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랄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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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손보미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17/04/19
형태사항p.357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464508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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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소설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손보미라는 작가를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스토리로 독자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완벽히 끌어들이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데뷔한 지 10년이 되지 않았고, 단 한 권의 소설집을 냈을 뿐인 이 작가는 젊은작가상 대상,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기대를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영상시대라고 하지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인문학적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장르는 소설이 유일하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에다 뻔한 주장을 실은 작품에 식상한 이들을 『디어 랄프 로렌』은 한껏 빨아 들여 낯선 세상을 돌다 어찔어찔해져서 돌아 나오게 만든다. 누구나 한 벌 쯤은 갖고 있는 ‘폴로 랄프 로렌’을 만든 랄프 로렌, 엄연히 살아 있는 인물이다. 소설 속의 랄프 로렌은 패션 혁명을 이룬 그를 차용했으나 2001년에 죽은 것으로 묘사된다. 모든 것을 다 만드는 랄프 로렌이 딱 하나 빼먹은 것, 시계를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쓰는 수영. 그녀의 편지를 번역해 준다는 명목으로 자주 만나다가 성적이 떨어져 유학을 간 종수는 전도양양한 대학원생으로 성장했으나 갑자기 연구실에서 해고된다. 짐을 싸는 과정에서 수 년 전 수영이 보낸 청첩장을 발견한다. 외곽의 허술한 아파트로 옮겨 랄프 로렌이 왜 시계를 만들지 않았는지, 찾아 나선다. 갑자기 학교에서 밀려나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그가 몰두하기로 결정한 일이다. 1954년도의 역사를 더듬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종수가 104세 할머니까지 만나면서 100년이라는 시간을 우리 앞으로 바짝 끌어당긴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외국인을 만나 랄프 로렌을 추적하는 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에 열중하는 종수.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가는 종수를 통해 우리는 많은 질문을 받는다. 답변은 읽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복잡한 듯 하지만 짝을 지어 한 단계씩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걸 즐길 수 있는 구성이다. 1980년생인 작가의 폭넓은 관심과 지식에 종종 탄성을 지르며 푹 빠지게 되는 소설이다.     
- 추천자: 이근미(소설가)​

랄프 로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하는
여자아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
그런 것도 사랑일 수 있을까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지 구 년째가 되던 해, ‘종수’는 대학원 지도교수에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자네 실력이 나쁘다는 게 아니야. 자네는 잘했어. 단지 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뿐이야.” 빙빙 돌려 말했지만, 종수는 그 말이 대학원에서 나가달라는 의미라는 걸 안다.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이십팔 년 인생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술을 퍼마시며 방안을 헤집던 도중, 종수는 잠겨 있는 책상 서랍을 발견하게 된다. 망치를 내리쳐 서랍을 열자, 뜻밖에도 그 안에는 청첩장이 담겨 있었다.

“디어 종수, 나는 아주 잘 지내. 곧 결혼식을 올릴 거야. 나는 무척 행복해. 너도 잘 지내길 바란다.”

받았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청첩장은 바로 ‘수영’이 보내온 것이었다. 열여덟 살 여름, 난데없이 찾아와 편지를 번역해달라던 바로 그 수영 말이다. 수영은 그때 이렇게 말했다. “영어로 편지를 한 통 써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 넌 그냥 번역만 해주면 돼. 난 랄프 로렌에게 편지를 써야만 해.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말이야.” 니트, 헤어슈슈, 향수 등 온갖 것을 만든 랄프 로렌은 어쩐 일인지 시계만은 만들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랄프 로렌으로 걸치고 싶은’ 그녀는 랄프 로렌에게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편지를 보낼 작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랄프 로렌이 시계를 만들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종수는 왠지 편지를 쓰고 싶어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그런 마음도 사랑일 수 있을까.

“디어, 는 다정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아주 친밀하고 따뜻해.”

그리고, 수영의 청첩장을 매개로 역동적인 기억의 활동이 펼쳐진다. 종수는 미국에 머무는 일 년 동안, 랄프 로렌이 시계를 만들지 않은 이유를 찾아나서게 된다. 랄프 로렌과 관련한 자료를 끊임없이 찾아 읽고, 그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구두닦이 소년이었던 랄프 로렌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아들처럼 키웠던 조셉 프랭클, 조셉 프랭클의 오랜 이웃이었던 백네 살의 할머니 레이철 잭슨, 레이철 잭슨을 돌보는 입주 간호사 섀넌 헤이스 등 랄프 로렌에서 쏘아올려진 기억의 활동은 여러 사람을 통과하며 생동하는 이야기가 되어간다.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단지 “랄프 로렌과의 연결고리로만 여기고 있었던” 조셉 프랭클, 레이철 잭슨, 섀넌 헤이스 각각은 그렇게 어느 순간 그 자신만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그러나 그중 어떤 것도 비밀을 해결할 결정적인 열쇠가 되어주지 않는다. 인형 안에서 또 인형이 나오는 마트료시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문을 열어젖혀야 하는 것이다. 텅 빈 그 인형 속처럼 이 모든 일은 그저 “거대한 시간 낭비”일 뿐일까. 하지만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는 그 활동은 『디어 랄프 로렌』이 품고 있는 어떤 비밀을 우리에게 언뜻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랄프 로렌의 여동생이 남긴 인터뷰, 그의 성취를 기록한 자서전, 지인들이 말하는 그의 모습을 모두 더한 것이 곧 랄프 로렌을 대변하는 게 아니듯이, 우리가 어떤 진실을 알려고 할 때, 그것과 관련한 모든 사실들의 총합 그 자체를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진실은 사실들의 총합을 초과하여, 그것들 사이로 미끄러진다는 것을 말이다. 수영과 함께 편지를 썼던 그해 여름으로부터 십 년이 지난 뒤에야, 그녀가 말한 ‘디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간신히 알아차리게 된 종수처럼.

그리고 『디어 랄프 로렌』이 품고 있는 또하나의 비밀. 첫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을 열고 닫는 두 편의 작품 「담요」와 「애드벌룬」이 서로 다른 우주를 살아가는 동일인물의 이야기인 것처럼, 『디어 랄프 로렌』에도 ‘손보미식 평행우주론’이 등장한다. 이 소설 안에서 랄프 로렌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실용적인 패션, 기성복의 시대를 연’ 미국의 입지전적인 디자이너임과 동시에,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열한 살에 야반도주를 하고 뉴욕으로 건너와 구두를 닦던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이기도 하다. 랄프 로렌뿐만 아니라, 『디어 랄프 로렌』에 나오는 어떤 내용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것과 일치하기도 하고 혹은 반대로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그건 실제 인물이나 사건에 국한하지 않는다. 굉장히 좋은 망원경을 든 채, “저멀리 낯선 행성의 작은 불빛을 응시하고 마침내 그 속에서 그(혹은 그녀)의 얼굴-표정을 발견하는” 우주인처럼, 이 두 개의 세계를 번갈아보며 끊임없이 그 안의 인물들을 살피는 손보미 덕분에, 우리는 『디어 랄프 로렌』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오면서 만난 인물들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우주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우연에 의해 잠깐 포개지기도 하는 것. 그건 손보미식 평행우주가 지닌 어떤 다정함이기도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이 우주에, 내가 머무는 곳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깜깜한 방안에서, 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시작된다. 모든 게 부서졌다는 절망에 휩싸였을 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 예상치 못한 순간 손보미가 마련해둔 다정한 세계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나는 소설가가 굉장히 좋은 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우주인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고 종종 생각한다. 저멀리 낯선 행성의 작은 불빛을 응시하고 마침내 그 속에서 그(혹은 그녀)의 얼굴-표정을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혹은 그녀) 때문에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고, 때때로 화를 내기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 그저 나는 소박한 마음으로 바랄 뿐이다. 내가 ‘매우’ ‘멀리’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게 되기를. _‘작가의 말’에서

 
 

작가 소개

저 : 손보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 수상,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이 있다. 2012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3년 젊은작가상, 2014년 젊은작가상, 2015년 젊은작가상, 제46회 한국일보문학상, 제21회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목 차

프롤로그 _007
아이스링크장에서 피겨스케이팅중 _016
노크 _043
절대, 찢지 마시오. 절대로, 절대로 _082
나의 말이 나의 기억을 불러온다 _119
멈춤 _149
무인지대 _186
거짓말들 _223
고양이 도둑 _248
세뇨리타,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_275
죽은 사람들 _309
디어 랄프 로렌―에필로그를 대신하며 _343

작가의 말 _353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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