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영시문학 최고권위 이창배 교수의 명역!
대천사 루시퍼, 사탄이 되어
낙원에 잠입, 하와를 유혹하다!
단테의 신곡에 견줄 만한 고전, 밀턴의 실낙원이
영혼을 울리는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환상적인 그림과 더불어
21세기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나다
금단의 열매가 하와의 입으로!
신들과 천사들의
우주를 둘로 나누는 전쟁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부활한 루시퍼의 속셈은?
지구와 인간의 창조비밀을 둘러싼 장대한 우주 오페라!
신의 부름을 받은 시인 존 밀턴
존 밀턴(1608~1674)의 서사시 『실낙원』은 영국문학사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밀턴은 오래전부터 아서 왕이나 크롬웰을 주인공으로 숭고한 영웅시를 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서사시를 쓰겠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 대작이 완성되었다. 그는 르네상스 운동의 일환으로서 모국어의 가치를 드높이자는 주장을 적극 지지하며 영어로 이 작품을 썼다.
『실낙원』에는 행마다 시인 밀턴의 목소리와, 밀턴이 살았던 시대의 목소리가 또렷이 살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17세기 영국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러나 이 대서사시는 시간적?공간적 특수성과 인간에 대한 보편성을 두루 지녔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까지도 강하게 사로잡는다. 다시 말하면 영국 청교도혁명을 다양한 방면으로 겪은 독자를 대상으로 삼은 동시에 현대의 독자까지도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세계문학사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
『실낙원』은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로 꼽힌다. 전체 12편으로 이루어졌고 1만 행이 넘는 방대한 작품이다. 구약성서 사탄의 반역과 몰락, 아담과 하와의 낙원 추방을 모티프로 인간 원죄와 구원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존 드라이든을 비롯한 그 무렵 이름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에 견줄 만한 대작이라고 극찬했다.
제1편부터 4편까지는 이 시의 주제를 밝힌다. 이어 하늘과의 싸움에 크게 져 지옥의 불바다에 떨어진 사탄은 복수를 다짐하고 부하 천사들의 사기를 북돋는다. 새로 창조된 인간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사탄은 홀로 혼돈의 심연을 건너 지상에 내려온다.
제5편부터 8편에서는 라파엘이 에덴에 내려와, 사탄의 꾐에 넘어가 하나님을 거역하지 말라고 아담에게 경고한다. 이어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9편과 10편에서 아담과 하와는 사탄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고 타락한다. 그 결과 사탄의 자식들인 죄와 죽음과 악 따위가 지상을 휩쓸고 온갖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약육강식의 법칙도 생겨난다.
제11편과 12편에서 천사 미가엘은 아담에게 이후 그의 자손들이 겪게 될 혹독한 운명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타락한 뒤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있던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에 기꺼이 따라 에덴을 떠난다. 비록 낙원은 잃었지만 ‘마음속 낙원’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고전 서사시 전통과 기독교 정신이 어우러진 걸작
『실낙원』은 고전 서사시 전통에 따라, ‘장엄체’라 불리는 격조 높은 문체로 이야기를 사건의 중간부터 시작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가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아담 이전의 아주 먼 과거부터 아담 이후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내려오기까지의 시간 흐름 속에서, 공간적으로는 에덴을 가운데 두고 천국과 지옥까지 아우른다.
밀턴은 제1편 첫머리에서, 옛 그리스 시인들이 다룬 신화보다도 더 높고 고상한 주제를 노래하겠다고 말한다. 『실낙원』은 그 의도에 더없이 걸맞은 대작이다. 사탄군과 천사군의 격렬한 전투, 하나님의 천지창조, 천국과 지옥 사이 혼돈의 심연, 천체의 화려한 운동, 환상적인 에덴 낙원 등 웅장하고 화려하며 세심한 묘사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사탄을 추악한 악마가 아닌 나무랄 데 없는 영웅적인 풍모를 가진 인물로 묘사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동서양 모든 신화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밀턴은 셰익스피어, 벤 존슨, 보몬트, 플레처 등 이름난 문호들이 다져 놓은 문학적 바탕에서 고전 서사시 전통을 이어받고, 그것을 뛰어넘어 인문주의적이며 기독교적인 가치와 미덕을 내세우는 새로운 서사시를 완성해냈다.
인간의 원죄와 구원의 가능성
밀턴은 영국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를 쓰는 대신 20여 년 동안 새로운 영국을 추구하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뛰어듦으로써 마침내 하나의 서사시를 쓸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영국, 새로운 예루살렘, 새 하늘과 새 땅, 새로운 낙원은 끝내 오지 않았다. 아니, 잃었다. 그러나 그 실망에서 더욱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 새로운 낙원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뜨겁게 끓어올랐던 그의 마음이 식어 버린 대신 깊이 가라앉아 있던 정열이 떠올랐다. 심연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새로운 하늘과 땅, 새로운 낙원을 영국이라는 현실의 땅에서 찾지 않고, 진지한 신앙인과 자신의 마음속에서 찾고자 했다.
성스러운 존재로서 선택된 아주 특별한 인간이 아닌 보통 사람의 신앙에 완결(코스모스)이란 없다. 오직 혼돈(카오스)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는 내면의 낙원이라는 코스모스를 추구하는 끊임없는 자기정화이다.
『실낙원』은 단순한 서사시가 아니다. 다양한 의미의 혼돈을 내면에 품고 있는 우리에게 밀턴은 가르치는 입장에 서서 바른 섭리를 설파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끌어들여 함께 스스로를 정화하고 참된 ‘내면의 성숙’을 추구하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는 시인이 작품에 펼쳐 보인 내적 여정을 추체험해야 한다.
경건한 종교적 명상과 빼어난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
아담과 하와가 범한 원죄를 우리는 밀턴 함께 다시 범하고, 아담과 하와가 구원을 믿고 ‘내면의 성숙’을 기도하며 낙원을 떠날 때 우리도 함께 떠난다.
우리가 『실낙원』을 읽고 언제나 감동을 느끼는 까닭은 우리 ‘삶’의 고뇌가 추체험을 절실히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지옥을 의식하고 신음하는 사탄에게 우리가 공감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서사시는 과거의 사건을 서술한 작품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고전이다.
『실낙원』 제 7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턴 스스로도 이 방대한 서사시가 많은 독자를 얻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현대의 많은 비평가도 그의 신학사상은 고루하다며 경시해 왔다. 그럼에도 이 서사시는 영국과 서유럽문학?문화의 결정체로 줄곧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켜 왔다. 어떤 혁명이 일어나 그리스도교적?종교적 인간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밀턴의 작품들, 특히 『실낙원』이 서유럽 사회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화적?인간적으로 다른 밀턴의 작품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종교적 문제의식 아래 죽음과 사랑, 자연을 고뇌하고 내면의 지옥을 성찰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이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의 작품이 우리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 닿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번역의 텍스트는 휴스(Merritt Y. Hughes)가 편집한 Paradise Lost(The Odyssey Press, 1935;1962)를 사용했다.
19세기 프랑스 미술을 대표하는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 1832~1883)의 환상적인 그림이 감동을 더한다. 도레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상상력과 천재적인 솜씨로 온 유럽 널리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낭만파 화가들이 그의 작품을 모방했다.
▣ 작가 소개
존 밀턴
1608년 영국 런던에서 부유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17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청교도 작가이자 위대한 서사시인이다.
어려서부터 학문과 예술 분야에 재능을 보였다.
17세 때 케임브리지 대학 크라이스트 칼리지에 입학해 24세 때 문학석사로 졸업할 때까지 최초의 걸작 「그리스도 탄생하신 날 아침에」(1629)를 비롯한 여러 편의 소네트를 썼다. 그 후 청교도혁명 발발 전까지는 밀턴 생애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기로, 독서와 여행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밀턴은 1638~39년에 1년 3개월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혁명이 일어나자 곧장 귀국했다. 1640년부터 논쟁과 정쟁의 소용돌이에 몸을 던져 청교도혁명과 공화정을 옹호하는 다수의 팸플릿을 썼으며, 크롬웰의 라틴어 비서관(오늘날의 외무부장관)으로 복무했다. 이 시기에 발표한 『아레오파기티카』(Areopagitica, 1644)는 언론자유 사상의 경전으로 불린다. 1652년 그는 녹내장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인해 두 눈의 시력을 잃게 된다.
1660년 왕정복고가 되자 투옥되기도 했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내부적 망명자 신세가 된 만년의 밀턴은 『실낙원』, 『복낙원』, 『투사 삼손』 등 3대 걸작 서사시를 집필했다. 『실낙원』은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에 견줄만한 대작으로 극찬을 받았다. 1674년 타계했다.
영시문학 최고권위 이창배 교수의 명역!
대천사 루시퍼, 사탄이 되어
낙원에 잠입, 하와를 유혹하다!
단테의 신곡에 견줄 만한 고전, 밀턴의 실낙원이
영혼을 울리는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환상적인 그림과 더불어
21세기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나다
금단의 열매가 하와의 입으로!
신들과 천사들의
우주를 둘로 나누는 전쟁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부활한 루시퍼의 속셈은?
지구와 인간의 창조비밀을 둘러싼 장대한 우주 오페라!
신의 부름을 받은 시인 존 밀턴
존 밀턴(1608~1674)의 서사시 『실낙원』은 영국문학사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밀턴은 오래전부터 아서 왕이나 크롬웰을 주인공으로 숭고한 영웅시를 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서사시를 쓰겠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 대작이 완성되었다. 그는 르네상스 운동의 일환으로서 모국어의 가치를 드높이자는 주장을 적극 지지하며 영어로 이 작품을 썼다.
『실낙원』에는 행마다 시인 밀턴의 목소리와, 밀턴이 살았던 시대의 목소리가 또렷이 살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17세기 영국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러나 이 대서사시는 시간적?공간적 특수성과 인간에 대한 보편성을 두루 지녔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까지도 강하게 사로잡는다. 다시 말하면 영국 청교도혁명을 다양한 방면으로 겪은 독자를 대상으로 삼은 동시에 현대의 독자까지도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세계문학사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
『실낙원』은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로 꼽힌다. 전체 12편으로 이루어졌고 1만 행이 넘는 방대한 작품이다. 구약성서 사탄의 반역과 몰락, 아담과 하와의 낙원 추방을 모티프로 인간 원죄와 구원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존 드라이든을 비롯한 그 무렵 이름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에 견줄 만한 대작이라고 극찬했다.
제1편부터 4편까지는 이 시의 주제를 밝힌다. 이어 하늘과의 싸움에 크게 져 지옥의 불바다에 떨어진 사탄은 복수를 다짐하고 부하 천사들의 사기를 북돋는다. 새로 창조된 인간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사탄은 홀로 혼돈의 심연을 건너 지상에 내려온다.
제5편부터 8편에서는 라파엘이 에덴에 내려와, 사탄의 꾐에 넘어가 하나님을 거역하지 말라고 아담에게 경고한다. 이어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9편과 10편에서 아담과 하와는 사탄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고 타락한다. 그 결과 사탄의 자식들인 죄와 죽음과 악 따위가 지상을 휩쓸고 온갖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약육강식의 법칙도 생겨난다.
제11편과 12편에서 천사 미가엘은 아담에게 이후 그의 자손들이 겪게 될 혹독한 운명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타락한 뒤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있던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에 기꺼이 따라 에덴을 떠난다. 비록 낙원은 잃었지만 ‘마음속 낙원’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고전 서사시 전통과 기독교 정신이 어우러진 걸작
『실낙원』은 고전 서사시 전통에 따라, ‘장엄체’라 불리는 격조 높은 문체로 이야기를 사건의 중간부터 시작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가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아담 이전의 아주 먼 과거부터 아담 이후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내려오기까지의 시간 흐름 속에서, 공간적으로는 에덴을 가운데 두고 천국과 지옥까지 아우른다.
밀턴은 제1편 첫머리에서, 옛 그리스 시인들이 다룬 신화보다도 더 높고 고상한 주제를 노래하겠다고 말한다. 『실낙원』은 그 의도에 더없이 걸맞은 대작이다. 사탄군과 천사군의 격렬한 전투, 하나님의 천지창조, 천국과 지옥 사이 혼돈의 심연, 천체의 화려한 운동, 환상적인 에덴 낙원 등 웅장하고 화려하며 세심한 묘사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사탄을 추악한 악마가 아닌 나무랄 데 없는 영웅적인 풍모를 가진 인물로 묘사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동서양 모든 신화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밀턴은 셰익스피어, 벤 존슨, 보몬트, 플레처 등 이름난 문호들이 다져 놓은 문학적 바탕에서 고전 서사시 전통을 이어받고, 그것을 뛰어넘어 인문주의적이며 기독교적인 가치와 미덕을 내세우는 새로운 서사시를 완성해냈다.
인간의 원죄와 구원의 가능성
밀턴은 영국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를 쓰는 대신 20여 년 동안 새로운 영국을 추구하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뛰어듦으로써 마침내 하나의 서사시를 쓸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영국, 새로운 예루살렘, 새 하늘과 새 땅, 새로운 낙원은 끝내 오지 않았다. 아니, 잃었다. 그러나 그 실망에서 더욱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 새로운 낙원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뜨겁게 끓어올랐던 그의 마음이 식어 버린 대신 깊이 가라앉아 있던 정열이 떠올랐다. 심연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새로운 하늘과 땅, 새로운 낙원을 영국이라는 현실의 땅에서 찾지 않고, 진지한 신앙인과 자신의 마음속에서 찾고자 했다.
성스러운 존재로서 선택된 아주 특별한 인간이 아닌 보통 사람의 신앙에 완결(코스모스)이란 없다. 오직 혼돈(카오스)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는 내면의 낙원이라는 코스모스를 추구하는 끊임없는 자기정화이다.
『실낙원』은 단순한 서사시가 아니다. 다양한 의미의 혼돈을 내면에 품고 있는 우리에게 밀턴은 가르치는 입장에 서서 바른 섭리를 설파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끌어들여 함께 스스로를 정화하고 참된 ‘내면의 성숙’을 추구하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는 시인이 작품에 펼쳐 보인 내적 여정을 추체험해야 한다.
경건한 종교적 명상과 빼어난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
아담과 하와가 범한 원죄를 우리는 밀턴 함께 다시 범하고, 아담과 하와가 구원을 믿고 ‘내면의 성숙’을 기도하며 낙원을 떠날 때 우리도 함께 떠난다.
우리가 『실낙원』을 읽고 언제나 감동을 느끼는 까닭은 우리 ‘삶’의 고뇌가 추체험을 절실히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지옥을 의식하고 신음하는 사탄에게 우리가 공감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서사시는 과거의 사건을 서술한 작품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고전이다.
『실낙원』 제 7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턴 스스로도 이 방대한 서사시가 많은 독자를 얻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현대의 많은 비평가도 그의 신학사상은 고루하다며 경시해 왔다. 그럼에도 이 서사시는 영국과 서유럽문학?문화의 결정체로 줄곧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켜 왔다. 어떤 혁명이 일어나 그리스도교적?종교적 인간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밀턴의 작품들, 특히 『실낙원』이 서유럽 사회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화적?인간적으로 다른 밀턴의 작품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종교적 문제의식 아래 죽음과 사랑, 자연을 고뇌하고 내면의 지옥을 성찰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이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의 작품이 우리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 닿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번역의 텍스트는 휴스(Merritt Y. Hughes)가 편집한 Paradise Lost(The Odyssey Press, 1935;1962)를 사용했다.
19세기 프랑스 미술을 대표하는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 1832~1883)의 환상적인 그림이 감동을 더한다. 도레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상상력과 천재적인 솜씨로 온 유럽 널리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낭만파 화가들이 그의 작품을 모방했다.
▣ 작가 소개
존 밀턴
1608년 영국 런던에서 부유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17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청교도 작가이자 위대한 서사시인이다.
어려서부터 학문과 예술 분야에 재능을 보였다.
17세 때 케임브리지 대학 크라이스트 칼리지에 입학해 24세 때 문학석사로 졸업할 때까지 최초의 걸작 「그리스도 탄생하신 날 아침에」(1629)를 비롯한 여러 편의 소네트를 썼다. 그 후 청교도혁명 발발 전까지는 밀턴 생애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기로, 독서와 여행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밀턴은 1638~39년에 1년 3개월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혁명이 일어나자 곧장 귀국했다. 1640년부터 논쟁과 정쟁의 소용돌이에 몸을 던져 청교도혁명과 공화정을 옹호하는 다수의 팸플릿을 썼으며, 크롬웰의 라틴어 비서관(오늘날의 외무부장관)으로 복무했다. 이 시기에 발표한 『아레오파기티카』(Areopagitica, 1644)는 언론자유 사상의 경전으로 불린다. 1652년 그는 녹내장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인해 두 눈의 시력을 잃게 된다.
1660년 왕정복고가 되자 투옥되기도 했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내부적 망명자 신세가 된 만년의 밀턴은 『실낙원』, 『복낙원』, 『투사 삼손』 등 3대 걸작 서사시를 집필했다. 『실낙원』은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에 견줄만한 대작으로 극찬을 받았다. 1674년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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