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장판 사랑

고객평점
저자이광수
출판사항정산미디어, 발행일:2011/10/31
형태사항p.456 국판:23cm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311716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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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자 서(自序)
나는 사람이 평등되지 아니함을 믿는다. 지력으로나 의지력으로나 체력으로나 다 천차 만별이 있지마는 그 중에도 ‘옳은 것’, ‘아름다운 것’을 아는 힘, 느끼는 힘에 있어서 더욱 그러함을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슬퍼하지 아니한다. 도리어 사람의 이 차별이야말로, 무한한 향상과 진화를 약속하는 것이니, 벌레가 향상하기를 힘써 부처님이 될 수 있음을 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같이 더럽고 어리석은 중생도 부처님의 완전을 바라는 기쁜 희망으로 이 고달픈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들 중생 중에 때로 뛰어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본다. 석가여래라든가 여러 보살이라든가 예수라든가 하는 어른들이시다. 나는 그이들도 본래는 나와 같은 중생이셨더니라고 배울 때에, 너도 나와 같이 될 수 있느니라고 가르치심을 받을 때에 한량없는 고마움과 기쁨을 느낀다. 나는 가장 아름다운 몸과 가장 아름다운 음성과 가장 높은 지혜와 한량없는 사랑과 힘과 공덕을 가진 ‘사람’이 되어서 모든 중생의 사모함을 받고 그들에게 기쁨과 힘과 구원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나는 대흥서원의 영원한 생명으로 중생의 사랑의 의지가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사람들아, 이에서 더한 희망이 또 있겠는가?
나는 이 모든 향상과 진화가 오직 우리가 짓는 업으로 되는 것을 믿는다. 고마우신 하나님은 이 우주가 인과율에 의하여 다스려지도록 지어 주셨다. 우리네 벌레와 같은 중생이 하는 조그만 ‘일’(업)도 하나도 스러짐이 없이 내 예금구좌에 기입이 되는 것이다. 이 저축들이 모이고 모여서 내일의 나, 내생의 나, 천겁 만겁 후의 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야말로 하나님의 크신 은혜다. 만일 이 세상에 거름 준 벼가 거름 안 준 벼보다 못 되는 일도 있다고 하면 우리네가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 것일까. 밥을 먹어도 배고픈 수도 있고 불을 때일수록 방이 더 추워 가는 일도 생긴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온다는 것―이것이 어떻게나 고마우신 섭리자의 은혠가?
나는 사랑이 일체 유정물의 생명 현상 중에 가장 숭고한 것임을 믿는다. 그러나 똑같은 탄소로도 숯도 되고 석묵도 되는 반면에 금강석도 되는 모양으로, 다 같이 사랑이라 하더라도 천차 만별의 계단이 있고 품이 있는 것을 믿는다. 이성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음남 탕녀의 사랑과 현사 숙녀의 사랑과를 같이 볼 수 없는 것이니, 그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한 가치의 층등이 있는 것이다.
육체의 결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랑이 가장 많겠지마는 그것은 마치 생물계에 사람보다도 벌레가 많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육체의 결합과 아울러 정신에 대한 사모를 짝하는 사랑이야말로 비로소 인간적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자격을 가지겠지마는 한층 더 올라가서 육체에 대한 욕망을 전연 떼어 버린 사랑이 있는 것이 인류의 자랑이 아닐 수가 없다. 그것은 일시적인 우리 육체 속에 있는 ‘영원한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못 본 하백은 황하의 개천물을 세상에 가장 큰 물로 안다. 이러한 사랑을 보지 못한 사람은 육체를 안 보는 사랑을 공상으로만 생각하거니와, 그에게는 어느 때에나 한번 코페르니쿠스를 만나서 새 우주를 깨달아야 할 시기가 필요할 것이다.
사랑의 극치로 말하면 물론 무차별, 평등의 사랑일 것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사랑이다. 모든 중생을 다 애인같이, 외아들같이 사랑하는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노중에는 어느 한 사람만이라도 육체를 떠나서 사랑하는 대목도 있을 것이다.
육체를 떠난다는 것은 동물적 본능을 떠난다는 말이다. 그 말은 ‘이기욕’을 일체로 떠난다는 말과도 같다. 완전히 ‘나를 위하여’라는 ‘욕심’을 떠나고 ‘오직 그를 위하여’ 사랑할 때에 그것이 비로소 ‘자비심’의 황금색을 띤 사랑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까지의 문학에는 원망이라든가, 질투라든가, 욕심이라든가, 미움이라든가, 성냄이라든가, 이러한 사나운 감정이 너무 많이 취급되고 강조되지 않았는가 한다. 이러한 추폭한 감정은 늘 사람에게 불행과 악을 주는 근본이 된다. 사랑이라는 부드러운 감정조차도, 많은 문학에서는 사나운 감정을 곁들이기를 좋아하였다. 이것은 대조라든가, 대중의 심리에 맞춘다든가 하는 문학적 기술의 편의를 위함도 있겠지마는, 역시 사람에게 있고 싶고 발달되고 싶은 것은 부드러운 감정일 것이다. 사랑, 동정, 기쁨, 슬픔 들, 들. 이러한 부드러운 감정만으로 문학적 작품을 만든 이가 과거에도 없지는 않았다. 불교의 여러 설화라든가, 근대에도 톨스토이의 말년의 단편 설화들은 그 예다.
사람은 저마다 제 오막살이 한 칸을 가지고 있는 모양으로 저마다 제 세계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오막살이들이 다 대견치 못한 것임과 같이 사람은 항상 제가 들어앉은 세계를 벗어나서 더 크고 넓은 세계를 찾아야만 한다.
‘끝없이 높은 사랑을 찾아 향상하라’는 애씀―독자여, 이것이 또한 아름다운 제목이 아닌가.
이것이 내 소설 ‘사랑’의 서문을 대신할 만한지는 독자 스스로 판단하시기 바 란다.
끝으로 한 말씀. 내가 쓴 모든 장편소설은 신문에 연재된 것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한 회, 한 회씩 쓴 것이었고 또 신문연재물이라는 관념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지금까지의 소설로서 끝까지 다 써 가지고, 또 연재물이라는 데 관련된 여러 가지 제한도 없이 써 가지고 세상에 발표하는 것은 이 ‘사랑’이 처음이요, 또 내 인생관을 솔직히 고백한 것도 이 소설이 처음이다. 이것은 ‘그의 자서전’ 이후의, 이를테면 내 최근의 작품이다. 다만 한되는 것은 이것을 한 일 년만이라도 더 묵혀서, 더 보고 더 생각하고 더 고쳐서 발간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만이라도 수정하기 전에 내어놓게 된 것이 양심에 매우 거북하다.

북한산(北漢山) 기슭에서
이광수(李光洙)

▣ 주요 목차

자서 /
「상권」 사모하는 이의 곁으로 / 박사 안빈 / 사랑이 비칠 때 / 쌍곡선 /
인연의 길 / 죽음의 저쪽 /
「하권」 떠나는 길 / 첫날밤 / 수 난 / 사랑의 길 / 사랑에는 한이 없다 /
「해설」 춘원의 ‘사랑’ 분석 : 김양호 / ‘사랑’ 관계 연구 논문 /
이광수 선생 약력 / 강대진 감독 약력 /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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