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뜨럽게

▣ 책 소개

형수의 등쌀에 못 이겨나간 선 자리에서,
그날 카페에서 본 마네킹 같은 여자를 만날 줄은 몰랐다.
다시보고 싶은 여자였지만 이렇게 결혼을 전제로 한 선 자리에서 만나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결혼이라는 게 그렇게 빨리도 하고 싶은가 보군.”
표정이 없던 그녀의 얼굴이 당황스럽게 물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는 한쪽 입매를 올렸다.
대놓고 싸가지 없게 굴고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나빠 곧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그의 싸가지 없는 행동에도 처음과 똑같은 자세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무관심해 보이기도 한 그녀에게 태영은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제 그만 떼어내야겠다.
아쉽지만 어린 아가씨, 다른 남자 만나 결혼이란 걸 하라고.
“잘하면 결혼할지도 모르는데, 몸은 맞춰봐야지?”
그의 눈매가 슬쩍 가늘어지고 마치 눈으로 여자의 몸을 애무하는 듯 훑었다.
하나...둘...셋... 속으로 숫자를 정확하게 세는 그 순간, 여자가 살며시 일어섰다.
그렇지 일어나야지, 제 정신이 박힌 여자라면 말이야.
손가락에 끼운 담배 필터 부분을 테이블에 탁 치는 순간.
입을 연 그녀로 인해 그의 행동이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멈추었다.
“어디로...”
헉! 얘 뭐야? 순간 태영은 머릿속이 마구 복잡하게 엉켰다.
정말 이대로 같이 나가야 하는지, 분명 자신이 꺼내 놓고도 이게 미쳤나 하며
퇴짜를 놓고 가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마치 자기가 놓은 덫에 자기가 걸린 상황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