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지배는 항상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국민들은 용감한 자들의 공개적인 독재 치하에서 살 것인지 겁쟁이들의 위선적인 민주주의 치하에서 죽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만 갖고 있다.” (본문 183p)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국회의원, 당 선전부장.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이력이다.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돌프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괴벨스는 한때 히틀러가 구상했던 꿈을 실현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고, 그럴 만한 힘과 자리가 주어졌다.
괴벨스는 말과 글의 힘을 신봉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문헌학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언어에 소질이 있던 괴벨스는 자신의 재능을 히틀러에게 바쳤다. 히틀러의 구상은 괴벨스의 손과 혀를 거쳐 국민에게 전달됐다. 그는 히틀러가 무엇을 원하는지, 국민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
제1차 세계 대전 패전 후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괴벨스는 라디오를 보급해 통치자의 말과 글을 전했다. 국민은 반응했고 이내 빠져들었다.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얻고 싶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 괴벨스의 언어는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했고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프로파간다가 무엇인지 논할 때 그의 이름은 여전히 제일 먼저 등장한다.
“길을 잘못 들어 방황하고 실패하는 우리 민족 때문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힘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다. 조만간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알려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이 되고 싶다.” (본문 170p)
1923년 괴벨스는 반자전적 소설 《미하엘》을 집필했다. 그의 나이 26세 때였다. 괴벨스는 소설의 주인공 미하엘에 자신을 투영했다. 젊고 혈기에 찬 그가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은 미하엘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이 작품을 집필하고 10년이 지나 괴벨스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에 임명된다. 젊은 미하엘이 말한, 길을 알려줄 ‘그 사람’이 히틀러였을까. 어쩌면 괴벨스는 히틀러라는 도구를 얻은 자신을 ‘그 사람’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소설은 제1차 세계 대전의 포화에서 막 벗어난 독일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참전했던 미하엘은 전쟁이 없는 평화를 누리면서도 패전국 독일의 암울한 풍경에 절망한다. 전후 1년, “대학생인 나는 스스로의 주인이자 군주로서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던 그는 이내 자신이 공중 폭격을 받았던 쉴로스베르크에서 “진심으로 내 몸에서 생명을 끊어 내고 싶다”고 절규한다.
미하엘의 삶은 마르크스주의를 추앙하던 친구 리하르트와의 재회와,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연인 헤르타 홀크와의 만남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헤르타 홀크와 교제하면서 미하엘은 자신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정립해 나간다.
“내 마음속에서 오래된 믿음의 세계를 파괴하려 한다. 나는 그것을 완전히 파괴할 작정이다. 그런 다음 새로운 세계를 세울 것이다. 밀에서부터 한 조각씩 차곡차곡 쌓아 올릴 것이다. 힘든 시간에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다른 신을 얻고자 나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본문 42p)
소설 속 리하르트라는 이름은 실제 괴벨스의 친구인 리하르트 플리스게스라는 인물에서 따온 것이다. 현실의 리하르트는 괴벨스가 사회주의와 노동 중심의 혁명적 사상을 갖게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주인공 미하엘의 비극적 결말도 친구 리하르트의 마지막 순간을 반영한 것이다. 괴벨스는 이미 집필된 소설을 개작해 친구의 삶을 미하엘에 투영했다.
“직접 육체노동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노동자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자본가들을 1년 동안 탄갱 속에 들여보내면 노동자 문제의 해결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노동자가 권리를 소유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노동자가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권력을 소유해야 한다. 권력이 권리에 우선한다.” (본문 211p)
미하엘의 혁명적 사상은 새로운 독일을 이끌어 갈 예언자를 만나며 폭발적으로 발현된다. 예언자의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그것이 누구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예언자의 연설을 듣던 미하엘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 속에서 ‘새로운 삶의 맹세’를 한 뒤 “최고의 명령을 따르려 한다.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령이다”라고 선언한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거친 분노가 나를 지배한다. 피 냄새가 진동한다.” (본문 184p)
소설 속 미하엘은 순수했다. 과도한 물질주의로 인해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가 타락했다고 믿었다. 자신이 노동에 투신함으로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하엘을 앞세운 괴벨스는 순수하지 않았다. 그는 유대인을 모든 문제의 책임으로 지목했으며 미하엘의 입을 통해 노골적으로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드러낸다. 훗날 괴벨스가 펼친 반유대인 정책들의 심리적 배경이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이 소설의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현대사의 주요 인물인 괴벨스의 성격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자서전을 사료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소 난해할 수 있으나 젊은 괴벨스의 뜨거운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장들과 익숙하지 않은 문장의 배치는 이 소설의 예상치 못한 재미다.
▣ 작가 소개
저자 : 파울 요제프 괴벨스
파울 요제프 괴벨스(1897~1945)는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국회의원, 당 선전부장을 지냈다. 타고난 언변과 탁월한 문장력으로 대중을 집단 최면 상태에 빠트린 희대의 정치 연출가였다. 왜소한 체구에다 어려서 골수염을 앓아 한쪽 다리를 절었던 괴벨스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학업에 몰두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독일 문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이후 은행원, 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반자전적 소설 《미하엘》을 비롯해 몇 편의 작품을 썼다. 1925년 나치스에 입당하고, 그해 히틀러를 만나 충성을 맹세한다. 1933년 수상에 지명된 히틀러는 괴벨스를 선전장관 겸 문화원장에 임명한다. 괴벨스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선전 수단으로 이용해 독일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1945년 5월 1일 베를린 총리 관저의 벙커 안에서 아내와 6명의 아이들과 함께 동반 자살했다.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 날이었다.
역자 : 강명순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샤를로테 링크의 『다른 아이』, 『죄의 메아리』, 『폭스 밸리』, 몬스 칼렌토프트의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헤르만 코흐의 『디너』, 로버트 슈나이더의 『히든 바흐』 등이 있다.
“지배는 항상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국민들은 용감한 자들의 공개적인 독재 치하에서 살 것인지 겁쟁이들의 위선적인 민주주의 치하에서 죽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만 갖고 있다.” (본문 183p)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국회의원, 당 선전부장.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이력이다.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돌프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괴벨스는 한때 히틀러가 구상했던 꿈을 실현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고, 그럴 만한 힘과 자리가 주어졌다.
괴벨스는 말과 글의 힘을 신봉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문헌학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언어에 소질이 있던 괴벨스는 자신의 재능을 히틀러에게 바쳤다. 히틀러의 구상은 괴벨스의 손과 혀를 거쳐 국민에게 전달됐다. 그는 히틀러가 무엇을 원하는지, 국민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
제1차 세계 대전 패전 후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괴벨스는 라디오를 보급해 통치자의 말과 글을 전했다. 국민은 반응했고 이내 빠져들었다.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얻고 싶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 괴벨스의 언어는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했고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프로파간다가 무엇인지 논할 때 그의 이름은 여전히 제일 먼저 등장한다.
“길을 잘못 들어 방황하고 실패하는 우리 민족 때문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힘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다. 조만간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알려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이 되고 싶다.” (본문 170p)
1923년 괴벨스는 반자전적 소설 《미하엘》을 집필했다. 그의 나이 26세 때였다. 괴벨스는 소설의 주인공 미하엘에 자신을 투영했다. 젊고 혈기에 찬 그가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은 미하엘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이 작품을 집필하고 10년이 지나 괴벨스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에 임명된다. 젊은 미하엘이 말한, 길을 알려줄 ‘그 사람’이 히틀러였을까. 어쩌면 괴벨스는 히틀러라는 도구를 얻은 자신을 ‘그 사람’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소설은 제1차 세계 대전의 포화에서 막 벗어난 독일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참전했던 미하엘은 전쟁이 없는 평화를 누리면서도 패전국 독일의 암울한 풍경에 절망한다. 전후 1년, “대학생인 나는 스스로의 주인이자 군주로서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던 그는 이내 자신이 공중 폭격을 받았던 쉴로스베르크에서 “진심으로 내 몸에서 생명을 끊어 내고 싶다”고 절규한다.
미하엘의 삶은 마르크스주의를 추앙하던 친구 리하르트와의 재회와,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연인 헤르타 홀크와의 만남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헤르타 홀크와 교제하면서 미하엘은 자신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정립해 나간다.
“내 마음속에서 오래된 믿음의 세계를 파괴하려 한다. 나는 그것을 완전히 파괴할 작정이다. 그런 다음 새로운 세계를 세울 것이다. 밀에서부터 한 조각씩 차곡차곡 쌓아 올릴 것이다. 힘든 시간에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다른 신을 얻고자 나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본문 42p)
소설 속 리하르트라는 이름은 실제 괴벨스의 친구인 리하르트 플리스게스라는 인물에서 따온 것이다. 현실의 리하르트는 괴벨스가 사회주의와 노동 중심의 혁명적 사상을 갖게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주인공 미하엘의 비극적 결말도 친구 리하르트의 마지막 순간을 반영한 것이다. 괴벨스는 이미 집필된 소설을 개작해 친구의 삶을 미하엘에 투영했다.
“직접 육체노동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노동자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자본가들을 1년 동안 탄갱 속에 들여보내면 노동자 문제의 해결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노동자가 권리를 소유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노동자가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권력을 소유해야 한다. 권력이 권리에 우선한다.” (본문 211p)
미하엘의 혁명적 사상은 새로운 독일을 이끌어 갈 예언자를 만나며 폭발적으로 발현된다. 예언자의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그것이 누구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예언자의 연설을 듣던 미하엘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 속에서 ‘새로운 삶의 맹세’를 한 뒤 “최고의 명령을 따르려 한다.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령이다”라고 선언한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거친 분노가 나를 지배한다. 피 냄새가 진동한다.” (본문 184p)
소설 속 미하엘은 순수했다. 과도한 물질주의로 인해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가 타락했다고 믿었다. 자신이 노동에 투신함으로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하엘을 앞세운 괴벨스는 순수하지 않았다. 그는 유대인을 모든 문제의 책임으로 지목했으며 미하엘의 입을 통해 노골적으로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드러낸다. 훗날 괴벨스가 펼친 반유대인 정책들의 심리적 배경이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이 소설의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현대사의 주요 인물인 괴벨스의 성격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자서전을 사료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소 난해할 수 있으나 젊은 괴벨스의 뜨거운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장들과 익숙하지 않은 문장의 배치는 이 소설의 예상치 못한 재미다.
▣ 작가 소개
저자 : 파울 요제프 괴벨스
파울 요제프 괴벨스(1897~1945)는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국회의원, 당 선전부장을 지냈다. 타고난 언변과 탁월한 문장력으로 대중을 집단 최면 상태에 빠트린 희대의 정치 연출가였다. 왜소한 체구에다 어려서 골수염을 앓아 한쪽 다리를 절었던 괴벨스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학업에 몰두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독일 문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이후 은행원, 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반자전적 소설 《미하엘》을 비롯해 몇 편의 작품을 썼다. 1925년 나치스에 입당하고, 그해 히틀러를 만나 충성을 맹세한다. 1933년 수상에 지명된 히틀러는 괴벨스를 선전장관 겸 문화원장에 임명한다. 괴벨스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선전 수단으로 이용해 독일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1945년 5월 1일 베를린 총리 관저의 벙커 안에서 아내와 6명의 아이들과 함께 동반 자살했다.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 날이었다.
역자 : 강명순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샤를로테 링크의 『다른 아이』, 『죄의 메아리』, 『폭스 밸리』, 몬스 칼렌토프트의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헤르만 코흐의 『디너』, 로버트 슈나이더의 『히든 바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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