민, 작고 빛나는 마음의 지도
‘젊은이의 거리’ 시모키타자와를 배경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그린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랑스럽고 독특한 신작.
아기자기한 카페와 오래된 라이브 하우스, 빈티지 상점과 작은 레스토랑,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골목골목 가득 찬 동네 시모키타자와. 소중한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이사해 온 주인공 요시에는 그곳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있는 이웃들을 만나고, 계절의 흐름과 함께 아픔을 조금씩 잊어 가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며 거리와 함께 성장해 간다.
거리는 거기 사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무쌍한 무늬를 만들어 가며, 사람들은 살고 있는 거리의 빛을 받아 거리와 닮아 간다. 아빠를 잃은 충격을 서로 위로하는 요시에와 엄마, 요시에가 일하는 비스트로 ‘레 리앙’의 사람들, 차 한 잔, 책 한 권을 사러 가서 마주치는 마음 따뜻한 단골 가게 주인들. 그 모두가 같이 엮어 가는 이 작품은 장소에 깃든 그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시모키타자와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가 소개하는 숨은 명소와, 섬세한 감성으로 주목받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오노 마이의 삽화가 거리의 색채를 더욱 생생하게 빛내는, 아주 특별한 책. 민음사 최초의 단행본, AppBook 동시 발매로, 미공개 아트워크와 소설 속 장소 이미지 맵을 수록한 iPhone용 어플리케이션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요시모토 바나나와 그녀가 사랑하는 거리 시모키타자와를 함께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신선한 체험을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어디에나 있을 듯한, 그러나 단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이야기.
……그 이야기가 오늘, 시모키타자와에서 펼쳐진다.
■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느끼는 기쁨, ‘매일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찬란한 빛
아빠가 죽었다. 엄마와 요시에만 남기고, 엄마와 요시에는 알지 못하는 어떤 여자와 함께 깊은 밤, 이바라키 현의 인적 드문 숲 속에서 차에 탄 채 가스로 동반 자살 해 버리고 말았다.
누구보다 서로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가족의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죽음, 거기 있는 것이 당연했던 소중한 존재의 갑작스러운 상실 이후, 남은 가족은 매일의 사소한 행복이라는 것을 잊고 살게 된다.
아빠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찾아든 거리 시모키타자와. 아침이면 막 문을 연 카페에서 달콤한 커피향이 풍겨 오고, 밤이면 하루치의 이야기를 안고 모여든 사람들이 나누는 사연이 들려오는 그 거리에서, 요시에는 아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빠의 죽음 후 절망하던 엄마 역시 요시에와 함께 시모키타자와 생활을 시작하면서 날마다 한 가지씩 변해 간다. 메구로의 우아한 전업주부로 살던 시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낡은 프린트 티셔츠 차림을 한 채, 누구보다 자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골목 어귀 전통찻집에서 야무지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이면 좋아하는 바에서 친한 사람들과 한잔을 즐기는, 젊어진 엄마를 보며 ‘장소’가 사람을 치유할 수 있음을, 또한 그렇게 변화한 사람들이 모여 ‘장소’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는 요시에.
차를 마시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즐겁다고 여길 수 있었다 환경이 바뀐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없는 아빠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16쪽에서
집 앞의 작은 비스트로 ‘레 리앙’에 취직하여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가득 담은 샐러드와 빵을 준비하며 자주 찾는 단골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쉬는 시간이면 햇빛이 빛나는 거리를 산책하는,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나날. 새로운 거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예전의 아픔을 극복하며 날마다 한 가지씩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 요시에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매일매일 조금씩 맛보는 즐거운 순간들이 하나씩 모여 만드는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요시에가 걷는 걸음을 따라가며 책장을 넘기는 동안, 우리 역시 항상 걷는 거리가 새로운 빛으로, 따분한 일상이 신나는 색으로 물드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새로운 메시지
1988년,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데뷔작 『키친』으로 이름을 알린 이래, 언제나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를 전해 온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는 언제나 변화하는 이야기꾼으로, 세월을 함께해 온 독자들과 같이 성장하고 그들의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가장 신선한 이야기를 보여 주는 최고의 작가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도서 전체와 함께 책에 수록된 삽화 외에도 일러스트레이터의 미공개 아트워크를 수록한 갤러리, 책속 장소로 이동 가능한 시모키타자와 이미지맵을 동시에 제공하는 IPhone용 AppBook으로 책과 함께 발매, 매체적으로도 신선한 시도를 보여 주고 있다.
2010년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되고 같은 해 9월 현지에서도 어플리케이션과 동시에 출간된 이 작품은 젊은이와 예술의 거리 시모키타자와에서, 커다란 상처를 품은 한 젊은 여성이 사람들과의 관계와 새로운 거리에서의 일상을 통해 구원받고 삶을 되찾는 이야기로, 오늘을 사는 우리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가득 담겨 있다.
막상 마주치고서야 실감했던 가족의 숨은 아픔, 힘겨운 시기 시작한 사랑에서 상처 입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켜야 했던 마음의 약한 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과 속절없이 지나가는 오늘이라는 시간, 아무리 즐거운 순간에라도 가슴속에 드리운 어둠과 그 어둠을 알면서도 매달리게 되는 순간의 기쁨. 요시모토 바나나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때때로 느끼는 마음 깊은 곳의 그림자를 명확하게 포착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구원은 그 그림자를 순간순간 이기는 빛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간다. 지금은 지금이다. 악몽에 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생리적으로 그냥 지고 만다. 진 채로, 무심히 보는 풍경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만큼은, 아직 어른이 아니다.
엄마는 태연한 표정으로 바람을 맞으며 내 옆을 타박타박 걸어갔다. 둘이서 마치 여행을 하듯 불쑥 이곳을 찾았다가 되돌아가는, 이 즐거운 자자와 거리의 밤을 평생 잊지 않으리라. 나는 아련한 술기운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 134쪽에서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녀의 작품 인생 내내 소설 속에 녹여 온 ‘치유’의 메시지는 세월에 따라 변해 온 탓에 더욱 독자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띤다. “사람들의 발아래, ‘땅’이 있기에 거리가 생긴다. 사람과 거리와의 접점은 도로와 역의 모습에 따라 변해 간다. 시모키타자와처럼 폭 좁은 거리에서는 사람과 사람들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라는 그녀의 말대로 장소에 따라 변하는 삶의 모습,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방식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지금 필요한 구원을 모색하는 이야기와 함께 내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요시모토 바나나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문학평론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이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다.
1987년 일본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하면서 졸업작품으로 쓴 「달빛 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탔고, 1988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키친』으로 「카이엔(海燕)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을 받았다. 1989년 『츠구미』로 제 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을 받는 등 발표작마다 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젊은 여자들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에 순정 만화에 나오는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 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키친』, 『도마뱀』, 『멜랑코리아』, 『슬픈 예감』,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 북극점』,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등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와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바나나는 대중적으로도 「하루키 현상」 에 버금가는 「바나나 현상」 이란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초판을 찍은 『키친』은 지금까지 250만부가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도마뱀』 역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250만 이상의 열성적인 팬들을 갖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은 기존의 일본 순수문학이 기본 덕목으로 삼았던 엄숙주의의 대극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좋은 문학"이라는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추구하는 문학관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전적 교양 따위는 애초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시대적, 문화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실제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 뮤직, TV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거꾸로 바나나의 소설『키친』과 『암리타』는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죽음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 앞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키친』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라는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키친」과 「만월」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으며 두 주인공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그린다.「달빛 그림자」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죽은 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거두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성장 이야기이다.
1988년 『키친』으로 화려한 문학적 데뷔를 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과 수상경력을 쌓으며 1990년대 일본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았고 21세기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 작가로 꼽히고 있다. 정작 자신은 한번도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에 바치는 찬가 『허니문』은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들, 예컨대 『키친』이나 『도마뱀』에서처럼 『허니문』의 주인공들도 자기만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교 집단에 속해 끔찍한 행각을 벌이던 부모의 집단 자살을 겪은 십대 소년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십대 소녀가 서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며 자기의 것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 다른 사람의 영혼과 교류하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 가는 과정을 바나나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들려준다.
이외의 작품으로 『불륜과 남미』『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티티새』『하치의 마지막 연인』『슬픈 예감』『멜랑코리아』『도마뱀』『암리타』『하드보일드 하드 럭』『하얀 강, 배』『아르헨티나 할머니』『해피 해피 스마일』『데이지의 인생』 등이 있다.
역 : 김난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녀의 구제』 등 일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를 번역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번역가다. 『용의자 X의 헌신』, 『우안』 등을 번역한 양억관의 아내로, 부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가톨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그 밖의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이지의 인생』,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타일』, 『티티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왕국』, 『해피 해피 스마일』 등과 『겐지 이야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가족 스케치』, 『천국이 내려오다』, 『모래의 여자』, 『좌안』, 『소란한 보통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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