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목로주점」은 에밀 졸라 최고의 소설이며, 졸라는 세기말의 발자크이다.
― 폴 부르제
〈목로주점〉은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문학 속에 재현하여 부르주아 사회의 물질적 풍요에 환호하던 19세기 당시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문제작이다. 〈제2제정 시대하 한 가족의 자연적?사회적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루공 마카르》 총서에 속한 작품으로, 전부 1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목로주점〉은 넉넉하지는 않아도 열심히 일하며 마음 편히 살 수 있기를 꿈꾸는 평범한 시골 처녀 제르베즈의 인생 여정을 그렸다. 7장을 중심으로 전반부는 파리로 갓 상경하여 남자에게 버림받은 제르베즈가 세탁소 주인이 되기까지의 상승 과정을, 후반부는 제르베즈가 가난과 술에 절어 비참한 죽음을 맞기까지의 하강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변두리 지역의 끔찍한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한 노동자 가족의 숙명적 타락 이야기」라는 졸라 자신의 설명대로 〈목로주점〉은 바르게 살고자 몸부림쳤지만 결국 추락하고 마는 가련한 여인 제르베즈의 이야기를 통해 비극적 운명에 짓눌려 몰락하는 가련한 삶들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의 숙명적인 타락,
추락할 수밖에 없는 자들에 바치는 애도의 서사시
“엉망으로 망쳐버린 삶의 불결함과 고단함,
이 지독한 가난과 고통의 길을 벗어날 수 있다면!”
『목로주점』의 이야기는 “일할 수 있고 먹을 것이 있고 깨끗한 잠자리만 있으면” 된다는 소박한 꿈을 지닌 제르베즈의 삶의 여정에 따라 진행된다. 7장을 중심으로 전반부는 버림받은 제르베즈가 세탁소 주인이 되기까지의 상승 과정을, 후반부는 그녀가 가난과 술에 절어 비참한 죽음을 맞기까지의 하강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소설의 앞부분에서 결혼식 날 퍼붓는 소나기, 제르베즈의 길을 막아선 장의사 일꾼 바주즈, 쿠포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것을 쳐다보던 노파, 그리고 성공의 상징인 세탁소 안에서 제르베즈가 술에 취한 남편과 키스를 하는 “첫 추락”의 장면이 보여주듯이, 상승의 순간들에는 늘 불길한 균열이 있고, 그것은 후반의 하강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소설 전체에 불길한 숙명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결국 제르베즈의 추락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숙명은 졸라가 말한 유전의 숙명을 넘어서는 보다 근원적인 비극적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목로주점』은 수많은 상징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신화적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노동자의 삶을 그린 민중문학의 효시이자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
『목로주점』의 시대적 배경은, 루이 나폴레옹이 제2공화국의 정권을 장악하고 사회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1840년대 말이 소설의 초반부이고, 쿠데타를 통해 황제가 된 후 오스만의 지휘로 시작한 대규모 도시정비 사업이 파리 변두리 지역의 모습을 바꿔놓던 60년대 후반이 결말 부분이다. 즉, 국내 정치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과 식민지 경영 덕분에 경제적 번영을 누리던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목로주점』은 그 화려한 번영 뒤에서 처참하게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삶을 그린다. 파리 북쪽 변두리에 살면서 일터인 파리를 오가는 노동자들에게 자유라는 정치적 이상은 잘 나가는 부르주아들의 배부른 위선일 뿐이며, 마찬가지로 물질적 풍요는 노동의 착취에 따른 배고픔이라는 괴물을 가리는 가면일 뿐이다. 산업자본주의의 상징인 기계 역시―손에 망치를 들고 힘과 기술로 나사를 만들어내는 대장장이 구제의 임금을 떨어트리는 나사 기계가 그렇듯―노동자들의 친구가 아니라 가장 위험한 적이다. 하지만 졸라가 이 소설에서 시도한 리얼리즘적 재현을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옹호하는 이념적 입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목로주점』의 문학적 의의는 무엇보다도 졸라가 베르나르의 실험 의학에 따라 『실험소설론』(1880)에서 제시한 바 있는 문학론, 즉 “유전과 환경이 인간의 지적이고 감정적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그려내야 한다는 소설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졸라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목로주점』은 “변두리 지역의 끔찍한 환경 속에서 야기되는 한 노동자 가족의 숙명적인 타락”의 이야기이다. 실제 졸라는 제르베즈와 쿠포가 원래 게으름뱅이, 주정뱅이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었다”고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한 가족의 자연적 그리고 사회적 역사”라는 『루공 마카르』의 부제가 암시하듯 노동자들의 삶을 짓누르는 사회적 억압과 동시에 유전으로 전해지는 숙명 때문이다.(이는 제르베즈의 딸로 고급 창부가 된 나나의 비극을 그린 『나나』에 그대로 이어진다.) 이처럼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문학 속에 재현해낸 『목로주점』은 부르주아 사회의 도래에 환호하던 당시의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속어와 은어들이 등장한 것 역시 충격을 더하는 요인이 되었다.(그 낯선 어휘들 때문에 여전히 『목로주점』의 많은 판본에는 어휘목록이 첨부되어 있다.) 하지만 독자들의 항의로 신문 연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이 소설이 19세기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목로주점』의 세계는 ― 낯설고 충격적인 모든 존재가 그렇듯이 ― 두려움과 동시에 야릇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 작가 소개
저 : 에밀 졸라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출생한 에밀 졸라는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 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와 『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나는 고발한다>를 정점으로 드레퓌스의 무죄를 옹호한다. 3000프랑의 벌금과 더불어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는 영국으로 1년간 망명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이 사고는 우연한 사고인지 정적에 의한 살해인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역자 : 윤진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벨아미』, 『자서전의 규약』, 『사탄의 태양 아래』, 『페르디두르케』, 『중력과 은총』, 『위험한 관계』, 『지붕 위의 신발』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목로주점 2
작품해설 / 목로주점, 추락할 수밖에 없는 삶에 바치는 애도의 서사시
옮긴이 주
「목로주점」은 에밀 졸라 최고의 소설이며, 졸라는 세기말의 발자크이다.
― 폴 부르제
〈목로주점〉은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문학 속에 재현하여 부르주아 사회의 물질적 풍요에 환호하던 19세기 당시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문제작이다. 〈제2제정 시대하 한 가족의 자연적?사회적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루공 마카르》 총서에 속한 작품으로, 전부 1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목로주점〉은 넉넉하지는 않아도 열심히 일하며 마음 편히 살 수 있기를 꿈꾸는 평범한 시골 처녀 제르베즈의 인생 여정을 그렸다. 7장을 중심으로 전반부는 파리로 갓 상경하여 남자에게 버림받은 제르베즈가 세탁소 주인이 되기까지의 상승 과정을, 후반부는 제르베즈가 가난과 술에 절어 비참한 죽음을 맞기까지의 하강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변두리 지역의 끔찍한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한 노동자 가족의 숙명적 타락 이야기」라는 졸라 자신의 설명대로 〈목로주점〉은 바르게 살고자 몸부림쳤지만 결국 추락하고 마는 가련한 여인 제르베즈의 이야기를 통해 비극적 운명에 짓눌려 몰락하는 가련한 삶들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의 숙명적인 타락,
추락할 수밖에 없는 자들에 바치는 애도의 서사시
“엉망으로 망쳐버린 삶의 불결함과 고단함,
이 지독한 가난과 고통의 길을 벗어날 수 있다면!”
『목로주점』의 이야기는 “일할 수 있고 먹을 것이 있고 깨끗한 잠자리만 있으면” 된다는 소박한 꿈을 지닌 제르베즈의 삶의 여정에 따라 진행된다. 7장을 중심으로 전반부는 버림받은 제르베즈가 세탁소 주인이 되기까지의 상승 과정을, 후반부는 그녀가 가난과 술에 절어 비참한 죽음을 맞기까지의 하강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소설의 앞부분에서 결혼식 날 퍼붓는 소나기, 제르베즈의 길을 막아선 장의사 일꾼 바주즈, 쿠포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것을 쳐다보던 노파, 그리고 성공의 상징인 세탁소 안에서 제르베즈가 술에 취한 남편과 키스를 하는 “첫 추락”의 장면이 보여주듯이, 상승의 순간들에는 늘 불길한 균열이 있고, 그것은 후반의 하강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소설 전체에 불길한 숙명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결국 제르베즈의 추락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숙명은 졸라가 말한 유전의 숙명을 넘어서는 보다 근원적인 비극적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목로주점』은 수많은 상징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신화적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노동자의 삶을 그린 민중문학의 효시이자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
『목로주점』의 시대적 배경은, 루이 나폴레옹이 제2공화국의 정권을 장악하고 사회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1840년대 말이 소설의 초반부이고, 쿠데타를 통해 황제가 된 후 오스만의 지휘로 시작한 대규모 도시정비 사업이 파리 변두리 지역의 모습을 바꿔놓던 60년대 후반이 결말 부분이다. 즉, 국내 정치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과 식민지 경영 덕분에 경제적 번영을 누리던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목로주점』은 그 화려한 번영 뒤에서 처참하게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삶을 그린다. 파리 북쪽 변두리에 살면서 일터인 파리를 오가는 노동자들에게 자유라는 정치적 이상은 잘 나가는 부르주아들의 배부른 위선일 뿐이며, 마찬가지로 물질적 풍요는 노동의 착취에 따른 배고픔이라는 괴물을 가리는 가면일 뿐이다. 산업자본주의의 상징인 기계 역시―손에 망치를 들고 힘과 기술로 나사를 만들어내는 대장장이 구제의 임금을 떨어트리는 나사 기계가 그렇듯―노동자들의 친구가 아니라 가장 위험한 적이다. 하지만 졸라가 이 소설에서 시도한 리얼리즘적 재현을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옹호하는 이념적 입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목로주점』의 문학적 의의는 무엇보다도 졸라가 베르나르의 실험 의학에 따라 『실험소설론』(1880)에서 제시한 바 있는 문학론, 즉 “유전과 환경이 인간의 지적이고 감정적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그려내야 한다는 소설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졸라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목로주점』은 “변두리 지역의 끔찍한 환경 속에서 야기되는 한 노동자 가족의 숙명적인 타락”의 이야기이다. 실제 졸라는 제르베즈와 쿠포가 원래 게으름뱅이, 주정뱅이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었다”고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한 가족의 자연적 그리고 사회적 역사”라는 『루공 마카르』의 부제가 암시하듯 노동자들의 삶을 짓누르는 사회적 억압과 동시에 유전으로 전해지는 숙명 때문이다.(이는 제르베즈의 딸로 고급 창부가 된 나나의 비극을 그린 『나나』에 그대로 이어진다.) 이처럼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문학 속에 재현해낸 『목로주점』은 부르주아 사회의 도래에 환호하던 당시의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속어와 은어들이 등장한 것 역시 충격을 더하는 요인이 되었다.(그 낯선 어휘들 때문에 여전히 『목로주점』의 많은 판본에는 어휘목록이 첨부되어 있다.) 하지만 독자들의 항의로 신문 연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이 소설이 19세기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목로주점』의 세계는 ― 낯설고 충격적인 모든 존재가 그렇듯이 ― 두려움과 동시에 야릇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 작가 소개
저 : 에밀 졸라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출생한 에밀 졸라는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 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와 『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나는 고발한다>를 정점으로 드레퓌스의 무죄를 옹호한다. 3000프랑의 벌금과 더불어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는 영국으로 1년간 망명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이 사고는 우연한 사고인지 정적에 의한 살해인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역자 : 윤진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벨아미』, 『자서전의 규약』, 『사탄의 태양 아래』, 『페르디두르케』, 『중력과 은총』, 『위험한 관계』, 『지붕 위의 신발』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목로주점 2
작품해설 / 목로주점, 추락할 수밖에 없는 삶에 바치는 애도의 서사시
옮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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