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바벨의 도서관을 펴내며〉
성서는 인류의 모든 혼돈의 기원을 바벨이라 명명한다. ‘바벨의 도서관’은 ‘혼돈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은유이지만 또한 보르헤스에게 바벨의 도서관은 우주, 영원, 무한,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암호를 상징한다. 보르헤스는 ‘모든 책들의 암호임과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완전한 해석인’ 단 한 권의 ‘총체적인’ 책에 다가가고자 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런 책과의 조우를 기다렸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보르헤스가 그런 총체적인 책을 찾아 헤맨 흔적을 담은 여정이다. 장님 호메로스가 기억에만 의지해 《일리아드》를 후세에 남겼듯이 인생의 말년에 암흑의 미궁 속에 팽개쳐진 보르헤스 또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의 환상의 도서관을 만들고 거기에 서문을 덧붙였다. 여기 보르헤스가 엄선한 스물아홉 권의 작품집은 혼돈(바벨)이 극에 달한 세상에서 인생과 우주의 의미를 찾아 떠나려는 모든 항해자들의 든든한 등대이자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바다출판사 편집부
<작품소개> 20. 러디어드 키플링 - 소원의 집
대영제국의 시인, 전쟁의 승리 뒤로 숨은 고통을 노래하다
바벨시리즈의 다른 작가들이 그렇듯 키플링의 작품에도 초자연적 설정은 존재한다. 그러나 키플링의 작품 속에서 환상은 종종 주인공들이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써의 판타지인 경우가 많다. 작품 초반부터 기이한 장소나 분위기 자체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점차 드러나는 기이한 상황들의 묘사는 키플링의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여성의 대화로 시작되는 첫 수록작 <소원의 집>은 황혼기에 접어든 한 여인의 평범한 회고로 전개될 듯 시작되지만, 타인의 고통이 전이될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된다.
<어느 각하의 전쟁>과 <전장의 성모>, 그리고 <정원사>에서는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택하는 일종의 도피적 환상세계가 제시된다. <어느 각하의 전쟁>에서 자신이 전직 기병이며 각하와 각별한 사이었다고 주장하는 노인 우므르 싱과 <정장의 성모>에서 심신허약증에 시달리는 전역 군인 스트랭윅은 모두 현실의 고통을 직면하고 나아가기보다는 자신의 환상과 약물(아편)에 취해 빠져드는 환각 속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방법을 선택하는 인물들이다. <정원사>의 헬렌 역시 직접 전쟁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평생을 헌신적으로 사랑한 조카의 죽음을 성경의 은유를 이용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보르헤스가 “‘환상 소설’이 아니라 ‘환상적인’ 소설이라고 했던 <알라의 눈>의 배경은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수도원이다. 사도이자 화가인 존은 예술은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며, 지옥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마귀를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다. 결국 수도원의 방침은 존의 그림에 담긴 충격적이리만치 생생한 묘사를 새로운 세상의 진실로 받아들이느냐, 이교적 마술로 간주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보물섬>의 작가 스티븐슨처럼 아동문학을 썼다는 사실과 정치적인 관점 때문에 작가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었다고 안타까워한 보르헤스는 이 단편집의 서문에 ‘고통이 빚어낸 기적과 구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뽑은 이 다섯 단편들의 배경은 하나같이 현실적이지만 그 속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키플링이 장편의 풍부함과 밀도를 구현해 냈다고 평가했다.
▣ 작가 소개
저자 : 러디어드 키플링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1865년 12월 30일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영국으로 유학을 갔으며 식민지 공무원을 육성하는 유나이티드 서비스 칼리지에 다녔지만 시력이 약해 그 직업을 택할 수 없었다. 1882년부터 1887년까지 언론활동을 하며 인도 현실을 반영한 소설과 시도 함께 썼는데, 두 번째 시집 《병영의 노래》를 발표하던 1892년에는 이미 대영제국의 시인으로 추앙받을 정도의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1893년 발표한 소설집 《많은 발명들》에서 처음 등장한 ‘야생 소년’ 모글리는 이듬해 연달아 발간된 키플링의 대표작《정글북》시리즈에서 계속 주인공으로 나타난다. 1900년 남아프리카에서 보어 전쟁에 대한 기사를 쓰며 제국주의에 대한 이상을 키워가던 그는 1907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1915년 아들이 프랑스 전투에서 사망한 후 깊은 상처를 입은 그의 문학세계는 암시적이고 상징적으로 변했는데, 어떤 비평가들은 《그대의 종, 개》, 《한계와 부활》 등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집들을 문체 면에서 그의 최고 걸작으로 보기도 한다. 키플링은 1936년 1월 18일 장궤양으로 사망,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묻혔다.
역자 : 하창수
역자 하창수는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청산유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1년 장편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동양점성학》, 《킴》, 《열두 살, 192센티》, 《원더》 등이 있다. 영어학습서 《워드 테크》와 《해석과 번역》을 펴냈으며, 선화짐 《낮잠Napping》을 영역했다.
해제 : 이승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순수한 삶》, 《그날 밤의 거짓말》, 《그림자 박물관》, 《달나라에 사는 여인》,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고통이 빚어낸 기적과 구원_보르헤스
소원의 집
어느 각하의 전쟁
전장의 성모
알라의 눈
정원사
작가소개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바벨의 도서관을 펴내며〉
성서는 인류의 모든 혼돈의 기원을 바벨이라 명명한다. ‘바벨의 도서관’은 ‘혼돈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은유이지만 또한 보르헤스에게 바벨의 도서관은 우주, 영원, 무한,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암호를 상징한다. 보르헤스는 ‘모든 책들의 암호임과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완전한 해석인’ 단 한 권의 ‘총체적인’ 책에 다가가고자 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런 책과의 조우를 기다렸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보르헤스가 그런 총체적인 책을 찾아 헤맨 흔적을 담은 여정이다. 장님 호메로스가 기억에만 의지해 《일리아드》를 후세에 남겼듯이 인생의 말년에 암흑의 미궁 속에 팽개쳐진 보르헤스 또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의 환상의 도서관을 만들고 거기에 서문을 덧붙였다. 여기 보르헤스가 엄선한 스물아홉 권의 작품집은 혼돈(바벨)이 극에 달한 세상에서 인생과 우주의 의미를 찾아 떠나려는 모든 항해자들의 든든한 등대이자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바다출판사 편집부
<작품소개> 20. 러디어드 키플링 - 소원의 집
대영제국의 시인, 전쟁의 승리 뒤로 숨은 고통을 노래하다
바벨시리즈의 다른 작가들이 그렇듯 키플링의 작품에도 초자연적 설정은 존재한다. 그러나 키플링의 작품 속에서 환상은 종종 주인공들이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써의 판타지인 경우가 많다. 작품 초반부터 기이한 장소나 분위기 자체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점차 드러나는 기이한 상황들의 묘사는 키플링의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여성의 대화로 시작되는 첫 수록작 <소원의 집>은 황혼기에 접어든 한 여인의 평범한 회고로 전개될 듯 시작되지만, 타인의 고통이 전이될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된다.
<어느 각하의 전쟁>과 <전장의 성모>, 그리고 <정원사>에서는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택하는 일종의 도피적 환상세계가 제시된다. <어느 각하의 전쟁>에서 자신이 전직 기병이며 각하와 각별한 사이었다고 주장하는 노인 우므르 싱과 <정장의 성모>에서 심신허약증에 시달리는 전역 군인 스트랭윅은 모두 현실의 고통을 직면하고 나아가기보다는 자신의 환상과 약물(아편)에 취해 빠져드는 환각 속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방법을 선택하는 인물들이다. <정원사>의 헬렌 역시 직접 전쟁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평생을 헌신적으로 사랑한 조카의 죽음을 성경의 은유를 이용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보르헤스가 “‘환상 소설’이 아니라 ‘환상적인’ 소설이라고 했던 <알라의 눈>의 배경은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수도원이다. 사도이자 화가인 존은 예술은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며, 지옥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마귀를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다. 결국 수도원의 방침은 존의 그림에 담긴 충격적이리만치 생생한 묘사를 새로운 세상의 진실로 받아들이느냐, 이교적 마술로 간주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보물섬>의 작가 스티븐슨처럼 아동문학을 썼다는 사실과 정치적인 관점 때문에 작가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었다고 안타까워한 보르헤스는 이 단편집의 서문에 ‘고통이 빚어낸 기적과 구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뽑은 이 다섯 단편들의 배경은 하나같이 현실적이지만 그 속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키플링이 장편의 풍부함과 밀도를 구현해 냈다고 평가했다.
▣ 작가 소개
저자 : 러디어드 키플링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1865년 12월 30일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영국으로 유학을 갔으며 식민지 공무원을 육성하는 유나이티드 서비스 칼리지에 다녔지만 시력이 약해 그 직업을 택할 수 없었다. 1882년부터 1887년까지 언론활동을 하며 인도 현실을 반영한 소설과 시도 함께 썼는데, 두 번째 시집 《병영의 노래》를 발표하던 1892년에는 이미 대영제국의 시인으로 추앙받을 정도의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1893년 발표한 소설집 《많은 발명들》에서 처음 등장한 ‘야생 소년’ 모글리는 이듬해 연달아 발간된 키플링의 대표작《정글북》시리즈에서 계속 주인공으로 나타난다. 1900년 남아프리카에서 보어 전쟁에 대한 기사를 쓰며 제국주의에 대한 이상을 키워가던 그는 1907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1915년 아들이 프랑스 전투에서 사망한 후 깊은 상처를 입은 그의 문학세계는 암시적이고 상징적으로 변했는데, 어떤 비평가들은 《그대의 종, 개》, 《한계와 부활》 등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집들을 문체 면에서 그의 최고 걸작으로 보기도 한다. 키플링은 1936년 1월 18일 장궤양으로 사망,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묻혔다.
역자 : 하창수
역자 하창수는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청산유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1년 장편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동양점성학》, 《킴》, 《열두 살, 192센티》, 《원더》 등이 있다. 영어학습서 《워드 테크》와 《해석과 번역》을 펴냈으며, 선화짐 《낮잠Napping》을 영역했다.
해제 : 이승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순수한 삶》, 《그날 밤의 거짓말》, 《그림자 박물관》, 《달나라에 사는 여인》,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고통이 빚어낸 기적과 구원_보르헤스
소원의 집
어느 각하의 전쟁
전장의 성모
알라의 눈
정원사
작가소개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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