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람들은 어떻게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미치지 않는 걸까
나는 경험을 통해 지루함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사방이 꽉 막힌 작업공간에서 지루한 노동을 반복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매 작품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그리스비극을 머릿속으로 암송하며 매일매일 끊어질 듯한 숨을 연장하고 있었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루함이라는 괴물에 잡아먹혔을 것이다. 잘근잘근 씹히고, 짓이겨지고, 꿀꺽 삼켜지고…… 아니, 나는 사실 매일 죽었다(「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 126면)
『애호가들』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삶이란 “모두 기나긴 지루함에 포섭”된 채 견디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애호가들』에서 이런 일상의 지루함은 인물이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정확하고도 예민하게 드러나며 작품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접속법 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한 학기에 책 한권도 성실하게 읽지 않는, 형편없으면서도 성의까지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인물(「애호가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적 병증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해 받아온 약을 매일 먹고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밖에도 나가지 않은 채 외주 편집일을 하는 인물(「하나의 미래」), 하루 종일 초록불이 들어오면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작업만을 반복하고 일상의 변화라고는 일주일을 주기로 바뀌는 사내 식당의 반찬뿐인 인물(「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 등 작가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인물들이 겪는 지루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또한 『애호가들』은 지긋지긋한 세계와의 불화를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결의 재미를 자아낸다. 대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피해자로서의 ‘나’를 동시에 가해자의 위치에 놓으며 “풍자의 시선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넘어 풍자된 세계 자체를 체험”하게끔 한다거나(「애호가들」), 친구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듣고서도 상식적인 감정 교류에 미숙한 주인공을 내세워 “결정적으로 특별하다고 여긴 사건의 유일무이함에 대해서 의심”하도록(「지평선에 닿기」) 한다. 이처럼 『애호가들』은 단순한 풍자를 사용하거나 상식적인 감정선을 따라가지도 않으면서, 이 사건들을 독특한 리듬으로 배치하며 “삶의 무미건조함과 지긋지긋함을 반전시키기보다는 반사”시켜, “엉망인 세계를 구조적인 모양으로 덩어리째 토해놓”(해설)는다.
“이것들도…… 자기들이 영원할 줄 알았겠지?”
나는 그녀가 충분히 오랫동안 그 생물을 바라보기를, 그것이 살아 움직였던 머나먼 과거를 상상해보기를, 그것의 호흡을 느끼기를 기대하면서 아무 대답도 않고 함께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인드리코테리움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만큼 그 생물을 보고 전율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들도…… 자기들이 영원할 줄 알았겠지?” (「여름의 궤적」 113면)
『애호가들』에서 가장 반짝이는 부분은 “의미의 두께를 잃은 얄팍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존재의 전율을 감지하는 이 순간은 잿빛의 반복된 일상이 주도하는 정영수의 소설에 일순간 찾아드는 푸른 빛”(해설)이고, 이런 “푸른 빛”의 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수면제를 나눠 먹던 고등학생의 죽음에 그녀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있을 수도 있었던 미래를 생각해보거나(「하나의 미래」), 오래전에 이혼한 아내를 다시 만나 함께 멸종한 동물의 뼈를 보며 아득한 미래에 대해 떠올리기도 한다(「여름의 궤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묘하게 겹치며 회한이기도 그리움이기도 한 서정이 배어나올 때 애호가들의 단편들은 넌덜머리나는 삶에서 각각 작은 구원을 맞이한다. 항상 반짝거리는 순간만으로 채워진 삶은 없을 것이다. 실제 우리가 직면하는 삶의 고독과 지루함은 끝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짧은 구원의 순간이 필요하고, 삶은 또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애호가들』이 보여준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운명처럼 만남의 장소로 발을 옮기”(해설)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독자들은 정영수의 첫 소설집을 읽으면서 예측하지 못한 “푸른 빛”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이 희극은 충분히 웃기다. 그러나 아무도 진심으로 웃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는 독자 역시 웃는 ‘배역’에 지정함으로써, 그러니까 웃을 수는 있지만 마음껏 웃지는 못하게 함으로써 소설 속의 한 인물과 마찬가지로 분열된 자리에 독자를 서게 한다. 마치 작가 자신이 소설 속 인물과 현실의 자신 사이를 바쁘게 서성이고 있는 것처럼 읽는 이 또한 그 자리에 끌어들인다. 언젠가 작가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만일 정영수의 소설쓰기가 ‘연기’라면, 그것은 아마 자신을 살리기도 하고 상하게도 하는 메소드 연기일 것이다. 나는 가끔 그가 그것을 썼는지, 아니면 그가 쓴 것이 그인지 헛갈린다.
최정화 소설가
▣ 작가 소개
저자 : 정영수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단편소설 「레바논의 밤」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미치지 않는 걸까
나는 경험을 통해 지루함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사방이 꽉 막힌 작업공간에서 지루한 노동을 반복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매 작품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그리스비극을 머릿속으로 암송하며 매일매일 끊어질 듯한 숨을 연장하고 있었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루함이라는 괴물에 잡아먹혔을 것이다. 잘근잘근 씹히고, 짓이겨지고, 꿀꺽 삼켜지고…… 아니, 나는 사실 매일 죽었다(「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 126면)
『애호가들』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삶이란 “모두 기나긴 지루함에 포섭”된 채 견디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애호가들』에서 이런 일상의 지루함은 인물이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정확하고도 예민하게 드러나며 작품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접속법 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한 학기에 책 한권도 성실하게 읽지 않는, 형편없으면서도 성의까지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인물(「애호가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적 병증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해 받아온 약을 매일 먹고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밖에도 나가지 않은 채 외주 편집일을 하는 인물(「하나의 미래」), 하루 종일 초록불이 들어오면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작업만을 반복하고 일상의 변화라고는 일주일을 주기로 바뀌는 사내 식당의 반찬뿐인 인물(「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 등 작가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인물들이 겪는 지루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또한 『애호가들』은 지긋지긋한 세계와의 불화를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결의 재미를 자아낸다. 대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피해자로서의 ‘나’를 동시에 가해자의 위치에 놓으며 “풍자의 시선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넘어 풍자된 세계 자체를 체험”하게끔 한다거나(「애호가들」), 친구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듣고서도 상식적인 감정 교류에 미숙한 주인공을 내세워 “결정적으로 특별하다고 여긴 사건의 유일무이함에 대해서 의심”하도록(「지평선에 닿기」) 한다. 이처럼 『애호가들』은 단순한 풍자를 사용하거나 상식적인 감정선을 따라가지도 않으면서, 이 사건들을 독특한 리듬으로 배치하며 “삶의 무미건조함과 지긋지긋함을 반전시키기보다는 반사”시켜, “엉망인 세계를 구조적인 모양으로 덩어리째 토해놓”(해설)는다.
“이것들도…… 자기들이 영원할 줄 알았겠지?”
나는 그녀가 충분히 오랫동안 그 생물을 바라보기를, 그것이 살아 움직였던 머나먼 과거를 상상해보기를, 그것의 호흡을 느끼기를 기대하면서 아무 대답도 않고 함께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인드리코테리움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만큼 그 생물을 보고 전율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들도…… 자기들이 영원할 줄 알았겠지?” (「여름의 궤적」 113면)
『애호가들』에서 가장 반짝이는 부분은 “의미의 두께를 잃은 얄팍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존재의 전율을 감지하는 이 순간은 잿빛의 반복된 일상이 주도하는 정영수의 소설에 일순간 찾아드는 푸른 빛”(해설)이고, 이런 “푸른 빛”의 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수면제를 나눠 먹던 고등학생의 죽음에 그녀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있을 수도 있었던 미래를 생각해보거나(「하나의 미래」), 오래전에 이혼한 아내를 다시 만나 함께 멸종한 동물의 뼈를 보며 아득한 미래에 대해 떠올리기도 한다(「여름의 궤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묘하게 겹치며 회한이기도 그리움이기도 한 서정이 배어나올 때 애호가들의 단편들은 넌덜머리나는 삶에서 각각 작은 구원을 맞이한다. 항상 반짝거리는 순간만으로 채워진 삶은 없을 것이다. 실제 우리가 직면하는 삶의 고독과 지루함은 끝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짧은 구원의 순간이 필요하고, 삶은 또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애호가들』이 보여준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운명처럼 만남의 장소로 발을 옮기”(해설)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독자들은 정영수의 첫 소설집을 읽으면서 예측하지 못한 “푸른 빛”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이 희극은 충분히 웃기다. 그러나 아무도 진심으로 웃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는 독자 역시 웃는 ‘배역’에 지정함으로써, 그러니까 웃을 수는 있지만 마음껏 웃지는 못하게 함으로써 소설 속의 한 인물과 마찬가지로 분열된 자리에 독자를 서게 한다. 마치 작가 자신이 소설 속 인물과 현실의 자신 사이를 바쁘게 서성이고 있는 것처럼 읽는 이 또한 그 자리에 끌어들인다. 언젠가 작가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만일 정영수의 소설쓰기가 ‘연기’라면, 그것은 아마 자신을 살리기도 하고 상하게도 하는 메소드 연기일 것이다. 나는 가끔 그가 그것을 썼는지, 아니면 그가 쓴 것이 그인지 헛갈린다.
최정화 소설가
▣ 작가 소개
저자 : 정영수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단편소설 「레바논의 밤」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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